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실종과 사라진 국회의 권위, 누구의 작품일까요?
감탄고토[甘呑苦吐] 란 고사성어가 있죠. 요즘 새누리당의 행실을 보면, 옳고 그름은 그 존재의 가치와 관계없이 그들의 비위에 맞느냐 안맞느냐로 귀결지어지는 것 같습니다. 달면 넙죽 삼키고 쓰면 뱉어버리기를 서슴치 않으니 그 경망함에 이젠 자괴감마저 듭니다. 차라리 엉덩이에 뿔 난 송아지의 어설픈 망동이라면 도살장이 제격이겠지만, 거칠 것 없다는 듯 자기 주제도 모르는 오만방자와 방약무인 [傍若無人] 은 국민들의 가슴에 염장을 지르고도 남습니다. 오만방자야 굳이 따로 설명드릴 필요없고, 방약무인은 곁에 아무도 없는 것과 같이 타인의 입장이나 형편을 살피지 않고 언행을 제멋대로 하는 것을 말합니다. 즉, 무례하게 행동하는 사람을 가리킬 때 주로 쓰는 말이죠. 새누리당을 빗댄 말로 비유가 적절했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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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이 천부가 분개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다름아닌 이미 입법화된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할 수밖에 없다는 새누리당의 탐욕스러운 제왕놀이에 함몰된 몰염치를 꾸짖고자 함입니다. 글 벗님네들도 아시다시피 선진화법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다수당을 차지할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국회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언행을 미연에 방지하고, 또한 소수당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여 다수당의 전횡을 막고자 그해 여야 합의로 처리된 것입니다. 더더욱 이 법안은 새누리당이 주도로 발의했고, 당시 비대위원장이었던 박근혜씨 역시 찬성표를 던지는 등, 법안통과에 전혀 무리가 따르지 않았습니다. 한데 이제와서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하자? 이 어깃장에 대응할 일고의 가치도 없지만 새누리당에게 되묻겠습니다. 무엇때문에?...
새누리당의 궤변은 이렇습니다. 정부 출범 이후 국회 선진화법으로 인해 여당이 주도해온 중점 법안 처리에 제동이 걸렸다는 것인데, 도대체 어떤 법안이 소위 야당의 발목잡기에 희생양이 됐다는 말입니까? 국민들은 오히려 굴종적이고 무기력한 야당, 더 나아가 고분고분하기까지한 야당에 대해 절망감마저 들어 원성이 자자한데, 어떤 부분이 불만이란 말입니까?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무책임하고 무능한 국회라는 지탄을 초래한 세력이 도대체 어떤 무리들입니까? 새누리당은 정치의 덕목인 대화와 타협, 설득과 양보, 특히 배려에 대해 단 한번이라도 고려해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승자독식이라는 허접한 논리로 횡포를 일삼고, 별 감흥도 없는 원걸쑈를 부추겨 소통에 벽을 쌓고, 변화와 혁신은 커녕, 구태를 답습하려한 무리들이 누구냐고 묻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법을 개정하려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분명한 사유가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용안(?)에 그늘이 드리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신들이 발의한 법을 개정한다? 당신들이 환관입니까? 하물며 야당의 비협조로 원자력방호방재법이 미방위를 통과하지 못해 국제적으로 신뢰를 잃었다고 호들갑을 떨면서 야당 탓을 하는데, 이것 역시 사실과 전혀 다르지요? 청와대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여야간 회의때도 안건으로 올라갔고, 원자력안전위원회 이은철 위원장이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에게 두 번이나 보고했다"고 했습니다. 이에 전병헌 대표는 "2월 국회에서 새누리당 지도부는 일언반구의 협조 요청도 없었다. 이제 와서 처리 지연의 책임을 야당에게 떠넘기는 치졸한 변명은 참으로 궁색하고도 유치한 모습" 이라고 사태의 책임이 새누리당에게 있음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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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논란의 소지를 불러일으킨 장본인이 누구인지 가려봅시다. 정 총리와 강 의장의 대화내용입니다. 정 총리는 이날 강 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시급성을 충분히 설명드리지 못한 데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고, 강 의장도 "나도 전혀 몰랐고 2월 임시국회 때 시급한 법안에 포함돼 있지 않았는데 언론 보도 후에 이 난리가 났다. 정부가 소홀히 대처한 것 같다"고 정부 책임을 분명히 했죠? 