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페라 대본 >
오페라 변 희 수
시대적 배경 : 1997년
제 1 막
제 1 장 대학 강당
대학내에서 흔히 볼수있는 강당중 하나. 막이 열리면 텅빈 강당안에 변희수와 공희준 입장. 공희준이 강당 무대에 올라선다. 혼자 뭔가 많은 고뇌가 담긴듯한 시대의 지성인의 표정. 희수는 그런 희준에 대한 웬지 모를 동경심과 호감을 안고 그를 바라본다.
공희준 : IMF로 정국이 요동치고 있소. 올해는 대선이 있는해요. 한치앞도 내다보기 힘든 시절이 될 것 같소
변희수 : 대학가의 분위기는 대체로 어떻소 ?
공희준 : 대학가의 지지는 언제나 똑같소.
변희수 : (눈빛 번득이며) 그렇다면 ? (짐작한다는듯 고개 끄덕인다)
공희준 : (그런 희수가 듬직한듯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며) 젊고도 용감한 청년. 언 제나 미래에 대한 비전과 희망으로 눈빛 번득이는 청년. 세상이 그대에게 기회를 줄 날이 올 것이오. (의미심장하게 손을 잡는다) 그대에게도 곧 해야할일이 생길것이오 (희수는 희준의 말에 웬지 모를 감격에 부르르 몸을 떨고. 희준은 빙긋이 웃으며 그런 희수를 한번 더 격려한뒤 퇴장한다. 희수는 뭔가 아직 희준에게 할말이 남은듯 아쉬운 감정을 담뿍담아 희준이 퇴장한 쪽을 바라보 고. 그러나 이미 빠른걸음으로 사라져 보이지 않는 희준. 쉽게 단념하고 바로 자신만의 감정에 젖는다)
변희수 : 인생에 중요한 결단. 내게도 그 시간이 다가왔나. 누구나 사람은 세상을 살며 결단의 시간이 필요하지.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지. 젊은날의 결단은 미래를 정하는 방향타와 같은것. 나는 이제 무엇을 해야하나 ? 나는 이제 무슨 길을 택해야 하나. 청운의 뜻을 품고 찾아온 캠퍼스. 그러나 그 시간도 이제 서서히 막을 내려가고. 나 희수에겐 새로운 인생의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네. 아, 나는 어찌살까 ? 나 자신의 미래를 위해 열정을 불사르는 일 은 누구에게다 흥분되고 가슴 설레는 일. 청운의 뜻을 품고 찾아온 캠퍼스. 이제 그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고. 아 ! 나는 이제 어떤일에 내 야심을 걸며, 내 인생의 도전에 나서볼까 ? 아 ! 나는 이제 어떤 선택을 해야만 하는걸까. (격정적인 아리아 거의 마무리 되어갈 때 쯤. 고재열 등장)
고재열 :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 (한껏 자기 감정에 달아올랐던 희수는 재열의 갑작스러운 나타남에 찬물이라도 끼얹어 맞은듯 화들짝 놀라 바라 보고. 민망한듯 마치 불륜현장이라도 들킨 사람처럼 당황해 어쩔줄 모른다) 공희준 선배가 방금 강당에서 나오는것을 보았소. (살짝 놀리며) 말해보오. 대관절 공선배와 무슨 밀담을 나눈것이오 ?
변희수 : 놀리지 마시오
고재열 : 놀리기는. 내 어찌 그대를 놀릴까. 그대는 내 신입생 시절부터 참 마음에 맞았던 친구. 참 좋았던 인생의 벗. 참다운 친구는 의와 정을 나누는 법. 내 어찌 그대같은 좋은 친구를 놀리리까
변희수 : 공희준 선배가 요동치는 세상사를 한마디 일러주고 갔소. 그러면서 내게도 일할기회가 있을거라 전해주었소. 아, 내게 마침내 인생에 새로운 선택 의 기회가 열린다는 것에 나도 모르게 흥분하여 노래불렀소
고재열 : 희수 그대는 내가 신입생 시절부터 쭉 지켜본, 언제나 자신의 일에대한 열정에 가득차 있고, 미래에 대한 꿈과 소망으로 가득차있는 성실한 청년. 언제나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그 모습 항상 동경하고 사랑해 왔소. 그러나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정을 불사르는 일도 좋지만, 너무 외곬로 자신만의 길을 가는것도 그리 바람직하지만은 않아. 그대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고파서 이리 찾아왔소.
변희수 : (의아한듯) 무슨 말씀이오 ? 그게 대체...
고재열 : 희수 그대는 언제나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혼자 무한질주 하는 청년. 하지만 그대의 그와같은 열정 한켠에 외로움과 고독이 있음을 느꼈소. 무 한한 자부심과 자존심 한구석에 어떤 그늘이 있음을 느꼈소.
