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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막제 1 장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
한달후. 겨울풍경.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 겨울옷 복장으로 길을 거니
는 젊은이들의 모습 가끔씩 보이고. 공희준 무대 저쪽에서 등장.
공희준 : (등장하며) 희수야 ! 희수야 ! 희수 어디있니 ? (약속시간인데 보이지 않는 희수. 궁금하면서도 괜히 걱정도 되어 거듭 희수 찾고 있다) 희수야 ! 희수야 ! 희수 어디있니 ? 희수야, 형이다. 아직 안 왔니 ? 희수야, 형이다. 희수 어디있니
변희수 : (반대편에서 등장하며) 형, 나 여기있소
공희준 : (반가워 다가가며) 희수야. 녀석 늦었구나
변희수 : 늦기는요. 방금 도착한것을
공희준 : 근데 너 요즘 무슨 좋은일이라도 있니 ? 신수가 훤해보인다.
변희수 : 아뇨, 좋은일은 무슨. 별다른 일 없소. 난 언제나 다름없이 평범하게 열심히 공부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라오
공희준 : (하지만 쉽게 믿지 않는다) 허허...그래. (화제 돌리며) 대통령 선거도 끝나고 어느덧 연말. 한해가 이렇게 가는구나. 세월이 참 빨라
변희수 : (그런대로 수긍하는듯) 네
공희준 : (여전히 궁금한듯) 그런데 너 희수. 요즘 정말 무슨 일 있는것 아니니 ? 널 대학입시 전부터 봐왔던 나. 그래서 네 눈빛. 느낌만 봐도 알수 있을것 같다. 희수 너 정말 요즘 무슨 다른일 있는것 아니니
변희수 : (희준에게 말해주기도 좀 난감해 망설이고 있다) 정말, 아무런 일도 없는데. (하지만 더 이상 희준에게 숨길수 없을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결국) 형 !
공희준 : 응, 왜 ? 희수야 ?
변희수 : 사랑이란게 과연 무엇일까요 ?
공희준 : 사랑 ? (그러다 다소 놀란듯) 너 좋아하는 사람 생겼니 ?
변희수 : (하지만 여전히 솔직히 고백하기는 난감하고)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이런 감정. 어떤이를 볼때마다 공연히 설레고 떨리는 감정. 아니, 그 뿐만이 아니에요. 이젠 어디서 누군가가 그 사람의 이름을 언급할때마다, 그 사람의 이야기가 들려오기만 해도 괜히 내 가슴이 두근거려요. 가끔씩 사람들 입에 오르는 그 이름 들을때마다 내 가슴 두근거리는 이게 정말 사랑의 감정일까요 ?
공희준 : 허허...너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모양이구나 ?
변희수 : 모르겠어요. 이런 감정일까요 ? 형, 제가 말했죠. 제가 강철규 교수님의 책을 처음 접해봤던 날의 이야기를
공희준 : (희준은 이제 희수의 입에서 나오는 강철규 교수 이야기는 지겨울 정도다) 녀석, 내 그럴줄 알았다. 또 강철규 교수님 이야기냐 ?
변희수 : 그런게 아니에요 !
공희준 : 그러면 ?
변희수 : 마치 강철규 교수님의 책을 처음 접해봤을때, 그때의 감정과 비슷하다는 이야기지요. 강철규 교수님은 제게 이전에 몰랐던 세상, 세상에 대한 눈을 뜨기전엔 몰랐던 이야기들. 내게 처음 세상의 새로운 이치를 깨닫게 해준 그런분이라면...(감상에 사로잡혀) 그녀는 내게 이전에 느끼지 못한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해준 사람이에요
공희준 : 그럼 너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단 말이냐 ? 아니, 대체 어떤 여자이길래 그 정도로 비유를 해. 강철규 교수가 네 사상적 스승이나 진배없다고 말하던 녀석이. 그때의 감정에 진배없다고 비유할 정도면. 정말 널 단단히 사랑에 빠지게 한 여인이 있는 모양이구나
변희수 : 처음 가져보는 느낌이었어요. 처음 가져보는 설레임이었어요. 마치 그 감 정은 강철규 교수님의 책을 처음 접해봤을때와 같아. 강교수님의 책을 처음 보았을때는 마치 새로운 세상을 본것과 같은 신비로움과 설레임이라면 그녀는 내게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감정의 눈을 뜨게한 여인이에요. (그러면서 벌써 한달전의 일인 강철규 교수 집에서 단비가 뽀뽀를 해 준 볼과 입술을 마치 아직도 그때의 느낌이 남아있기라도 한것처럼 조심스레 어루만져본다) 그 촉촉한 감정은 정말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감정. 아기때 엄마랑 뽀뽀할때와도 많이 달랐어. 아기때 엄마랑 하는 뽀뽀는 그냥 엄마가 해주는 뽀뽀. 하지만 이것은 마치 어떤 금기의 성벽을 넘어서서 다가오는것만 같은 신비로운 천사의 느낌. 그 촉촉한 감촉은 부드러운 아이스크림. 그녀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는것만 같아
공희준 : 무슨말야 ? 그럼 너 그녀와 첫키스까지 헀단말이야 ?