야당의 비협조로 인해 원자력방호방재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은 결코 아니지요? 설사 야당과의 타협에 걸림돌이 있다 하더라도 절충안을 들고 야당을 설득해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할 책임은 정부 여당에 있는 것 아닙니까? 한데 그런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고, 국정최고책임자까지 나서서 야당을 비판하는 것은 좀 뜬금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당신들을 통털어 무능하다고 하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당신들이 극구 반대하는 새정치민주연합 이상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방송법을 봅시다. 이번 방송법 개정안은 공영방송뿐 아니라 민간방송사 (종편)에도 노사 동수로 구성된 편성위원회를 운영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것으로 여야가 합의했으나, 종편을 보유한 언론사(조중동)가 극렬하게 반발하면서 새누리당이 합의를 번복한 것은 인정하셔야 할 겁니다. 그렇다면 합의를 번복하고 반대하는 이유가 분명치 않을 경우, 국민들의 지탄을 받아 마땅하겠죠? 도대체 개정안에 반대하는 이유가 뭡니까? 새누리당에 우호적인 족벌재벌언론의 폐쇄적이고 배타적이고 편향적인 편성이 정상이란 말입니까? 그도 아니라면 사회가 혼란스러울 때 일수록 위기의 본질을 바르게 진단하고 국민이 나아갈 바를 일깨워 줄 가치집단인 언론이, 그 책무와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강령을 대중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애걸복걸하는 것을 용인해 주겠다는 것입니까? 이러고서도 권언유착이 아니라 그 가증스러운 혀를 놀리실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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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토론 광장에 정치적 성향이 보수라는 분들도 많으실거라 생각이 듭니다. 우리 각자 갖고 있는 이념이나 신념을 잠시 접어두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해 봅시다. 정부와 집권당, 그리고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 세력들이 온갖 특혜와 변칙과 불법을 용인해주며 자신들의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면, 결국 그 피해는 누구에게 돌아갑니까? 특히 권력에 대한 감시와 부정비리의 고발을 주요한 책무로 삼는 기자들에게 성역은 따로 있을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 언론이 국민으로 부터 관제방송이라는 비아냥과 조소를 받으며 청와대가 하명한 보도지침만을 충실히 따르는 권력의 나팔수로 전락했다면 이것이 정상입니까 비정상입니까? 공정방송에 대한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는 법안마저 반대하는 새누리당을 비판하는 것이 아직도 못마땅하십니까?...
그렇다면 정권에 의해 길들여진 국내 언론이 성심을 다해 권력의 치부를 가려줄 때, 해외언론들은 국내정치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었는지 살펴봅시다. "1987년에 태어난 젊은 민주주의, 그 민주주의를 위해 한국 국민은 거의 35년 간 이어진 군사독재에 맞서 싸웠다"고 돌아본 뒤 "하지만 최근 사태들을 보면 민주주의란 끊임없이 만들어가는 것임을, 민주주의란 역사의 확보된 여건과 거리가 먼 것임을 우리 모두에게 상기시킨다"고 지적했습니다. 참으로 부끄럽죠? 이어 “북한의 위협을 이용함으로써 결국 민주주의의 체제를 훼손하느니, 대통령을 필두로 한국 정부가 제대로 된 민주주의의 예를 북한에게 보여주는 편이 차라리 나을 것" 이라고 조언하기도 했습니다. 입이 열개라도 반론의 여지가 없을 겁니다. 이것이 해외 언론들의 눈 이고, 또한 세계 유수의 매체들이 한국의 "요즘 안녕들 하십니까?" 열풍을 쉼없이 주목하고 있을 때, 과연 국내 언론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안타깝지만 천박한 평론만 되풀이 하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정부의 대변인 역활로...
일수사견 (一水四見) 으로 이 글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같은 물이라도 천상의 사람이 보면 유리로 장식된 보배로 보이고, 인간이 보면 마시는 물로 보이고, 물고기가 보면 사는 집으로 보이고, 악귀가 보면 피고름으로 보인다는 불교의 가르침입니다. 동일한 사물도 보는 그 주체, 혹은 마음에 따라 달리 인식된다는 것이죠. 새누리당은 더 이상 민의에 역행하지 마시고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상대를 바라봐야 할 것입니다. 또한 제왕적 권력에 의해 허수아비로, 또는 무소불위의 권력과 패거리정치에 함몰된다면 그 끝은 자멸밖에는 없습니다. 국익이니 민생이니 하는 넉살은 그만 흘리시고, 최소한 감언이설로 국민들의 고혈을 빠는 악귀는 되지 말아라 이 말입니다. 아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