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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엔 늘 인파가 넘친다. 골목길마다 사람이 가득하고 복잡하기 그지없다. 명동거리에서도 제일 붐비는 곳은 지하철 4호선 명동역에서 6번 출구로 나오는 길이다. 300m 남짓 되는 길을 걷다가 예술극장 앞에서 멈추면 비로소 숨통이 트이고 비교적 할랑한 공간이 나타난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에서는 심심찮은 길거리 공연이 펼쳐진다.
먼발치에서 봐도 사람들이 동그랗게 원을 그리고 서있는 것을 보면 “아, 뭔가 벌어지고 있구나!” 싶다. 참새는 방앗간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않는고 한다. “그래 나 참새다.” 걸음을 재촉하며 인파를 헤치고 ‘즉석 방앗간’을 향해서 다가갔다. 기자 본능을 발휘하는 거다.
와우! 펭크 맨? 핑크색 모자에 핑크색 와이셔츠에 핑크색 바지를 입고 서있는 그야말로 핑크 맨이 서있었다. 양말도 넥타이도 핑크색이다. 얼굴도 핑크색 천으로 다 가렸다. 이런 사나이가 한 가지 포즈를 취하면 한동안 마네킹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다. 그러다가 한쪽에서 감탄을 하며 “어머 저거 봐!” 같은 소리가 들리면 동작 한 가지를 만들어서 상대방한테 걸어가서 또 멈춰 섰다.
행위예술이다. 어떤 콘셉트로 공연을 하던 그것은 공연자 마음이다. 오늘은 보다시피 핑크 맨이다. 핑크? 그래 언뜻 생각나는 사람 하나가 있다. 세계적인 호텔 기업의 상속녀라 페리스 힐튼이다. 그녀는 때때로 온갖 것을 핑크색으로 뒤집어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옆에서 말하는 것을 듣고 알았다. 저 핑크 맨은 호주 사람이고 나이는 27살, 거리공연으로 돈을 벌어가면서 세계여행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같은 장소에서 어제도 보았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핑크 맨 앞에 있는 돈 통에 1000원짜리 지전이 쌓여 있다.
“핑크 맨, 재밌어요. 덕분에 좋은 구경했습니다”
<박정례 : 기자/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