변희수 : (부인하지 않은채 혼자 자기 볼만 연신 어루만져보고 있다)
공희준 : 허허...정말 놀라운 일일세. 그럼 너 진짜 요즘 단단히 사랑에 빠진 모양이구나. 하지만 희수야. 네게 첫사랑이 생긴것은 좋은일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조심해. 첫사랑은 대개 인간이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조절할 줄 모를때. 자신의 감성이 다 여물기도 전에 찾아오는법. 그래서 첫사랑은 누구에게나 너무나 뜨거운 열병이 되지. 그녀와의 일이 조금만 제대로 진척되지 않아도 미칠것만 같고 터져버릴것만 같은 가슴. 수많은 화살이 자신을 쏘는것만 같은 아픔. 그것이 첫사랑이 실패했을때 느끼는 아픔인 거야. 그러니 희수야 조심해. 너도 아직 감성은 여물지 못한나이. 자칫 사랑에 데일수도 있으니, 사랑에 상처받을수도 있으니 조심하렴
변희수 : (공희준의 충고를 듣는것인지 안 듣는것인지 혼자 자기감정에 취해 여전히 자신의 볼과 입술만 공연히 어루만져보고 있다. 아직도 단비에게서 입맞춤을 받던날의 느낌을 곱씹고 있는 중인지. 희준은 그런 희수를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려스러운 마음을 섞어 바라보고 있다) (이때 저만치서 고재열 등장. 희수와 희준을 알아보고 이쪽으로 다가온다. 재열과 두 사람은 우연히 만난것이다)
고재열 : (다가오며) 그대들 두 사람 그곳에서 무엇을 하시오 ?
변희수 : (재열 알아보고) 아 ! 고재열
고재열 : 그러면 그렇지. 공희준 선배를 만나는 중이셨소 ? (희준에게) 공선배도 오랫만이오. (하지만 희준은 원래 재열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 살짝 외면하고 있는 공희준)
공희준 : 자네의 그 거드름과 거만함은 아직 여전하구만
고재열 : 무슨 첫 인사가 그래요 ? 거만하다니 ? 대체 내가 무슨 거만을 떨었다고?
공희준 : 본인이 잘 알겠지
고재열 : 공선배는 내가 그렇게나 싫소 ?
공희준 : 알잖나. 내가 원래 경멸하는 부류가 자네처럼 집안배경좋고 학벌까지 좋아 그것 내세우며 으스대는 부류 가장 싫어하는것
고재열 : 허허...참. 솔직히 우리집안 그렇게 잘 나가는 집안도 아니고. 그리고 아직 대학 졸업도 안 했는데 학벌이라니 ? 부적절한 표현이시오
공희준 : 하지만 졸업하고 나면 서울대가 자네 학벌 될것 아닌가
고재열 : 아직 졸업도 안 했는데, 내가 졸업후에 학벌 내세우며 으스댈지 당신이 어찌 아시오 ?
공희준 : 자네같은 부류들은 원래부터 잘 알고 있으니까. (그리고는 희수에게) 희수 야, 너도 웬만하면 저런 녀석이랑 놀지마라. 저런 녀석이랑 놀면 결국 너도 물들어. 웬만하면 같이 어울려 다니지 말으렴
고재열 : (진짜 화가난다) 허허 정말 너무 하시는구려. 대체 내가 뭘 어찌했다고 ?
내가 보기엔 오히려 희수를 망치는 사람이 공선배 같구려
공희준 : (어이없어하며) 내가 희수를 망친다고 ?
고재열 : 그렇소. 맨날 쓸데없이 희수만 붙잡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쓸데없는 정 치 이야기나 하고, 쓸데없는 선동이나 하고. 그게 희수를 망치는길 아니오 ? 희수한테 맨날 쓸데없는 정치선동이나 하며 희수를 망치는게 결국 공선배인데
공희준 : 무슨 당치도 않은 소리 ? 난 그저 아직 세상물정 모르는 희수에게 세상의 이치를 가르쳐주었을 뿐이야. 그러는 자네야말로 시민단체 활동을 한답시고 공연히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람들이나 모으고. 그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