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막
제 1 장 한강 고수부지
3개월 후
단비 : (무대 불 켜지기 전) 희수야 ! 누나 아일 가졌어 !!!
(불 켜지면 한강 고수부지에 나와있는 희수와 단비. 희수는 단단히
충격을 받은 모습이고. 단비는 그러한 가운데서도 내심 자기 감정을
정리하며 추스르는 중이다)
단비 : 희수야, 우리 사이 정리하기로 해
변희수 : (단비의 뜻밖의 그 말에 더 충격을 받고 놀란듯) 그게 무슨 말이오 ? 아이
를 가졌다면서 ?
단비 : 그러니까 더더욱 하는 말이야. 우리가 지금 얼마나 말도 안 되는 불장난을
하고 있다는것을 깨달은거야. 미안해 희수야. 누나가 그동안 잠깐 정신이 나
갔었나봐. 사랑은 한번 불이 붙으면 인간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괴물. 미안해
희수야. 누나가 잠시 정신이 나갔었어.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안 돼. 누나는
남편이 있는 몸. 교수님께 가야해. 미안해 희수야. 더 이상 안 돼. 우리 사이
이젠 더 지속되면 안 되는거야
변희수 : (그 말에 더더욱 견딜수 없다는듯 사뭇 처절하게) 싫어 ! 말도 안 돼 !
아이를 가졌다면서 헤어진다는게 말이나 돼 ? 싫어 안 돼 ! 누난 내거야
! 내 사랑야 ! 누난 내거야. 내 아이야. 못 헤어져. 누난 내거야 ! 내 아내
야 ! 내 사랑이야 ! 내 아이야. 그 뱃속의 아이는 내 아이란 말야 ! (절대
단비와 헤어질수 없다는듯 더 처절하고 절실하게 단비를 끌어안지만 단비
는 그런 희수를 밀쳐내며 급기야 뺨을 때리기까지 한다. 단비한테 뺨을
맞은 희수는 원망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단비 : 미안해 희수야. 하지만 우린 진짜 이제 더 이상 이러면 안 되는거야. 생각해
보면 너무나 무모한 불장난이었어. 미안해 희수야. 널 향한 감정을 널 향한
욕망을 내가 먼저 절제했어야 하는건데. 누나가 되어서 타일렀어야 하는건데.
누나가 잠깐 정신이 나갔었었어. 하지만 이제 진짜 더 이상은 안 되는거야
변희수 : (어린애처럼 울부짖으며 떼를쓴다) 싫어 ! 안 돼 ! 못 헤어져 ! 누난 내거
! 내 사랑 ! 내 아내야. 다른 사람한테 못 줘. 누나 없는 세상 이제 더 이
상 생각할수 없어, 누나 못 보내. 다른사람한테 못 줘 ! 누난 내 사랑야.
영원히 내 곁에 있어야만 해. (다시 단비를 안으려하지만 단비는 다시금
희수 밀쳐낸다)
단비 : 희수 너 정말 안 되겠구나. (사뭇 노기까지 띤 표정으로) 안 된다고 그렇게
말했건만. 희수야, 우리 정말 이제 더 이상 이러면 안 돼. 모르겠니 ? 희수야
, 부모님을 생각해야지. 부모님이 이걸 알면 얼마나 충격을 받으시겠어 ?
변희수 : (그 말에 잠시 가슴 요동치는데) 누...누나... (희수의 눈빛이 흔들리는 가
운데 단비가 희수를 누나처럼 타이르는 아리아 ‘희수야 안 돼 ! 부모님을
생각해’ 시작된다)
단비 : 희수야 안 돼. 부모님을 생각해. 널 위해 고생하신 부모님. 시골에서 힘들게
농사지으며. 우리 희수 서울에서 공부 열심히 해 출세하기 바라셨잖아. 당신
들께선 가난했어도 희수는 훌륭한 사람되라며 고생하신 부모님. 얼마나 충격
받으실지 생각해봤어 ? 아무것도 모르는 부모님. 얼마나 실망하고 놀라실까
? 우리 희수 서울에서 열심히 공부해 훌륭한 사람 되기만 바라시며 고생하신
부모님. 가문 번성케 하길 바라신 부모님. 자손창성하길 바라시며 기도하신
부모님. 희수가 이러는걸 알면 얼마나 충격을 받으실까 ? 얼마나 실망하고
놀라셔할까 ? 부모님이 충격받아 쓰러지는 모습. 생각해보지 않았니 ? 희수
가 이러는걸 알면 피눈물을 흘리실거야. 희수가 오직 서울에서 좋은 대학 가
서 훌륭하게 되길 바라셨던 부모님. 피눈물 흘리시게 만들어서야 되겠어 ?
