무신론자인 이 천부 염치없지만 이렇게 빕니다...
이 땅의 신들이여..."부디 아이들을 굽어 살펴주옵서소"
사고 발생 8일째...누적 사망자 128명...이제 이 숫자도 무의미해진 것 같습니다...
"돌아와, 기다릴께" 노란리본을 내걸고 기적을 바라던 간절함도, 돌아올 아이들의 길을 밝혀주려던 촛불도, 목숨 처럼 아끼던 이름들을 위하여 이별이란 말을 접고 있으면 언제인가는 그 아름다운 이름 흔들며 돌아올 것이란 믿음도, 아이들의 싸늘한 주검앞에서는 그저 허망하기만 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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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이기심과 탐욕이 빚은 참사라고 뭉뚱그리기에는 희생이 너무큽니다...
안절부절, 우왕좌왕, 속수무책, 수수방관, 천방지축, 갈팡질팡, 오락가락, 그리고 얼렁뚱땅...이것이 이번 대참사에 대응 했던 이 정부의 민낯이라면, 구조란 단어가 무색해질 지경입니다. 컨트롤타워의 붕괴, 시스템의 부재, 총체적 부실로 드러난 재해사고대응체계는 생사를 넘나들던 아이들에게 결코 희망이 될 수 없었을 터, 정부의 무능이 화를 키웠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세월호 침몰은 대한민국 재난대응 시스템의 침몰을 뜻합니다...
2013년 2월, 정부가 마련한 "재난대응체제" 는 현실에선 무용지물이었습니다. 해양경찰을 지원하고 신속하고 효과적인 초동대응을 유도했어야 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300여 명의 승객이 구조의 기회를 놓쳤고, 승객 숫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오보만 8번, 민관 협력체계도 구축하지 못했습니다. 궤변과 변명으로 책임회피에 급급한 이 정부가 그래서 가증스럽다는 것입니다
구조신고가 조금만 빨랐더라면, 퇴선명령이라도 제때에 내렸더라면...
이제와 이 바람이 부질없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기회를 여러번 놓쳤다는 아쉬움은 쉬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빌어먹을 어른들을 믿고 기울어져가는 배 안에서 움직이지 말라는 안내방송을 그대로 따랐고, 사고 발생 후 약 2시간 반 동안, 아이들 대부분을 구조할 수 있었던 골든타임은 무책임하고 파렴치한 선장과 승무원에 의해 함께 침몰했습니다. 선장이 버린 세월호는 차디찬 진도 앞바다 맹골수로 속으로 자취를 감추었고, 아이들을 삼킨 그 괴물은 아직 그 자리에 있습니다...
이 와중에 들리는 정치권의 망발은 가히 목불인견입니다...
비통함에 젖어있는 국민들에게 더 바랄 것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가슴에 대못을 치는지 알 길 없지만, 그들의 요설이 부메랑이 되어 그들의 심장을 겨눌 것이란 사실은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온국민의 슬픔을 공감치 못하는 그들에게 저주가 깃들기를 빌어도 봅니다. 인두껍을 쓴 괴물들이 더 이상 우리곁에 머물지 못하게만 해준다면 악마와의 거래도 서슴치 않겠습니다. 그들과 같은 하늘을 이고 살기는 죽기보다 싫기 때문입니다...
어느 분의 시 한 부분을 인용하며 이 기나긴 기다림을 이어갈까 합니다...
기다림에 대한 댓가에 대하여 소망으로 품고 살아 가게 해 달라고 기도를 드릴 때, 그 마저 이별을 버리기 위한 댓가라면 조금 슬프고 아파도 기다림으로 저장 하며 살아야 할 거야...
우리들은 늘 서로가 서로를 원하고 꼭 너여야만 했고, 나여야 만 했던 것 아니었니?...
우리 말이다...아들들아... 딸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