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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전국민이 통곡의 늪에 빠졌다. 20일로 사고가 발생한 지 나흘이 지났지만 대한민국의 시계는 16일 오전에 멈춰버린 것 같다. 전국민이 우울증에 빠진 것처럼 모두가 침통한 모습이다. 모두가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도 전남 진도 해상에선 어김없이 민ㆍ관ㆍ군 합동구조팀의 실종자 수색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합동구조팀은 기상 상황에 상관없이 실종자 구조작업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합동구조팀은 밤 사이 조명탄과 채낚기 어선 등을 동원해 수색작업을 진행했다.
전날에는 구조팀이 선내 진입에 처음으로 성공했다. 이에 실종자가 생존해 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수색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수색작업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모두가 단원고 학생들의 학부모 같은 심정으로 ‘제발, 살아 돌아오라’며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비극을 이용하려는 암적인 존재들이 있다.
자신을 민간 잠수부라고 소개한 홍가혜씨가 지난 18일
과의 인터뷰에서 "생존자가 배 안에 남아 있다"며 “해경이 민간 잠수부의 수색을 막았고 ‘시간이나 때우고 가라’고 했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이 거짓으로 판명나기 이전까지 그의 인터뷰는 실종자의 구조를 바라는 전국민의 가슴에 분노의 불을 지피고 말았다.
인터넷 상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글이 잇따랐고, 수많은 누리꾼들이 그를 '용기 있는 자원봉사자'로 치켜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그의 주장은 모두가 거짓이었다.
그저 국민적 비극을 이용해 자신의 이름이나 알려보자는 한 ‘허언증’ 환자의 말에 방송이 놀아나고 국민이 놀아난 셈이다.
사실 홍씨가 이처럼 거짓말을 한 사례는 그동안 무수히 많았다고 한다.
실제 인터넷상에는 과거 홍씨가 각종 거짓말로 논란을 빚었다고 주장하는 일화들이 소개됐다. 걸그룹 멤버 사촌언니를 사칭한 일, 야구 선수 A씨 애인을 사칭한 일, 야구 선수 B씨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주장한 일 등이다.
사실 이번 인터뷰에서도 말이 안 되는 주장이 많았다.
갑판을 사이에 두고 선체 내부 사람과 바닷물 속 잠수부가 육성 대화를 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얘기다. 그래서 생존자들의 존재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망치로 선체를 두드리는 것이다.
방송이 인터뷰를 하기 전에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였더라도 그가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쯤은 얼마든지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란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허위사실 유포는 실종자 가족에게 슬픔과 절망을 주는 행위이고, 현장의 수색·구조 활동에서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전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이 비극적 사건을 이용해 자신의 이름을 홍보하려는 홍씨와 같은 자들이 정치권에도 있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새누리당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지난 16일과 17일 트위터에 '캄캄바다', '진도의 눈물', '가족', '밤' 등의 제목으로 자작시를 연달아 올렸다가 누리꾼들로부터 "한가하게 운율 맞추며 시나 쓸 때냐", "부적절한 처사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그는 18일, 트위터에 "오해를 초래하게 돼 무척 안타깝다"며 사과의 글을 올려야만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도 지난 17일 트위터에 "당장 현장으로 달려가고 싶다. 선내 진입 등이 이렇게 더뎌도 될까. 이 정도면 범죄 아닐까"라며 구조대원들을 범죄자 취급했다가 누리꾼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결국 장 의원 역시 해당 글을 지우고 사과 글을 올렸다.
지금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안타까움이나 슬픔, 이런 상황이 벌어지도록 원인을 제공한 선장과 선사 등에 대한 분노, 구조 작업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데 대한 무력감 등으로 전국민이 같은 슬픔, 같은 아픔을 느끼고 있다.
그 트라우마를 극복하려고 '심리적 희생양'을 찾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인들의 망발이 되레 국민을 아프게 하고,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자중해 주기를 바란다.
모쪼록 구조작업이 원활하게 진행돼 ‘생존자가 있다’는 희소식이 전해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고하승:시민일보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