희수야, 잘 생각해봐. 우리가 이러면 안 되는 이유. 희수가 더 잘 알잖아. 부
모님을 생각해 희수야. 널 위해 고생하신 부모님. 희수가 정상적인 사랑을 해
예쁜색시 만나 알콩달콩 아이 낳고 행복하게 사는걸 바라실거야. 정상적으로
살기를 바라실거야. 희수가 이러고 있는걸 알면 얼마나 충격받아 쓰러지실까.
피눈물 흘리게되실까. 희수야, 안 돼. 부모님을 생각해. 우리가 이러면 안 되
는거야
변희수 : (단비 노래 듣고서도 고개 가로저으며) 싫어 ! 그딴거 나 다 몰라. 그런건
내게 다 중요치 않아. 이제 내겐 오직 누나뿐이야. 누나가 내꺼야. 누난 내
사랑야. 누나야. 내 아가야 ! 누나 뱃속의 아이 내 아이란 말야. 누나 내거
야. 다른 사람한테 못 줘. 누난 내 사랑야. (아이를 가졌다는 단비의 배 어
루만져보기까지 하고 더 간곡하고 절실하게 단비 끌어안는다. 단비 그럴수
록 더더욱 희수를 떨쳐내려 하지만 이제 단비도 더 이상 희수 떨궈내기 쉽
지않다. 희수에게 안겨 버둥거리고 있고. 결국 희수의 팔을 깨물어 희수가
그 아픔에 일시적으로 단비에게 떨어진다)
단비 : (겨우 자신을 진정시키며) 희수, 너 정말 안 되겠구나. 그렇게 말해도 못 알
아 듣겠니. 이젠 누나도 희수가 실망스러워지려 해
변희수 : 내겐 처음 느껴본 감정.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 세상의 모든 여
자들이 싫었던 나. 모든 여자들이 두려움과 경계의 대상이었던 나. 여성을
혐오했던 내게 처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해준 누나
단비 : (고개흔들며) 안 돼 ! 안 돼 ! 희수야...
변희수 : 어머니와는 또 다른 이름 누나. 그 감정 느끼게 해준 누나. 엄마가 어릴때
안아주던 그것과는 또다른 품안을 느끼게 해준 누나. 그 달콤하고 촉촉했
던 입술. 그 향기로운 느낌. 누나의 향기가 날 떨게 만들었네
단비 : (계속 고개 흔들며 세차게 거부한다) 내가 널 망쳤던거야. 내가 널 몹쓸길로
인도한거야. 이러면 안 되는거였는데. 희수야, 안 돼 ! 우리 더 이상 이러면
안 돼 !!!
변희수 : (단비 더더욱 절실하게 끌어안으며) 싫어 ! 못 헤어져 ! 누난 내꺼야. 내
사랑이야. 내 아이란 말야 !
단비 : 희수야, 안 돼 !!!
(그때 갑자기 무대안으로 뛰어드는 강철규. 두 사람의 뒤에서 버럭
소리를 지른다)
강철규 : 지금 이게 뭣들하는 짓이야 !!!
단비 : (화들짝 놀라 돌아보고는 철규가 나타난것에 기겁하며 경악한다. 희수도
황망하여 어쩔줄을 모르는데)
단비 : 여...여보... (격분한 철규는 단비의 뺨을 후려갈기고 단비는 쓰러진다. 한편
뒤를 이어 나타나는 고종석과 공희준. 실은 단비와 희수의 관계를 수상하
게 여긴 종석이 그동안 몰래 두 사람의 뒤를 밟아왔던 것이다. 그리고 마침
내 철규에게 두 사람의 현장을 안내한 것이다. 함께 이 자리에 따라온 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