변희수 : (웬지 불쾌한듯) 부질없는 소리 마오. 내게 그늘같은것은 없소
고재열 : 자신을 숨기지 마시오. 내 어찌 그대를 모를까. 스스로 부인하며 숨기려 하지만 그대의 심성 한 구석에 그늘이 있어. 그 그늘을 채워주기 원하오.
변희수 : 대체 무슨 말을 하는거요 ? 대체 무슨 ?
고재열 : 내 그대에게 함께 마음을 나눌만한 좋은 벗이 될만한 사람이 있어. 특별히 데려왔소. 그대와 나 그리고 그 두 친구만 있으면 우리는 세상 무엇하나 두려울것이 없는 환상의 조합이 될 것이오. 아, 나 진정 그대에게 좋은 친구 두 사람을 소개해주길 원하지 거절하려 하지만 말고 내 제안을 받아 주오.
변희수 : 친구는 부질없소. 사랑도 부질없어. 나 일찍이 인생이 혼자만이 가는 외로운 싸움임을 깨달았소. 그런 부질없는 일 따위는 하지말로...차라리 내게 도움이 될만한 책이나 한권 선물해 주시구려.
고재열 : (희수를 거듭 간곡히 설득한다) 그러지 말고 한번 만나나 봐 주시오. 오늘 내 소개해주는 두 친구를 만나면 결코 후회하는 일은 없을것이오.
변희수 : (일단 궁금증이 생겨) 대체 어떤 사람들인데 그러시오 ? 한번 만나나 봅시다.
고재열 : (밖을 향해) 그대들 들어오시오. (재열의 말에 무대 안으로 들어서는 탁현민과 김용민. 탁현민은 웬지 유약해보이는 샌님같은 스타일이고, 반면 김용민은 제법 커다란 풍채에서 어떤 위압감마저 느껴진다. 희수도 순간 용민의 체구 앞에 주눅이 들 지경인데. 재열 두 사람을 본격적으로 희수에게 소개한다)
고재열 : 이쪽은 연극영화과를 전공하는 탁현민이라는 친구로 방송과 공연연출쪽에 탁월한 아이디어와 재능을 갖춘 친구고, 이쪽은 김용민으로 신학을 전공하는 세상을 보는 예리한 통찰력과 날카로운 분석력을 가진 친구요. 이들과 교류하면 변희수 그대의 앞날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오
변희수 : (여전히 낯설어하며) 처음보는 사람들인데 우리학교에 이런 학생들이 있었소 ? 더욱이 서울대에 신학과가 있다는 소리는 처음 들어 보는데 ?
고재열 : (웃으며) 우리학교 학생들이 아니라 내가 시민단체 활동을 하다 알게되어 교류하게 된 사람들이오
변희수 : 고재열 그대가 오래전부터 시민단체 활동에 많은 관심을 가져온 친구란 것을 나는 알고있소. 하지만 난 그런데엔 관심없소. 난 다만 내 앞으로의 길고긴 인생길에 이 젊은 열정을 어찌 불태울지에만 관심이 있을뿐이오.
탁현민 : (희수에게 다가오며) 고재열 동지로부터 그대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 었소. 비록 타고난 가정환경은 불우하지만 우수한 성적과 총명한 머리를 지닌 이 시대의 드문 인재. (희수는 친밀감을 주려는듯 다가오는 탁현민이 다소 불편한듯 약간 거리를 두고) 그대의 열정, 그대의 재능. 세상을 위해, 이 혼탁하고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는데 한번 써보는것은 어떨까. 고재열 동지로부터 나 그대에 대해 많은 이야기 들었소. 그대의 능력,그 대의 재능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는데 한번 써보는것은 어떻소 ? (희수 손을 잡으며) 함께 일해봅시다 친구
변희수 : 고재열이 날 추어주기 위해 과장된 말을 했구려. 재열군이 내 이미지를 좋게 각인시켜 주려고 다소 과장을 했던것 같소. 나는 세상의 이런저런 문제에 별 관심 없어. 세상보다는 나 개인의 열정. 개인의 열정을 어찌 불태울지. 거기에 관심이 있을뿐이오
김용민 : (역시 다가오며) 개인의 열정, 개인의 꿈을 위해 짧은 인생 불사르는것도 의미는 있지. 그러나 우리는 어차피 모두 이 세상을 구성하는 하나 의 일원. 세상과 개인은 별개일수가 없어. 세상을 위해 개인의 열정과 능력을 헌신하는것. 결코 의미없는 일이라 할수없소. 자, 친구 어떻소? 우리와 함께 손을 잡아봅시다
변희수 :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