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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산가족상봉'이 예정에 따라 2차 일정까지 마무리됐다. 이제 헤어지면 또 언제 만날 수 있다는 기약조차 없다. 심지어 생사마저 확인할 방도가 없어 더없이 안타까운 작별이다.
가족들의 오열이 어떠했을지는 능히 미루어 짐작케 된다. 이승의 기한이 많지 않음을 알기에 더욱 북받치는 감정이었을테다. 자칫 죽어서나 만나게 될 서러운 처지 앞에 놓여 있다.
천륜에 따라 운명된 그들의 관계다. 결코 철조망 하나로 선을 그어 혈육의 왕래를 가로 막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혈도를 막고서 어찌 그 인체가 온전할 수 있기를 바라겠는가?
정전 반세기가 넘어선지 이미 오래다. 그런데도 이런 문제 하나 제대로 해결 못하는 국가 권력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남북 주민 공히 권력 놀음의 희생물로서만 존재해야 한단 말인가?
이제라도 정례화해야 한다. 1년에 단 한 차례라도 아무런 정치적 조건없이 주기적인 만남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 아울러 서신 왕래 및 화상 통화와 같은 안 또한 도출해야 한다. 남북 당국 사이의 보편적 인간애가 보다 절실하게 요구되는 사안이다.
특별히 그들 모두는 혈육이지 않던가. 그마저 실행하지 못하면서 어찌 남북 관계 개선을 입에 담을 수 있겠는가? 가장 손쉬운 문제부터 해결하는 가운데 그 폭과 깊이를 날로 증진해야 할 일이다.
통일은 결코 요원한 일이 아니다. 남북문제를 정치 쟁점으로 악용하지 말고, 진정성 있게 다가설 수 있어야 한다. 정치 권력의 야만성에 치를 떠는 국민이 많을 수록 그 국가의 밝은 장래는 그만큼 담보되기 어려운 까닭이다.
<정성태 : 시인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