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을 강탈당한 김연아 선수가 무대 뒤편에서 조용히 울다 카메라가 비추자 급히 눈물을 닦고 있는 안타까운 모습 김연아 선수의 은메달, 더 정확히 말하면 빼앗긴 금메달 소식을 듣고 속이 상했습니다. 그러다가 김연아 선수가 혼자 울고 있는 사진을 보고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아마 그 뉴스 속 사진을 본 사람이라면 거의 누구나 같이 눈물지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나름 메트로폴리탄이라고 스스로를 생각하지만, 월드컵 때도 그렇고 올림픽 때도 그렇고, 결국 핏줄은 어쩔 수 없는 겁니다. 사실 바로 이 지점 때문에, 거의 모든 정치 세력들은 국가별 대항 스포츠 이벤트를 체제 강화의 장으로 삼아 왔습니다.
모두 아시겠지만,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은 히틀러가 자신의 위세를 뽐내고 국내외적으로 '게르만 정신'을 내세우며 그의 독재를 정당화 할 수 있는 기틀, 더 나아가 전쟁을 일으킬 정서적 명분까지도 만들어 냈습니다. 우리에게 이 올림픽은 손기정 옹의 마라톤 우승으로 더 알려져 있지요.
독재자 전두환은 1988년 올림픽 유치를 통해 근본 없는 정권의 위신을 세우고자 했지요. 자기는 결국 그 개막식조차 참석하지 못했지만. 이때 한국도 권투에서 금메달 편파 판정 의혹이 있었습니다. 웃기는 건, 공정하고 깨끗하게 승부를 가려야 할 아마추어 스포츠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올림픽에서조차 이른바 개최국 프리미엄이라고 부르는 게 있고, 이게 공공연히 인정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가 너무 심했다 싶으면 솔트레이크 올림픽에서처럼 편파적 판정 시비가 메달 색깔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이번 김연아 선수의 경우가 이런 경우가 될 수 있을지 기대해 보는 것도 그 전례가 있기 때문이죠. 그러려면, 정부 차원에서의 강력한 항의 같은 것도 있어야 하는데... 글쎄요, 기대할 수 있을까요? 뉴욕타임즈나 워싱턴 포스트, 르 몽드 지 같은 세계 언론들조차 제기하고 있는 '부정선거 의혹'을 생각해보면, 한국이 정부차원으로 항의를 하는 순간, 어떤 날선 반론이 날아올 지 뻔히 알고 있는 이 정부에서 이 사건을 두고 항의를 못하겠지요.
그리고 또 하나, 우리의 국격의 문제가 있습니다. 민주정부 10년동안 세워 놓은 국격을 이명박이 다 말아먹고 나서 부정선거로 당선된 대통령이 집권한다는 의혹이 국격을 얼마나 떨어뜨렸는지 생각한다면, 러시아가 저렇게 뻔뻔하게 김연아의 금메달을 가로채어 가 버린 이유가 더 명확하지 않을까요. 얼마나 우습게 보였으면.
중국 정부에서 한국의 검찰과 국정원에 대해 자국 법을 적용해 위조범을 밝히겠다고 나서는 작금의 상황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국가, 즉 정부가 신통치 못하니 금메달조차도 빼앗기는구나 하는 겁니다. 원칙만 서도, 상식만 제대로 섰어도, 국격은 얼마든지 다져졌을 터이고, 그렇다면 김연아 선수도 자기 금메달을 충분히 지켰을텐데 하는 아쉬움, 접을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