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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생활고를 견디다 못한 일가족이 함께 생을 마감하는 급박한 상황이 날로 지속되고 있다. 그 삶의 수한을 스스로 끊기까지 겪었을 심적 고통과 세상에 대한 원망이 어떠했을지 참담한 마음 가눌 길이 없다. 그런데 과연 대통령을 위시한 청와대 그리고 여야 정치권이 한 치라도 그 마음자락을 헤아려 가늠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가계빛이 1.000조 원을 훌쩍 넘어선지 오래다. 극심한 양극화 정책이 낳은 결과다. 거기 더해 공기업을 비롯한 공공기관의 채무 또한 첩첩 산중이다. 그들의 방만 경영 및 돈잔치를 책망할 부분도 없잖아 있겠으나,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 당국의 정책 실패로 인한 책임 떠넘기기에 있다. 그런데도 기재부는 그것을 만회할 요량으로 공공 요금 인상을 만지작거리는 듯하다.
누구의 잘못이고 또 누가 책임져야 할 일인가? 우선 이명박 정권의 무책임에서 기인한 난장과 비리를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로 인한 뒷처리를 아사 직전의 국민 일반에게 담당토록 한다는 것은 하늘의 분노를 자초할 짓이다. 극우단체 보조금을 비롯해 줄일 수 있는 지출은 모두 줄여야 한다. 특히 대통령의 패션쇼는 국민적 울화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재벌 회장 출신에게 하루 노역 5억 원 재판이 터져 나왔다. 봉투에 풀칠한 대가로 일당 5억 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그런가하면 어느 유명 어학원 회장은 4억 9천만 원을 자신의 운전 기사에게 주며 남편의 측근에 대한 살해교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청소년들 사이에서 돈만 주면 징역 살겠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나는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니다.
문제는 여기서만 그치지 않는다. 박근혜 정권의 서민 압살과 그러한 기만적 행태를 목도하면서도, 그에 대해 한없이 무기력한 제 1야당의 모습이다. 김한길, 안철수 공동 대표 체제의 새정치민주연합이 도대체 뭘하는 집단인지 이해되지 않고 있다. 야당으로서의 자기 존재감을 상실한 정당에 박수를 보낼 지지세력이 과연 얼마나 있을지 의문스럽다.
그간 그저 새누리당이 아니기 때문에 야권 성향 유권층에서 표를 몰아 줬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한 투표 행태로 인해 야당으로서 응당해야 할 역할을 방기한 것은 물론이고, 버르장머리까지 나빠진 것도 숨길 수 없다. 야당 지지층에서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는 자가당착은 시급히 청산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구태의 표본이며 낡아빠진 유물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시급히 제 정신 차리기를 촉구한다.
<정성태 : 시인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