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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초선거 무공천에 대해 말들이 많다. 불과 두 달 남짓 남은 지방선거인데 왜 이렇게 시끄러운가. 대체 이런 논쟁들을 할 시간과 여유들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필자는 도무지 아리송하기만 하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기초선거 무공천 문제는 지금 시점에서 토론할 사안이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이미 지난 18대 대선때 여야할 것 없이 유력 후보들이 모두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사안이기 때문이다.
대선공약을 옆집 강아지 이름쯤으로 여기자는 것인가? 이미 각 당들이 내부에서 검토를 마친 후에 대국민 약속으로 내걸었던 사안이다. 이 정도로만 설명해줘도 초등학생 정도면 알아들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사실 참으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 그동안 야권의 어깨 힘 좀 준다는 강경파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일련의 공약파기들을 이유로 대통령 하야까지 주장할 정도로 첫째도 약속, 둘째도 약속, 셋째도 약속이라 말하며 약속을 목숨처럼 여기던 사람들인데 그 강경파들중 다수가 지금에 와서 기초선거 무공천을 파기하라고 고막이 터질 정도로 확성기들고서 시위를 해대니 참으로 어이가 없고 기가 막힐 노릇이다.
기초선거 무공천을 번복하자는 말은 곧 도로 민주당, 도로 구태 정치로 가자는 것이다. 대선 공약을 뒤집어도 상관이 없다는, 새누리당도 뒤집었으니 우리도 뒤집어야 덜 손해본다는 논리는 새누리당과 코드를 같이하는 정치도덕 불감증의 표본이다.
기초선거 무공천은 중앙정치의 힘에 지배되는 국회의원에 의한 지방자치 지방의원에 대한 공천권이 남용되고 오용, 악용되어 행정중심의 지방의회마져 중앙으로부터의 정치논리에 의해 지방의회를 중앙의 정치적 하수인 역할로 전락시키고 주민의 여론이 중앙정치에 의해 차단되는 것을 막고자 함이다. 또한 공천과정에서 있어온 많은 잡음들과 비리들을 척결하자는 새로운 시스템이기도 하다.
6.4지방선거가 패배하면 안철수의 정치생명도 끝난다고 으름장 놓는 이들도 있다. 한마디로 잡소리에 가깝다. 애초에 안철수 의원이 독자 신당 창당 준비를 하면서 맞이하게 된 6.4 지방선거는 그야말로 창당 준비과정에서 마주치게된 작은 선거에 불과했다. 바꿔말하면 6.4 지방선거를 위해서 신당을 창당하는게 아니라 창당을 하려다보니 지방선거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안철수측이 종종 말하곤 했던 “6.4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한 석이라도 건지면 기적이다.”라는 말이 다소 과장스럽게 들릴지 몰라도 전혀 틀린 말도 아니다. 무슨 말이냐면 그만큼 6.4지방선거는 안철수에 있어서는 과정의 문제인 것이지 정치생명을 담보로 할 정도로의 빅 이벤트가 아니였다는 뜻이다. 신당 창당에 관한한 안철수의 의중은 애초에 서두르지 않으면서 지방선거가 끝나는 시점 정도에서 창당을 하고자 했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던 것이 강경파 윤여준이 영입되면서 창당에 속도가 붙은 것으로 보는게 유력하다.
그냥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보자. 지방선거를 놓고 봤을 때 안철수가 다급했는지 민주당이 다급했는지를 말이다. 당장에 지방선거에서 안철수 신당에 의해 민주당의 표가 갈렸을 때의 상황을 상상해본다면 6.4 지방선거에서 올인할 대상은 안철수 측보다는 민주당이였다란 뜻이다.
