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의 판이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전격적인 제3지대 신당창당 선언으로 새누리당의 중진 차출론이 더욱 힘을 받는 모양새다. 서울시장 후보로는 정몽준 최고의원과 조만간 출마선언을 할 것으로 보이는 김황식 전 총리, 그리고 이미 출사표를 던진 이혜훈 최고위원이 나선다. 또한 경기지사에는 한때 새누리당 소장파의 대표 얼굴이었던 남경필 의원이, 인천시장에는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이 출마를 선언했다. 여기에 원희룡 전 의원까지 제주지사 출마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져 이번 지방선거에 새누리당이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국정원이 중심이 되어 자행된 국가기관의 부정선거의혹 여파로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시점에서 치루어 지는 지방선거이니만큼 정부여당에서는 이번 선거 승리로 부정선거의혹에 대해 확실히 매듭짓고 가겠다는 심산일 것이다. 정부여당이 이번 선거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특히 현 주무장관인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까지 인천시장 선거에 차출한 것은 이번 선거를 반드시 이겨야만 하고, 이기고 싶은 박근혜 정부의 절박함과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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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무장관의 선거출마는 그 자체로 문제의 소지가 많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은 처사다. (비록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지만) 선거의 중립성 측면에서 본다면 선거를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관리해야 할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과 역할에 반하는 행위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대범하게도 자신의 복심이라 평가받는 이 충직한 가신을 전장에 내보내면서 매우 위험한(?) 발언까지 서슴없이 날린다.
"인천이 국가적으로도 중요하고 여러가지 어려움도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정말 능력있는 사람이 됐으면 하는게 (국민의) 바람일 것이다. 결단을 했으면 잘 되기를 바란다"
박근혜 대통령이 인천이 어려워지게 된 이유가 전임 안상수 새누리당 인천시장의 말아먹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대통령이 유정복 전 장관의 당선을 바라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국민의 바람이 아니라, 더 정확히는 박근혜 대통령의 바람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보가 있을까?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 어째 굉장히 낯이 익다.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 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지지발언을 떠올리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개헌지지선까지 무너지면 그 뒤에 어떤 일이 생길지는 나도 정말 말씀드릴 수 없다. 국민이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 줄 것을 기대한다."
물론 겉으로 드러난 표현 자체에서 저 둘의 유사점을 찾을 수는 없다. 그러나 그 표현 뒤에 내포되어 있는 정치적 함의는 본질적으로 같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바람대로 국민들의 표심이 나타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굳이 차이점을 거론하자면 박근혜 대통령에 비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보다 솔직하게 속내를 내비쳤다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사실상 저 둘은 오십보 백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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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문제의 발언이 불러일으키는 반향은 극명하게 갈린다.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은 기본적인 수준의
'덕담'으로 웃어넘길 일이 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은 명백한 선거개입이자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 위반으로
'탄핵사유'가 된다.
결국 정치권력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같은 사안이 다른 결과로 명징하게 갈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주도하는 세력들의 의도는 상대를 도발하고 이를 통해 무력감을 유발하는 것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자들에게 과거의 문제를 들먹이며 형평성을 거론하는 것은 하수 중의 하수에 속한다. 민주당의 반응이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그래서 이 이빨 빠진 정당이 대변인 명의로 내놓는 대응을 지켜보는 것은 정말이지 딱하고 맥빠지는 일이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자들에게 아무리 상식적 기준과 원칙을 요구한들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저 기록해 두면 될 일이다. 그리고 훗날 이 덕담을 잘 활용하기 위한 자료로 기억해 두면 될 일이다. 굳이 논평을 할 요량이면
"대통령의 이번 덕담 훗날 잘 참고하겠다" 정도면 충분하다. 민주당에게서 상투적 수사와 진부함을 빼면 뭐가 남을지 걱정이 앞선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중진차출은 물론 주무장관까지 이번 지방선거에 투입하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이번 선거의 압승을 통해 부정선거의혹으로 흠집이 나 있는 정권의 정통성을 회복하고 나아가 정국 주도권을 확실히 가져오겠다는 심산이다. 그러나 솔직히 필자는 석 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보다 하루하루 삶의 극한 상황으로 내몰리는 사회적 약자들의 연이은 자살 소식이 더 신경이 쓰인다. 어제도 또 한 가정이 삶을 포기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정치권이 지방선거에 매몰돼 있는 사이 국민들은 이 시간에도
'사느냐 죽느냐'의 기로에서 처절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생각할수록 통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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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마무리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덕담과 관련해 필자도 새누리당을 위해 한마디 해야겠다. 이번 지방선거가 국가적으로도 매우 중요하고 여러가지 어려움도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정말 능력있는 사람이 됐으면 하는게 국민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새누리당이 특별히 이번 선거를 위해 당내외의 유력한 인사들을 차출하는 결단을 했으니 필자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솔직히 망했으면 좋겠다. 대다수 서민과 사회적 약자, 그리고 국가를 위해 그렇게 되기를 희망한다. 물론 당연히
'악담'이다. 자업자득이니 너무 서운해 하지 말기 바란다.
(출처:바람부는 언덕에서 세상을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