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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으로 백지장인 사람이, 그에 더해 몽니까지 부리게 되면 그 조직은 결코 온전할 수 없다. 특별히 그가 책임 있는 위치에 있을 경우에는 전체 조직을 위험에 빠트리게 된다. 어떤 정치적 사안에 대해 확신할 수 없는 경우에는 주된 지지층의 여론을 살피고, 또 이를 토대로 올곧고 지혜로운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본인은 물론이고 조직 전체가 산다.
지방 선거 무공천, 그 근본 취지가 공천에 따른 비리를 막아 보겠다는 발상이다. 수도권에서 기초 의원 공천을 받으려면 5천만 원~1억 원 가량의 뭉칫돈이 오간다는 소문이다. 하물며 영남 지역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받으려 한다거나 또는 호남 지역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공천을 받으려 할 때에는 그보다 훌쩍 더 많은 금품이 오갈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이를 방어할 제도적 개선책이 요구된다. 무작정 정당 공천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만사형통은 아니다. 특히 어떤 책임 소재에 있어, 정당 정치의 실종을 초래하게 된다. 그리고 무공천에 따른 더 큰 부작용도 다분히 예견된다. 우선 지역 토호 세력의 발호가 그것이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활동성이 적은 여성 등용의 기회가 현저히 약화된다.
관건은 정당 공천을 하되, 뭉칫돈 공천 장사를 어떻게 막을 것이냐다. 우선 지구당 위원장에 의한 독단적 공천권 행사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 지역 당원들의 의사 결정을 최우선 조건으로 삼아야 한다. 정당별 비례 대표에 있어서, 여성 및 장애인 할당제를 도입할 필요도 있다. 지역에 일정 이상 거주 등의 조건도 함께 갖춰야 할 일이다.
며칠 전, 일단의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국회의원이 시청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게 무공천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하는 항의 농성이라고 한다. 그런데 번지수가 틀렸다. 4대강 비리, 해외자원개발 비리, 부정 선거, 간첩 조작, 하루 노역 5억 원, 가압류 노동 현장, 정치 혁신 및 서민 대책, 기간산업 민영화 및 의료 사영화에 대한 총력 저지 등을 들고 대중 속으로 파고 들어야 옳다.
그런데도 정작 집중해야 할 사안에 대해서는 게으름과 반대하는 시늉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그러니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별의별 파렴치한 짓을 자행하면서도 제 1야당의 눈치를 보기는커녕 오히려 함부로 깔아 뭉개는 것이다. 바라거니와, 목숨이라도 걸어야 할 일에는 사즉생의 자세로 임할 수 있어야 한다. 바로 그 지점에 제 1야당으로서의 존재 이유가 있음을 자각할 수 있어야 한다.
<정성태 : 시인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