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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낮 오후 2시에 종로구 종묘공원에서 만민공동회가 열렸다. 300여명의 어르신들이 함께 모여 노인들이 묻고 청년과 국민연금 가입자와 시민단체장과 정치인이 대답하는 기초연금 만민공동회였다.
노년유니온이 주관하고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생활을바꾸는사회복지사 등 시민단체가 주최한 이날 집회에서는 "기초노령연금에 대한 국회의 논의가 점차 후퇴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일단 중재안대로 법을 통과 시키고 이견이 있는 부분은 향후 연금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맨 먼저 등장한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위원장의 발언을 보면 새누리당은 노령연금 20만원 지급에 대한 공약을 아예 파기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은 끌려 다니면서 자꾸만 양보안만 내놓는다며 확실한 입장을 제시해줄 것을 촉구했다. 또한 새누리당이 말하는 차등지급이나 선별적 복지는 결국 성공하는 복지가 아니기에 “삼성 이건희 씨도 똑같이 20만원을 주는 대신에 제대로 세금을 걷는다면 그 자체로도 남는 장사다. 그런데 부자한테 걷을 세금은 못 걷으면서 선별적 복지 운운하고 있으니 이해당사자인 노인들이 나서서 의견을 말해야 합니다.”며 노령연금문제를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서 확실하게 관철시켜야한다는 주장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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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등장한 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은 성남시의 예를 들어 말했다. 성남시는 지난 1월부터 만 65세 이상 되는 어르신들에게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해왔다면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문제라고 했다. 또 “중랑구에 있는 보호자 없는 병원을 아십니까?” 하고 물으며 텅텅 비던 병원이었는데 지금은 대기자가 줄을 잇고 있는 병원이 됐다. 그 이유는 보호자 없이도 병원에 환자를 입원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만약에 ‘기초노령연금’이 지급되면 어르신들은 이 돈을 다 국내에서 쓰시기 때문에 우리나라 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어르신들의 생활에도 도움이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면서 복지와 삶의 질과 경제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했다.
김성태 노년유니온 위원장은 "한국은 노인 빈곤율과 노인 자살률이 세계 1위이며 아직도 노인 175만 명이 폐휴지를 주워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다"면서 지지부진한 정치권의 태도를 지적해 노인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어서 '대한민국 기초연금 노인중재단'의 발족을 예고하며 "중재안이 정치권에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100만 노인 서명운동'을 비롯해 지방선거 낙선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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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자리에 모인 시민들은 연사가,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 파기를 언급할 때는 "왜 선거 때는 주기로 해놓고 대통령 되고나서 안 주냐" "사기꾼!" "속았다!" 등 비난의 목소리를 냈고, '기초노령연금 원안 사수'를 주장할 때는 "옳소" "잘 한다" 등의 환호성을 지르며 의사 표시에 적극적이었다.
한편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노인 분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청년들이 앞장서겠다."고 연대발언을 하면서 “청년들은 불효자가 아닙니다.”라는 푯말을 시종일관 가슴 앞에 받쳐 들고서 “지금 어르신들이 불행하면 앞으로 노인이 될 저희들도 불행할 것이다.”라며 ‘기초노령연금’의 지급을 촉구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은평구에서 실버기자를 하고 있다는 김병국(81세) 할아버지는 갯벌을 메꿔가며 나라를 부흥시켰으며 포탄이 터지는 월남에 파병돼 가서 돈을 벌고, 열사의 나라 중동에 가서 건설현장을 누빈 우리들이라면서 쓸데없는 토건공사에 쏟아 부을 돈을 아껴서 ‘20만원의 기초노령연금’ 지급 약속을 지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 주변의 노인 한분은 하루 한끼 먹는 무료급식에 의지하는 분이 있는데 아무런 복지 혜택을 못 받는다.”며 안타까운 사례를 소개했다.
이번 기초연금 사회적 합의를 위한 노인 만민 공동회의 기본 취지는 아래와 같다.
- 기초연금 중재안을 제안하고,
-기초연금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에 경고를 하며
- 6월 지방선거에 노인표를 의식해 정부안에 쏠리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을 압박하고
-이 모임을 시작으로 중재안에 대한 100만 노인서명운동을 벌여 청와대 및 각 정당에 대한 질의와 규탄대회를 통해 기초연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찾는다.
<박정례 : 기자/ 르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