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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무공천 파동을 겪으면서 가지게 된 생각들 중 하나는 절대적 상식이란 없다는 점이다.
사람과 사람사이에 있어서 약속이란 것은 매우 중요하며, 특히 정치와 국민이라는 관계에서 약속만큼 중요한 것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정치권이 국민들에게 심어준 불신에 대한 체감은 극에 달한 듯 하다.
그래서 이번에 당원투표는 제쳐놓더라도 우선 국민투표의 결과를 놓고 보았을 때 무공천에 반대한 국민들이나 찬성한 국민들이나 별반 차이가 없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랄 것도 없었다. 투표를 위한 문항의 내용이 달라졌다 하더라도 아주 큰 차이는 없었을 듯 하다.
우선 지방선거에 있어서 역대 50% 안팎의 저조한 투표율을 본다면 국민들이 지방선거에 가지는 관심도 자체가 턱없이 낮기만 하다. 낮은 투표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독려를 한다지만 특별한 이슈가 없는 이상 역부족이기만 하다.
먹고 사는데에 특별히 긴급히 변화를 줄만한 대형 이슈가 있지 않은 이상 바쁜 일상의 유권자들을 당장에 투표장으로 끌어들인다는 것은 여간해서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의 화두로 급부상했던 것이 ‘기초선거 무공천’이다. 아시다시피 지난 18대 대선때 여야 유력후보들이 공통적으로 내걸었던 대국민 공약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국민들로부터 들불처럼 그 요구가 번져나갔다기 보다는 정치권으로부터 먼저 갑론을박하면서 불거져 나온 이슈의 모양새가 되어버린 점에 있다.
박근혜 정부가 대통령으로 취임후에 파기시켜버린 일련의 핵심 대선 공약중에서 특히 대국민적 분노를 일으켰던 것은 고등학교 전면 무상교육 실시나 기초연금과 4대중증질환 공약등과 같이 국민들의 복지나 건강과 관련한 당장에 피부에 와닿는 이슈들이였기 때문이다.
사실 기초선거 무공천과 같은 이슈는 일반 국민들이 크게 관심이 없었거나 생소한 것이였는지도 모른다. 알고보면 정치제도의 오랜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여 근본적으로 지역민생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것인데도 당장에 많은 국민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설득하기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고 이것이 여야정파를 떠나서 온국민을 위한 것보다 안타깝게도 결과적으로 새누리당 지지자와 나머지 정치성향을 가진 국민들 사이의 찬반여론조사와도 같은, 혹은 안철수 세력과 비토세력간의 대립구도와도 같은 모양새가 되어버렸다는 점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안철수 의원이 그동안 독자신당을 창당하겠다는 ‘약속’을 파기시키면서까지 민주당과의 통합의 명분으로 ‘기초선거 무공천‘이라는 ’대선공약‘ 카드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도 절대 다수의 국민들을 이해시키고 납득시키는 데는 시간과 정성이 부족했고 그 선택적 방법이 너무 일방적이였다는 것을 부정해선 안된다.
기초선거 무공천에 대한 당원들과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투표까지 이루어진 과정 자체가 사실은 넌센스에 가깝다. 새로운 약속을 지키기위해서 기존의 약속을 깨어버린 형태로 기초선거 무공천을 더 큰 가치의 명분으로 삼아버렸기 때문에 무조건 끝까지 밀어붙였어야만 할터인데도 당원과 국민을 대상으로한 투표를 실시하기로 결정한 것에는 당내 극악무도한 비토그룹의 패악질이 일차적 원인이 되겠으나 안철수 대표의 ‘현실 정치’에 대한 실질적 고민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여진다.
진성 지지자들의 동의여부를 떠나서 민주당과의 통합을 결정한 것 또한 ‘현실 정치’에 대한 고민이였을 것이다. 적어도 독자신당 창당보다는 민주당과 새로운 당을 만드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 낫거나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기초 무공천 투표결과가 공천으로 번복되면서 다시 한번 스타일을 구겼지만 반드시 절망적인 결과만은 아니였다. 국민들 절반이상이 기초 무공천에 찬성했음을 재확인 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런 극한의 상황이 안철수에게 보약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안철수는 이제는 ‘국민들과의 약속’과 같은 담론에 지나치게 매몰되기 보다는 여러 산적한 경제복지민생 현안들에 대해 새로운 시대 정신에 입각하여 기존의 제도적인 허점을 보완하는데 주력하고 개선하여 선진화시켜 나가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여야만 한다. 마땅히 국민 절대 다수의 가치가 될 수 있는 정당성과 보편성을 담보로 한 개선이 되어야할 것이다.
앞으로 안철수 대표는 절대로 예측불가능한 정치를 해선 안된다. 거듭된 진성 지지자들의 멘붕은 안철수를 지탱해온 버팀목마져 무너뜨리는 아주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지금 당장 안철수에게 기대하기는 힘들겠지만 본인의 정치생명을 걸어야할 정도의 주요 사안이라면 그 만큼의 반대 진영에 대한 일갈도 필요하다. 온 국민들에게 진심을 보여줄 퍼포먼스도 너무 빈약했다. 이번에 여러 가지들이 총체적으로 역부족이였던 것 같다. 스스로의 많은 성찰도 필요로 할 것이다.
앞으로 이러한 이슈로 정치생명이 오가는 모험적인 시도는 다시는 반복되어선 안된다. 더 가치있는 이슈들도 있고 앞으로 헤쳐 나가야할 길이 멀고도 험하기 때문이다. 섣부른 통합을 하지 않았어야 했으나 기왕 통합을 하기로 결정을 했기 때문에 열심히 잘해서 극복하라고 참고 기다려주는 지지자들의 애타는 마음을 간과해선 안된다.
기초선거 무공천에 찬성한 이들의 안철수 대표의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한 점과 투표결과에 대해 큰 실망과 아쉬움이 있겠으나 무모할 정도로 대선공약에 관한한 대국민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면서 진심을 알리고자 한 점, 국민들이 무관심한 지방선거를 어느 정도는 관심을 끌 수 있게끔 이슈화 시켰다는 점,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정국속에서도 국민 절반 이상은 기초 무공천에 찬성했다는 점을 확인한 것은 그나마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는 있을 것 같다.
이제는 안철수가 새 정치보다는 좀 더 실질적으로 국민들에게 와닿는 실제적 실용 정치로 선회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이번 기초 무공천 파동을 통해 이상적인 담론에 빠진 정치보다는 좀 더 현실속에서 실제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정치에 더 눈을 뜨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다수 국민들, 특히 지지자들에 대한 믿음이 없거나 지지자들의 생각을 읽지못하고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이지혁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