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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과 한국은 열 일곱 시간, 지금은 서머타임이라 열 여섯 시간의 차이가 납니다. 월요일 새벽이군요. 벌써 아이들이 타고 있는 배가 사고를 당한 지도 벌써 꽤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부활 미사를 드리며 그렇게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도하고, 그 차가운 물 속에서 고통을 받고 있을 아이들을 생각했습니다. 모든 피해자들이 다 힘들겠지만, 특히 우리의 미래이자 희망인 아이들이 자신들의 의지와는 아무런 상관 없이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사고 시간에 대해서, 그리고 사고 원인에 대해서, 여기에 관련된 의혹들만 증폭되어 떠도는 상황에서 아이들을 잃은 부모들은 졸지에 범죄자 취급을 받으며 불신의 칼에 찔려 피를 흘리는 것, 이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입니다.
미사중에 신부님께서는 이 아이들을 언급하며 부활의 기적이 이들에게 일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감성으로는 이 기적이 일어나길 바란다고, 그럴 수 있을 거라고 빌지만, 솔직히 이성의 소리는 이미 이들이 생존할 수 있는 시간은 지났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부활이라는 이름으로, 저는 다시 이들을 생각합니다. 어떻게 우리가 세상에 이 아이들이 있었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잊지 않을 것인가. 그리고 실제로 부활의 의미라면, 이 아이들은 우리의 가슴속에서 어떤 꽃으로 피어날 것인가를 생각해 봅니다. 이 아이들의 죽음, 그 희생을 헛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부터라도,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소를 잃었더라도 외양간을 바르게 고쳐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진상을 명확히 알 수 있도록 정부에 요구해야 합니다. 오로지 진실이라는 대못만이 외양간을 더 튼튼하게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실낱같은 희망을 붙들고 있을 유족 여러분께 쏟아지고 있을 고통의 비를 멈추게 할 수 있는 것은 솔직히 없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는 그분들 옆에서 우산이라도 들고 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음 추스리시길, 건강 추스리시길... 우리도 함께 웁니다. 이 사건을 바라보고 있던 지난 며칠간, 우리도 그렇게 함께 울어드리는 것 말고는 해 드린 게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 눈물이 그저 슬픔의 눈물이어선 안 됩니다. 시스템을 바꾸고, 국가를 완전히 갈아 엎을 정도의 쇄신이 따라야 한다는 요구를 보여주는 다짐, 그리고 그것을 넘어선 분노여야 합니다. 위정자랍시고 앉아있는 것들의 하는 꼴들을 보십시오. 이 나라의 미래인 아이들을 구하지 못하고도 자기들 면피나 해 보겠다는 저들을...
그 때문에 우리는 저들에게 우선 외양간을 고칠 대못을 내 놓으라고 해야 합니다. 결국 그 수리는 우리가 함께 할 겁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는 그들의 손을 빌리지 않고 결국 우리가 함께 해 왔었으니까요...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