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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방송통신위원장에 법조계 인물, 그것도 현직 판사가 임명됐다는 것 때문에 시끄럽습니다. 심지어는 이것을 삼권분립 정신에 위배되는 일이라고까지 하는 말이 나옵니다. 물론 그 문제도 당연히 거론되는 게 마땅합니다. 일부에서는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경우 판사들이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고려한 판결을 내리는 일들이 생길 거란 말도 많습니다. 당연한 우려이며 걱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우려와 더불어 또 하나의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최성준 신임 방통위원장은 방송 통신법에 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 방면의 전문가가 될 수도 있다는, 임명권자에 대한 옹호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조치가, 논란 여부가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전격적으로 이뤄졌을까요?
한국에서 지상파 방송, 즉 우리가 흔히 매스컴이라고 부르는 것이 그 본연의 나아가야 할 길을 가지 못하게 된 것은 민주화 이후엔 이명박의 집권 과정에서부터 그 뿌리를 두고 있다 할 것입니다. 물론 그전의 유신 시대의 폭압이나 5공시대의 폭압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형식적 민주화가 완결된 이후엔 이명박이야말로 언론자유에 재갈을 물린 암흑의 시대를 다시 연 주범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러나 그때도 언론의 자유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인터넷과 관련된 기술의 발달은 이른바 '팟캐스트 방송'의 탄생을 가능하게 했고, 이후 '나는 꼼수다'를 필두로 하여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방송들이 봇물터지듯 탄생하게 됐습니다. 이는 대선 이후 약간 그 기세가 꺾이긴 했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게속해 꾸준히 방송을 해 온 이상호 기자의 고발뉴스라던지, 실력있는 해고 언론인들이 품앗이 형식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당당히 매번 중요한 순간마다 취재력과 공정성, 그리고 여기에 걸맞는 파괴력을 보여주는 뉴스타파라던지 하는 매체들이 공신력을 잃어버린 지상파 매체들을 대신하고 있는 상황이 됐습니다.
여기에 4월부터는 지금까지 인터넷 라디오 방송 체제로만 운영돼 왔던 국민 TV 가 드디어 인터넷 베이스의 영상매체로 출범하게 되면서 이제 한국에서는 공중파를 대신할 수 있는 인터넷 뉴스 체제가 공정성을 잃은 기존 방송체제를 완전히 위협하며 대안세력을 넘어선 주류 매체로 발돋움할 수 있는 체제가 갖춰졌다고 보는 것이 무리는 아닐 정도의 상황 전개가 이뤄졌습니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저들의 대응이 어떻게 될까요.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것은 어떻게 하든간에 인터넷 관계 규제 법령들을 바꿔 인터넷을 통한 정부와 그들을 추종하는 세력에 대한 비판의 입을 막으려는 것 아닐까요? 신임 방통위원장에 굳이 현직 판사, 그것도 방송법을 관심을 갖고 연구해 온 것으로 알려진 인물을 앉히려는 저의에 이런 것이 숨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냥 소설일까요? 충분히 합리적으로 가져볼만한 의심이 아닐까요?
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삼권분립을 흔든다는 비난마저도 감수하며 박근혜 정권이 그 자리에 앉힌 최성준 신임 방통위원장. 그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지를 우리가 우려하며 지켜봐야 하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감출게 많은 정권은 그만큼 더 철저하게 자신들이 하는 짓을 더 감춰야 할 것이고, 그들에게 눈엣가시라 할 수 있는 인터넷 대안언론들을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탄압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할 것이고, 그래서 시민들의 감시와 연대, 그리고 투쟁은 더욱 요구되는 시대라 할 것입니다.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