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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이 국정원에 의한 조작임이 확연히 드러났다. 급기야 관련 사건의 국정원 조력자인 김 아무개 씨가 자살 시도를 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현장에 유서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이 또한 당사자가 자발적으로 작성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깊은 의혹이 남는다. 그가 발견된 모텔의 숙소 벽에 국정원이란 단어의 혈흔을 남긴 것을 비롯해, 배설된 대변이 함께 있었다는 점에서 제 3자에 의한 살해 미수 징후가 농후하기 때문이다.
상식의 범주에서 생각해 볼 일이다. 우선 자신의 목을 흉기로 그은 후에 거기서 흐르는 피로 글자를 남겼다는 것 자체가 쉽사리 이치에 맞지 않다. 아울러 배변 역시 타인의 무력에 대해 안감힘을 쓰면서 저항할 때 생겼을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국가의 최고 정보기관인 국정원 자체가 그야말로 거대한 범죄 집단인 셈이다.
이는 결코 일시적인 상황이 아니다. 계산된 일련의 공작에 따라 착착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길이 없다. 국회를 침탈하다시피 하면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을 연행하고 또 '이석기 내란음모'라는 무시무시한 죄목을 씌워 기소한 것이 우선 그렇다. 연이어 통합진보당을 마치 무슨 이적 단체 취급하며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를 속속 진행했다는 사실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이러한 만행이 목적하는 근본 원인은 결국 지난 대선 때 발생한 부정선거를 희석하기 위함이다. 원칙적인 입장에서 관련 수사를 지휘하던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을 찍어낸 점이 우선 그렇다. 이후 의혹이 불거진 국정원 직원들을 기소하려던 윤석열 당시 수사팀장을 수사에서 배제시킨 것도 모자라 좌천시킨 것 또한 그렇다. 김용판 당시 서울경찰청장의 부당한 외압에 맞서 진실을 알린 권은희 수사과장의 승진 누락도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부정한 권력을 지키기 위해 국가의 공조직을 유린하는 파렴치한 처사가 횡행하고 있다. 덕치는 고사하고 법치마저 처참히 무너진 비통한 현실을 목도하면서 국민 일반이 갖는 심적 고통은 어떤 것일까? 공의를 세워야 할 국가 권력이 오히려 자신의 편의에 따라 국정원과 검찰 조직을 사유화하고 있는 참담함 앞에 아연 말문이 막히고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그 배후가 누구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박근혜 정권의 명확한 입장 표명이 반드시 요구된다. 그것은 국민 일반이 갖는 최소한의 상식에 기초해 납득할 수 있어야 함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것이 국가와 국민 전체를 위해 바람직한 길이겠기에 하는 말이다. 성난 민심의 파도가 언제 어떤 형태로 청와대를 덮치게 될지 박근혜 정권이 깊이 새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성태 : 시인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