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막 강철규 교수의 집
막이 열리면 강철규 교수의 2층집 중 1층. 무대 한 가운데 접대용 테이블과 소파가 놓여있고, 무대 뒤쪽에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또다른 한쪽에는 부엌이 보이고, 무대 앞쪽은 마당과 그 앞의 대문. 그리고 무대 맨 앞에 약간의 길이 나 있다.
46세의 강철규 교수. 동갑내기 친구인 고종석(전직 언론인)과 거실 소파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철규의 스무살 어린 아내 단비가 차를 내온다
고종석 : 대통령 선거가 이제 한달도 채 남지 않았소. 정말 세월이 빠르구려. 이 정권의 5년도 이렇게 막을 내리고 있소. 참으로 요란했고, 참으로 실망스러웠던 5년 이렇게 흘러가고있소.
강철규 : (대꾸없이 말없이 차를 마시고)
고종석 : 강형은 이번 대선을 어찌 생각하시오 ?
강철규 : (말없이 미소지어보인뒤 고개 가로젓는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나는 그런 사소한 문제엔 관심없소. 다만 내가 여전히 우려하는것은 여전히 굴절과 왜곡이 많은 비틀어짐과 핍박이 많은 사회가 여전히 크게 달라지는것 없이 혼돈만 계속된채 흘러갈까봐. 그것이 걱정될 따름이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나는 큰 기대 안 합니다
고종석 : 아무리 그래도 차선 정도의 대안도 생각을 안 하고 있단말이오 ?
강철규 : (손 내젓는다) 여도 야도 다 똑같아. 정치지도자란 사람들. 알고보면 전부 거기서 거기. 모두다 사기꾼. 사기극을 벌이는 사람들이지. 하지만 그보다 나는 이 사회의 보다 근본적인 구조적 모순을 한탄하는 사람중 하나일 뿐이오
고종석 :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듯 고개 끄덕이고) 내가 강교수의 마음을 왜 모르겠소 ? 어쨌거나 한결같이 초연한 모습이구려. 정치권에 초연한 그 모습 말이오
강철규 : (약간 의미심장하게) 내가 정치에 초연하다구 ?
고종석 : 아니란 말이오 ?
강철규 : 세상의 일에 정치가 연관되지 않은일이 어디있어 ? 세상의 모든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실타래. 알고보면 모두 결국 정치가 나서야 풀수있는 문제지. 지역도 언론도 노동문제도 기업도 다 따지고보면 마찬가지야. 정치가 나서지 않고는 해결할수 있는문제 별로 없어
고종석 : (이해 안 간다는듯 고개 약간 가로저으며) 허허 참...강교수의 깊은 속은 정말 나도 알다가도 모르겠소
강철규 : 나는 그보다 우리 사회가 아직도 구시대적 패러다임에 얽매여 그 굴레를 쉽게 벗지 못하고 있다는것을 한탄한다오. 정치권도 문제지만 학생들도 문제지. 운동권이란 친구들도 알고보면 순 문제투성이거든. 세상의 진정한 미래 진정한 진보가 무엇인지. 그 이치를 아는 사람 별로 없어. 다들 참 무지몽매한 자들일 뿐이지
고종석 : 아 ! 어찌되었든 참 복잡한 세상사. 참 복잡하고 사연많은 이 나라. 정녕 이 땅의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실타래를 풀어줄 그런 인물은 아니 나온단 말인가
강철규 : 세상에 구세주는 없어. 메시아도 없고. 백마타고 오는 초인도 결국 없단 말이지. 따지고보면 다 똑같은 사람일뿐이오
고종석 : (허망한 이야기가 계속되는것 같아 화제를 돌린다) 그나저나 강교수는 참 복 많은 사람이오
강철규 : 내가 ?
고종석 : 나이 40이 넘도록 결혼을 못하다가 그 나이에 이렇게 젊고 아리따운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다니. 참 이러기 쉽지않지. 스무살이나 나이어린 제자를 아내로 맞이한 사람. 강교수는 정말 복받은 사람이오
강철규 : (괜히 쑥스러운듯 고개 긁적이고) 내 아내는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참 속 깊고.무엇보다 내 마음을 잘 이해하고 따라주는 사람. 참 믿음직한 내 인생의 동반자이지
고종석 : (그러다 문득 생각나) 아, 참 그리고
강철규 : (무슨일인가 의아해 보는데)
고종석 : 내 앞서 말했지만 사실 오늘 강교수에게 인사를 하러 오길 원하는 학생들이 있소. 내가 후원하는 시민단체의 인연으로 알고있는 학생들인데. 평소에 강교수의 책을 읽고 흠모해왔다는 사람들이오. 오늘 그래서 마침 강교수와 약속을 잡은김에 그들도 함께오라 일러두었소
강철규 : 그러고보니 오늘 함께 오기로한 학생들이 있다고 하더니만. 왜 같이 오지 않았소 ?
