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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언론을 제 4의 권력이라고들 합니다만, 요즘 한국 언론을 제 4의 권부라고 한다면 그것은 조중동만을 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듭니다. 이미 지상파는 스스로가 권력일 수 있는 길을 포기하고 권력의 종이 되어 버렸으니 해당사항 없다고 봐야겠지요. 조중동도 그런 면에서는 딸랑거리는 종일 수 밖에 없지만, 스스로 의제를 설정하고 프레임을 만드는 능력으로 따질 때, 언론의 힘은 어쩌면 기존의 권력 삼부보다도 더 클지도 모르지요. 한국 사회를 몇십년동안 계속해서 똑같은 모습으로 끌고 나가고 반동성을 유지시키는 그 힘 자체는 인정해야 하겠지요. 물론 그들이 그럴 수 있는 원동력은 권력과의 유착으로부터 탄생하는 것이긴 하지만.
방송이 제 4의 권력으로 불리울 수 있는 이유, 그 당위성은 언론이 권력을 견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견제는 당연히 철저한 감시와 공정한 보도에서 나와야 하지만, 한국의 언론권력은 그것이 정치권력과 유착함으로서 나온다는 데에서 국가적 비극의 원인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명박은 언론의 비판 감시 견제 기능을 모두 거세함으로서 자신이 원했던 것들을 모두 장악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이를 이어받은 박근혜 정권은 당연히 그 언론의 힘을 자신의 것처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언론이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한 기사나 보도를 내보낼 경우 바로 그들의 목줄을 쥐고 흔들려 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라는 곳이 지금껏 저질러 온 만행 - 그것은 만행이라는 말 말고는 다른 적절한 표현을 찾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 을 보면, 심의라는 이름 아래 그들이 만들어내는 편파성은 그들의 존재 이유 자체를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기존 언론의 무력화나 권력과의 유착을 배제하려는 움직임들도 상대적으로 적극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언론의 본래 사명을 되찾고자 하는 움직임들은 결국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를 통한 대안언론의 발전이라는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의 형태는 다양해서, 미디어몽구나 망치부인 같은 이른바 1인미디어들이 있는가 하면, 소규모 취재팀을 짜고 기동성을 최대한 살리는 이상호 기자의 고발뉴스나 혹은 국제적인 연대를 통해 영향력을 확보하며 전문가집단으로서 구성된 뉴스타파 같은 매체도 있습니다. 또 현겨레나 미디어오늘, 오마이뉴스 등의 기존매체들은 인터넷을 통한 영상매체를 따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또 하나의 집단이 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다양화되고 사람들의 관심이 보다 세분화되면서 성장한 파워블로거 집단들입니다. 이들은 개개인 하나하나가 영향력을 갖고 있는 매체일 수 있으며 양질의 컨텐츠를 생산하고 이것에 대한 공감들이 모이며 하나의 세력화가 된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들이 맡고 있는 분야들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어떤 특별한 언론과도 같은 존재로 딱히 인정할 수 없는 면도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따르는 여타 블로그들, 그리고 SNS 와 블로그가 결합할 경우 생기는 시너지를 고려해 보면 이들도 충분히 언론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이런 파워블로거들은 때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자신이 파워 블로거인 것을 내세워 무전취식하는 이들의 문제가 대표적인 것이겠지요. 그리고 엊그제 문제가 된, 누군가의 10년된 직장을 박탈해 버린 파워블로거의 경우, 그리고 몇년 전인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상품 리뷰 블로거의 경우를 보면 답답합니다. 블로그가 인기가 있다는 것이 블로거의 권력이 증가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왕왕 있는 것이지요. 그것이 권력이라고 한다면 그만큼 책임도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이들 파워블로거들은 몰랐던 걸까요? 아닐 겁니다. 그들에게 부여되는 그 '권력같이 보이는 무엇'은 해당 블로그의 포스팅에 공감하고 반응했던 다른 블로거들이 만들어 주는 겁니다. 때문에 공감을 상실한 블로거들의 블로그는 금방 무너져갈 수 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이런 사례는 파워블로거라는 이름이 어느정도의 권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실제로 한국처럼 언론의 자유가 일정정도 저해되어 있는 국가에서는 블로거가 뉴스 생산자가 되어야 할 경우도 상당히 발생합니다. 그 필요성도 분명해 보이고. 사실 그렇기 때문에 파워 블로거 개개인의 자신의 역할에 대한 자각이나 책임의식 같은 것도 분명히 뒷받침되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제가 고발뉴스를 통해 방송을 하는 것도 제 자신의 어떤 책임의식 같은 것 때문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하면, 제 블로그가 조금이라도 영향력이 있기 때문에 파워블로거라는 타이틀을 달았다면, 거기에 맞는 어떤 책임의식 같은 건 지녀야겠다고 생각하고 이 때문에 고발뉴스에 재능기부를 하기로 결정했던 것입니다.
어쨌든, 굳이 결론 비슷한 걸 내자면, 지금과 같은 시기에 파워블로거 한 사람 한 사람이 나름대로 도덕성, 책임의식을 지니고 자기 블로그를 운영해 나가는 것은 단순히 그 블로거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에 영향력있는 '매체'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공공재로서 공정성과 신뢰성을 가지고 있어야 할 언론이 부족할 때, 파워 블로거 한 사람 한 사람이 공정한 뉴스와 의견의 생산자가 된다는 것은 큰 의미가 부여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 파워블로거의 '일탈'이 불안한 것은 이것이 그나마 조금이라도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언론과 유사한 힘을 가진 파워 블로거 그들 자체를 탄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일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기자들을 언론사에서 해직시켜 버렸던 정권이 다음 눈을 돌릴 곳이 어딘지는 거의 뻔하지 않겠습니까?
블로거들이 나름 스스로를자정하지 못한다면 이것은 탄압의 빌미가 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나마 인터넷 유저들이 가지고 있는 방어 전투력이 '권력'으로 왜곡된다면 이것도 황당한 일이 되지 않을까요? 역시 블로거들의 자정노력, 그리고 그런 생각을 가진 블로거들의 평등한 연대, 이런 것들이 무척 요구되는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