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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넘어야할 벽 앞에서 너나없이 주저앉으면 할 수 없다. 한 번은 겪어야할 일을, 일이 일어나기도 전에 파토를 내버리면 할 수 없다. 도대체 모험과 위험도 싫다며 어떤 일에서든 적당히 타협하는 게 체질이라면 할 수 없는 거다.
도전과 모험과 감투정신이 없는 인생사에 그 어떤 가치 있는 마디와 옹이를 발견할 수 있으며 재밌는 스토리를 찾아낼 수 있으랴. 잔잔한 호수가 바람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물결이 인다고 해서 그것이 뭐 굴곡진 시련과 고난이기만 하겠는가? 자연이 제멋에 겨워 웃는 소리일 수 있고, 동무가 동무를 기다리며 흥얼거리는 노래 소리일 수 있는데 말이다. 이런 모든 것이 사람 사는 이야기고 춘하추동 옷 갈아입으며 계절갈이 하는 자연의 질서일 터이다.
어제 아침 난데없이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이 ‘제3지대 신당 창당’을 합의했다. 민주당으로선 여권과 맞설 야권 ‘단일대오’를 갖추게 됐다는 점이 가장 큰 명분이랄 수 있다. 그동안 민주당이 야당 노릇 제대로 못한 탓에 무당파로 돌아선 야권 지지자들을 결집시킬 기제가 될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따져 볼 일은 한 마디로 ‘제 3지대 신당 창당’이 민주당의 무력증을 고칠 수 있는 약이 될 수 있는가 이다. 조기 선대위 구성 요구 혹은 원내대표 조기 경선 등 최근 당내에서 불거지고 있는 코앞의 분란은 ‘야권 대통합’ 논리로 잠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정작 이 길이 근본적인 대책이 될 것인가?
한편 인물과 조직 등에서 제자리걸음이던 안 의원 측도 탈출구를 찾게 됐다. 기초공천 폐지를 끌어내면서 새 정치 명분도 일정 부분 유지하게 됐다. 안 의원 측은 최근 경쟁력 있는 인물을 영입하지 못하고, 정책비전의 차별화에도 실패했다. 지지율 하락 조짐까지 나타나는 ‘3중고’ 상황이었다. 그래서 민주당과의 합당은 “현실 정치의 벽에 막혀 새 정치 실험이 무릎을 꿇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양측의 현주소다.
혹자는 이러한 양측의 ‘제3지대 신당 창당’ 소식에 쌍수를 들어서 환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필자는 왠지 씁쓸하고 뒷맛이 개운치 않다. 국민들로부터 지지 받는 민주당이 그랬으면 좋았을 뻔 했지만 민주당은 그렇지 않고, 지난 2년 동안 국민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안철수 세력이 현상으로 끝나지 않고 실상으로 구현되는 모습을 보였더라면 소태를 씹은 것처럼 씁쓸하지는 않았을 거다.
민주당은 지난 해 사상 유래 없는 커다란 이슈를 가지고도 새누리당에 끌려 다니면서 빈손으로 2013년을 마감했고, 안철수는 날이 가고 달이 갈수록 거품과 추진력이 빠지면서 안철수 현상을 현실화 시키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사실 안철수의 국회 진입은 민주당이 멍석 깔아준 덕도 있고, 송호창 역시 야권연대라는 이름으로 거저 받은 공천 덕분에 된 국회의원이랄 수 있는 터에 이런 세력들이 창당을 한다면서 부산을 떠는 와중에 성과도 없이 전전긍긍하는 도중에 ‘제3지대 신당창당’을 발표했으니 박수부터 칠 마음은 도저히 일지 않는다.
예전에 구의원 하나 없이 이름만 국참당이던 유시민이를 야 5당으로 대접하면서 야권 빅 텐트론이니 뭐니로 사기치며 법석 떨던 것보다는 안철수 세력은 눈곱만큼 더 가진 세력이라 손 치더라도 문제가 많기는 마찬가지다. 새정치연합에 모인 인종들을 보면 새누리당에서 팽 당한 사람과 민주당에서 팽 당한 사람들이 얼기설기 똬리를 틀고 있는 집단 바로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여 안철수 새 정치연합을 보며 안철수는 시작하려다가 파토 낸 꼴이 됐으니 안철수 이후 그 누가 정치실험을 할 것이며 제 3당을 출현시키기 위해서 고군분투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될지, 정신이 다 아찔하다. 영원히 새누리당과 민주당만 존재하는 화석화된 시대에 살게 될지도 모르겠구나!
문제는 민주당은 언젠가부터 길이 아닌 길을 가고 있다. 창당 세력도 제대로 못 모아서 전전긍긍하고 있는 새 정치연합과 50:50 통합이라니? 억지는 무리수를 낳고 무리수는 파탄을 낫는 지름길이 된다. 국회의원 126명의 60년 정당이 국회의원 2명뿐인 무소속하고 50:50 통합이라고 말하는 것부터가 비정상이요. 억지가 아닌가 말이다. 상식은 이렇게 정확한 자대를 제공한다.
김한길, 안철수 똑바로 해라! 김한길, 그동안 보인 대여투쟁 마인드로 지방선거 승리하겠나? 안철수, 그동안에 여당에 쓴 소리 한 번 제대로 못한 반벙어리 행보로 민주당에서 잘 하겠나? 안철수, “내 이럴 줄 알았다.” 소리 안 나오도록 헌 정치 하지 마라!
<박정례 /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