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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법원의 전무후무한 집단 사형선고
읽는눈과 듣는귀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충격적이다. 이집트판 민주화의 봄으로 집권한 무슬림 형제단 무르시정권을 뒤엎은 군부 쿠데타 세력이 실권을 행사하는 이집트 과도 정부체제 사법부가 세계 사법사상 전무후무한 집단 사형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2013년)8월14일 카이로 라비아 광장에서 무르시 전 대통령 축출에 분노한 무르시 지지자들의 무르시 복권요구 항의시위를 무력으로 집압할 당시 570여명이 숨지고 3500여명이 다치는 대참사가 발생한바 있다.
당시 폭력 진압에 대한 보복으로 무르시 지지자들이 지역 경찰서를 습격하는 과정에서 경찰간부 1명이 사망하였다.그러자 이집트 검찰은 경찰관 살해,살인미수,경찰서 습격등 혐의로 545명을 기소하였고 이 가운데 95%가 넘는 529명에 대해 지난 3월24일 이집트 북부 민야주 형사법원(재판장 사이드 우스프)이 집단사형선고를 내린 것이다.
이날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사람은 16명에 불과하였다. 3월 22일 처음 재판이후 두차례 졸속 공판후 사흘만에 속전속결로 무더기 사형선고를 내린것은 이집트 사법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3월25일에 다른 민야법원에서 무르시 지지자 683명에 대한 재판이 예정되어 있었다.
반인권 야만적 홍두깨 재판
또 다시 제2의 집단사형선고 판결이 내려질 것이란 예상이 팽배했다.그러나 다행히도 집단 사형선고 판결에 대한 국내외로부터의 비판이 봇물을 이루자 과도정부가 부담을 느낀듯 공판을 4월로 연기하고 4월28일 선고를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비록 1심에서 집단 사형선고가 내려지긴 했지만 무슬림 형제단측이 항소하겠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 진행될 항소심에서 감형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더라도 이번 집단 사형선고로 이집트 사법부는 스스로 권력의 시녀라는 비판과 오명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경찰관 사망에 사형선고를 받은 629명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없는데도 변호인단이 요청한 증거자료 확인과 증인신문을 위한 변론기일 요청을 기각하였다. 또 대다수 피고인이 법정에 나오지 않은 상태인데도 단지 147명이 참석한 궐석재판을 강행하여 전광석화같이 무더기 사형선고를 내렸다는건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사법폭거로 부족함이 없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인간의 존엄과 극히 상징적인 사법절차마저 깡그리 무시한 이와깉은 무더기 사형판결을 어떻게 재판이란 이름으로 정당화 할 수 있겠는가. 현대문명 사회에서 아니 전체주의 독재,유아독존적 지존무상 왕조체제하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이야말로 사법의 이름을 빌린 극히 원시적이고 야만적인 초유의 인간 도살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병원성 조류독감 살처분 빼닮은 인간 살처분
비교 자체가 뭐하지만 이번 이집트 민야주 법원의 집단 사형선고는 요즈음 우리나라를 휩쓸고 있는 고병원성 조류독감(AI)을 차단하기 위해 발병 축산농가 닭,오리는 물론 주변 3KM이내 축산농가 미발병 건강한 닭,오리까지 몽땅 순장식으로 죽여 매장하는 예방적 살처분과 흡사하다.
경찰간부 1명을 사망케한 직접적인 가해자는 많아야 몇명에 불과할 것이다. 그럼에도 철저한 수사 절차없이 경찰 간부 사망과 관련없는데도 단지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도맷금으로 살인죄를 적용,집단 사형시키겠다는 것이다.
인권이 인간사회의 핵심 가치이자 시대정신인 오늘날이 아니던가. 병에 걸리지 않았음에도 단지 AI발병 농가 주변에서 사육되었다는 죄아닌 죄로 억울하게 비명횡사해야하는 건강한 닭과 오리신세를 어느 누가 용납하겠는가.
집단 사형선고라는 홍두깨 재판은 군복을 벗고 대선 출마를 선언한 엘시시 전 국방장관을 추종하는 과도 정부가 무르시 지지 이슬람 형제단 진영의 확산을 넘어 잔존세력을 압살하기 위한 예방적 압살,살처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다만 공무원이 고병원성 조류독감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예방적 살처분 역할을 수행하는것과 달리 이집트에서의 무르시 지지 세력 타도 예방적 인간 살처분은 판검사가 맡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인권보장과 법앞에 만인평등의 법정신에 입각한 공명정대하고 투명한 사법절차 보장돼야 그동안 이집트 혁명과정에 보여준 사법부의 성향을 보면 헌법적 법치주의 수호자로서의 본연의 사명과 임무보다는 군부정권의 권력강화를 위한 법적 정당화의 도구를 자처해 왔다.
이와같이 권력의 시녀화한 사법체계하에서 AI광풍에 살처분되는 닭,오리처럼 집단 비명횡사 처지에 몰린 이집트 집단 사형수들이 항소 재판에서 감형 내지 무죄라는 1차 문턱을 넘어설지 국제사회는 주목하고 있다.
이집트 사법부가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인 삼권분립의 한축으로서의 존재감을 스스로 포기한 정권의 하수인으로 기능한다면 이집트는 지난날 무바라크 독재체제로 돌아 갈 수 밖에 없다. 시대정신인 민주주의 보루가 되어야할 사법부가 정권안보의 시녀의 길을 간다면 이집트는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무원의 처지로 전락할 것이다.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이집트가 신뢰받는 민주인권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현재 진행중인 야만적인 집단 인간 살처분 사형선고 재판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즉각 진행중인 재판절차를 즉각 중단하고 한 점 의혹없는 엄정한 재수사가 이루어 져야 한다.
나아가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수사결과와 공정한 기소, 인권보장과 법앞에 만인평등의 법정신에 입각한 공명정대하고 투명한 사법절차에 의한 재판이 진행될때 국제 사회는 집권박두 엘시시정권의 민주화 의지를 인정하고 이집트를 정상적인 민주국가의 일원으로 받아 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