고종석 : 자기네들끼리 먼저 모여 함께 오기로 해서 시간이 좀 늦나보오. (시계보며) 하지만 올때가 곧 다 되어가는데 (헌데 이때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는듯한 벨소리. 집 앞에 이미 변희수,고재열,탁현민,김용민 4인방 당도해있다)
단비 : (인터폰 받으며) 누구세요 ?
탁현민 : (대문에서) 고종석 선생님의 안내로 강철규 교수님께 인사드리러 온 학생 들입니다. 지금 막 도착했습니다
단비 : (문 열어준뒤 철규와 종석에게) 방금 말씀하시던 그분들인가 보네요.
고종석 : 오, 어서 들어오게 해주시오 (대문 열리고 잠시후 변희수등 4인방 집안으로 들어서게 된다. 강철규 내외와 고종석이 그들을 반기고. 종석이 4인방중 인연이 있는 현민부터
철규에게 소개한다)
고종석 : 이 친구가 내가 후원하는 시민단체 인연으로 알고 지내는 탁현민. 이 사람 이야기가 자기 친구들중 강철규 교수님을 만나뵙길 원하는 친구들이 있다고 해 이와같이 약속을 잡은것이오
강철규 : (반기며) 오 ! 어서오시오 (현민이 먼저 철규에게 인사하고. 이어 친구들 인 고재열,김용민,변희수를 차례대로 소개한다. 헌데 4인방중 나머지 세 사람은 모두 정중하게 철규에게 인사 올리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철규를 오래전부터 흠모해 왔다는 희수는 한발 물러서 쭈볏거리고 있다)
탁현민 : (친구들을 소개하며) 이쪽이 저와 시민단체 인연으로 알고지내는 김용민 그리고 이쪽은 고재열. (그러다 한발 물러서서 쭈볏거리는 희수를 보고 의아해한다) 희수, 어서 이쪽으로. 거기서 뭐하시오. (희수를 철규 앞으로 잡아 이끌며) 그리고 이쪽은 서울대 미학과에 재학중인 장래가 촉망되는 변희수란 친구입니다. 희수, 어서 뭐하나 ? 강철규 교수님께 인사 드리지 않고. 신입생때 교수님 책을 읽고 감명받았다 하지 않았나 ?
강철규 : (현민의 말을 듣고 더욱 희수에게 관심보이며) 오, 그래요 ? 내 책을 신입생때 읽고 감명받았다니 고맙소이다. 그리고 이렇게 만나보니 반갑군 (하지만 희수의 지금 심리는 마치 엄청나게 좋아해오던 여자 연예인을 직접 눈앞에서 보게 된 아이돌 팬심과도 같다. 차마 철규를 제대로 바라보지 조차 못한채.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지도 못하고. 얼굴이 다 빨개져 말도 제대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
고재열 : (변희수의 그와같은 태도에 더더욱 의아해하며) 허허...왜 그러나 이 사람 희수 ? 강철규 교수님의 책을 입만열면 극찬하던 그대 아닌가. 이분이 바로 그 강철규 교수님일세
고종석 : (분위기가 다소 어색해지는것 같자 끼어들며) 자, 그러지말고 일단 앉아서 이야기를 나눕시다. 강철규 교수를 그토록 흠모하던 학생들이라니 참으로 의미있는 시간이 될것 같구료. 나야 탁현민군은 구면이지만 나머지 셋은 처음 보는 사람. 여하튼 다들 강철규 교수를 흠모하던 사람들이라니 부디 교수님으로부터 좋은 말씀 많이들 듣고 가시오. (4인방,고종석등 자리에 앉는다)
강철규 : (자신의 책을 읽고 흠모해왔던 학생들이란 말에 제법 뿌듯해진 감정으로 무게를 잡고) 자, 어쨌거나 날 흠모해왔다는 학생들이라니. 내 그대들 앞에서 모처럼 내 그동안 생각해왔던 이 땅의 청년들한테 한마디 일깨워 주고 싶었던 이야기를 들려드리리라. 이땅의 민중과 겨레가 나아갈길을 이땅의 한단계 진보를 위해 우리가 해야할일을
고재열,탁현민,김용민 : 들려주시오. 선생님의 그 사상을. 선생님의 그 철학을
강철규 :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 앞쪽으로 나오며) 이토록 훌륭하고 듬직한 이 땅&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