안철수측으로서는 지방선거에서 적절한 선에서의 기초의원들과 광역단체장을 당선시키면서 신당의 파이를 확보하면서 국민들에게 신당의 존재를 인식시킴과 동시에 신당창당의 지연으로 인해 식상해하는 국민들이나 루즈해진 합류해야할 세력들에 대해 조기 러브콜함으로써 세력의 이탈화를 막고 적절히 결집화시키는 정도로만 진행시켰어도 충분히 성공적이라 말할 수 있는 아주 무난한 시험무대가 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철수가 갑자기 민주당과의 통합신당 창당을 선언하면서 지방선거에서 올인하는 형태로, 그것도 기초선거 무공천이 여당에 비해서 불리하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불구덩이로 날라가는 나방처럼 무모하게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었다고 생각하는가?
심지어 많은 안철수 지지자들로부터의 비판의 목소리와 지지이탈을 감수하면서까지 기초선거 무공천을 명분으로 통합을 단행한 것은 일종의 그가 줄곧 말해온 새 정치 구현을 앞당기기 위한 정치적 승부수라고 봐야한다.
단언컨대 당내 반발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공천을 하고 않하고를 떠나서 애초에 이번 선거는 야권으로서는 결코 쉽지가 않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가 새 정치의 승리냐 패배냐, 안철수의 승리냐 패배냐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우리나라처럼 척박하고도 부패된 정치판에서 새 정치라는 것은 결코 단기간내에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동안 야권의 치욕스러운 연전연패의 이유에는 작은 것도 포기하지 않거나 내려놓지 않음으로써 큰 것을 놓치는 소탐대실의 전형이였음과 동시에 말로만 내려놓는 대국민 기만 코스프레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이였음을 망각해선 안된다. 따라서 이번 선거는 국민들에게 우리의 정치가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과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 만으로도 그 의미는 충분하다.
이번 6.4지방선거는 여와 야의 대결이 아닌 구태정치와 새 정치의 대결구도를 형성해야한다. 야권의 모든 출마 예정자와 기성 정치인들이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하는 마음으로 뭉쳐야 우리의 정치는 거듭날 수 있는 싹수가 보일 것이다. 그저 밥그릇 뺏긴 개처럼 이빨 드러내고 으르릉거린다고해서 국민들눈에 그것이 정당한 아름다움으로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면 그것은 무뇌아적 발상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마땅히 기초선거를 무공천으로 치러야하고 선거때까지 합심하여 새누리당을 공약파기를 밥먹듯하는 파렴치한 정치적 사기집단으로 몰고 나가야한다. 설령 이번 선거에서 훌륭한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실망할 필요도 없다. 지방선거에 패배하면 차기 대선도 실패할 것이다? 제발 눈을 크게뜨고 멀리 보도록 하자. 지방선거에 패하더라도 차기 대선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택하라. 그 첫 번째 방법이 바로 기초선거 무공천이다. 기초선거 무공천으로 6.4지방선거에 당당하게 임하고 그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고개를 숙일 이유도 없고 새로운 정치를 위해 그저 꿋꿋하게 나아가면 된다.
범국민적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 말대로 쉽지도 않고 하루아침에 이루어지기도 힘들다. 그 동안 민주당이 국민들에게 얼마나 실망을 주었는지, 바닥끝까지 추락했던 지지율은 도대체 얼마였는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객기부리지 말고 뼈저리게 주제파악부터 하라는 소리다. 구 민주당으로서는 안철수가 그야말로 물에빠진 민주당을 건져준 생명의 은인임을 잊지말아야 한다. 당내 친노가 되었든 매노가 되었든 혹은 그 어떤 안철수 비토세력이든지간에 지도부를 흔드는 것이 아닌 당이 어려울 때 화합하는데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야만 통합신당의 지지율이 올라가고 본인들의 입지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지난 18대 대선때도 민주당이 작은 것들을 내려놓지 못하고 국민들을 기만하고 실망시켰기 때문에 선거에 패배했다. 추접스럽게 이유를 자꾸 다른데서 찾을려고 해서는 안된다. 내려놓음으로써 이기는 방법을 터득해야한다. 그리고 당내에서 안철수, 김한길 새 지도부를 뒤흔드는 국회의원들은 차라리 하루빨리 탈당하여 새누리당으로 입당할 것을 권한다. 그것이 본인의 미래를 위해서도, 국민들 건강을 위해서도 좋다.
<이지혁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