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도체 근무환경 안전하다? 이 터무니없는 궤변...타인에게, 혹은 거울에 비친 자신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은 소녀들이 있었습니다. 방진복 사이로 눈만 빼꼼이 내놓고서도, 누가 더 예쁘게 보이는지 기가 막히게 알아채는 그녀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방진모를 머리에 썼을 때, 하트 모양이 되면 기뻐했고, 무겁고 투박한 방진복을 걸쳤음에도 불구하고 몸매가 예쁘게 보이기를 기대하던 꽃다운 소녀들이었으며, 하얀 우주복을 입고 독한 납용액과 1급 발암물질 벤젠과 날카로운 전자파와 방사선을 복숭아빛 발그란 몸으로 고스란히 빨아들이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던 소녀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소녀들은 그들이 서있는 자리가 "끊임없이 사람을 지우는 공간" 이란 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고, 그들은 그렇게 하나 둘 시들어 마침내 아름답던 꿈을 접고야 말았습니다. 우리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소외된 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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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사회를 변화시키는 결정적인 힘은 이성보다는 감정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우리 사회가 이런게 잘못됐고, 저런게 고쳐져야 한다는 이성적이고 제도적인 사유도 물론 중요하지만, 변화를 결정적으로 이끌어 내는 결정적 동력은 무의식적이고 우연적인 감정선이란 해석이죠. 굳이 고백하자면 이 천부가 삼성의 불합리함과 부조리에 환멸을 느낄 때, 글 벗님네들의 측은지심에 기대어 감성팔이라도 마다하지 않는 이유가 될 수 있을겁니다. 소위 삼성공화국이라함은 국가와 언론의 비호속에 검은 뇌물도, 검은 범죄도 합법으로 용인되는 무소불위의 정점이라 아니 할 수 없다면, 그들의 신공에 대적 할만한 무기로 글 벗님네들의 감성에 기대어 호소하는 것 외에, 달리 수단과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죠...
얼마 전, 삼성반도체의 실상을 알리고자 이미 고인이 된 황유미씨 사연을 소개해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이 사연은 "또 하나의 약속" 이란 영화로 제작되어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유미씨의 아버님 황상기씨는 아무것도 모른 채 떠난 내 딸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려 또 다른 누군가의 불행을 막는 것이, 끝내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이승과의 인연을 놓고 떠난 유미씨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 여겼던 것 같습니다. 졸지에 딸을 잃은 망연자실함 속에서도
"아빠가... 꼭 약속 지킬께!!" 이 한마디는 힘없고 못난 아비의 통한의 절규라기 보다, 상식이 사라진 세상에 대한 분노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울림이 크고 오래도록 가슴을 아리게 하는 것은 아마도 자식을 키우는 부모로서의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할테구요...
이 사연이 이미 괴물화된 대기업 삼성과 담판을 지으려는 개인들만의 이야기만은 아닐겁니다. 동물이던 멍게가 바다에 뿌리내리고 살면서 뇌가 없는 식물이 된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됩니다. 이것이 우리가 불합리한 삼성의 횡포에 대해 계속 말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한국 사회의 잘못된 성장론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이유이며, 힘의 균형이 무너진 성장일변도의 사회, 노동자들의 인권과 권리를 짓밟는 사회에 대해 거침없이 말해야 하고, 그들의 부당함을 세상에 알려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더러는 기업에 대한 복종으로, 더러는 가족의 안녕을 위해서 정작 잃지 말아야 할 것들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스스로 되돌아 봐야 할 때가 아닌가도 싶습니다. 삼성을 비판하면 안 된다는 이들도 언젠가는 그들의 횡포에 희생당하는 소수 안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 허투루 듣지 마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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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두말 할 나위없이 무노조 경영 방침 아래 노동 3권이 짓밟힌 채 살아 온 삼성 노동자들의 비할데 없는 고통입니다. 또한 최소한의 윤리적 책임조차 거침없이 외면하는 삼성의 모습은 온갖 권력형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음에도 공권력 조차 손을 댈 수 없는 절대권력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라는 것 또한 감출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죠. 하기에 7 여년간 삼성은 산업재해로 인정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면 거액을 주겠다고 교묘한 회유와 압력을 행사하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근무하다가 산업재해로 의심되는 백혈병이 발병했다는 문제가 범사회적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피해자들이 뭉치지 못하도록 온갖 추악한 술수를 부려왔다는 것, 참으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이 문제를 부각시키려 애써온 반올림 (반도체 백혈병 노동자 진상 규명과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 과 심상정의원의 노력으로 백혈병의 산재 관련성에 대한 사과든, 동료직원과 그 가족의 아픔에 대한 포괄적 사과든 삼성이 전향적 검토를 하여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하니, 뒤늦은 감이 없지않으나 그나마라도 불행 중 다행이 아닌가 싶습니다. 초일류기업이라면, 함께 회사를 키워오다 불행에 처한 동료 노동자들을 상대로 보험금 몇 푼 안주기 위해 지루한 소송전을 펼쳐 더욱 고통의 나락으로 빠뜨릴 게 아니라, 하루 속히 산재 피해자들이 산재 판정을 받고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또 다른 동료 직원들이 희생되기 전에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작업환경의 문제점을 밝혀 적극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게 초일류 기업의 명예와 이미지를 지켜나가는 것, 이견이 없을 줄로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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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그럽니다. "반도체 공장 직업병 피해자가 꼭 삼성에서만 나오는 건 아니지 않느냐, 왜 삼성만 탓하느냐?" 몰론 옳습니다. 비단 삼성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삼성이 잘못을 했느냐, 안 했느냐 입니다. 그리고 재해를 인정할 것이냐 부정할 것이냐를 논하자는 것입니다. 단언컨대 삼성이 변한다면 부차적으로 다른 기업들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삼성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것을 부정하지만 않는다면 말입니다...
故 황유미, 이윤정, 이숙영 그외 70 여명의 피해자들...
그 분들은 안타깝게도 삼성에서 지워졌지만, 우리들 가슴속에서는 오래도록 자리잡고 있을 것입니다. 그 분들의 영면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