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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사건 실종자 가족들- 아마 이젠 '유족'으로 부르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는 - 이 결국 분통을 이기지 못하고 기자들을 진도 체육관 현장에서 쫓아내고 KBS 뉴스가 나오는 대형 화면도 부수고 청와대를 향해 가자고 의견을 모았다는 뉴스가 전해오고 있습니다.
당초 이 자리를 찾았던 박근혜 대통령이 "모든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동원해 구조에 최선을 다 할 것이다." "책임져야 사람들이 모든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했으니 이게 맞는 이야기겠지요.
그러나 대통령의 말을 듣자고 청와대로 올라가겠다는 피해자들이 마련한 버스 세 대 옆엔 이른바 '닭장차' 열 대가 함께 서 있다는 말도 전해들으며 이게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국가가 구동되고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세상에 가장 무서운 것이 자식을 잃은 부모들일 겁니다. 자식은 그들에게 희망이고 미래입니다. 자기가 가진 가장 커다란 자산이 무엇이겠습니까. 사람에게 가장 큰 재산은 희망과 미래가 아닙니까? 그것을 바로 눈앞에서, 눈뜨고 빼앗긴 그 부모들은 그 시간 이후로는 '잃을 게 없는 사람들'인거나 다름없는겁니다.
문제는 어디 이 부모들 뿐이겠습니까. 얼마전 우리의 가슴을 찢어지게 한 세 모녀의 자살 사건, 그리고 그와 유사한 사건들을 들여다보면 결국 이 사회의 전반에는 '희망을 잃은 사람들'의 슬픈 애가가 깔려 있는 겁니다.
이미 양극화가 극한으로 진행된 사회 환경 때문에 이렇게 희망을 빼앗긴 사람들에 이어, 지금은 국가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 때문에 '멀쩡히 앉아서 자기의 미래와 희망을 빼앗긴 사람'들이 이렇게 대량 양산된다는 것, 도대체 이 사회가 어디로 가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겁니다.
아울러 우리가 어떻게 이 사회를 바꿔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도 아울러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