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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남방에서 발생한 해군 초계함인 <천안함> 침몰 사고로 MB정부는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다. 침몰의 원인이 무엇이든 그 책임소재는 MB 정부에게 귀결되기 때문이다. 사고의 심각성을 반영하듯 청와대 지하 벙커에서 이틀 동안 네 번이나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했지만 어떤 사실보다는 MB의 원론적인 지시사항만 발표되었다.
유력한 가상 상황을 분석해보자.
-북한 해군의 기습공격-
지금까지 보도된 정보를 엮으면 가능한 상황이다. 두 초계함이 이례적으로 근접 작전을 수행했고 <천안함>이 원인 모를 큰 폭발음과 함께 침몰하기 시작했고 침몰하는 함정의 함장이 보고계통을 무시하고 휴대폰으로 참모총장에게 직접 보고했고 근처에 있던 <속초함>이 어떤 표적을 향해 발포했다. 해군 구조대가 출동했지만 다른 작전을 수행했는지 한참 늦게 도착한 해경과 백령도 주민이 승조원들을 구조했다. ‘세 떼를 향해 발포했다’는 당국의 발표를 빼면 일련의 과정이 영락없는 비상상황이다.
이 경우, 서해가 대책 없이 뚫렸다는 그야말로 상상하기도 싫은 심각한 결과가 나온다. 당하고도 대응공격조차 제대로 못하고 패전을 덮기에만 급급한 MB정부에겐 치명적이다. 이 상황은 국군통수권자인 MB호의 침몰과 같다.
-함내 사고-
유족과 전문가는 함선 결함의 개연성을 주장하고 있다. 어떤 정보당국은 내부소행일 수도 있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놓았다. 그러나 최초 5분 동안 갇혔다가 나와 상황을 파악할 겨를도 없이 퇴함명령을 내리고 탈출한 함장은 ‘절대’라는 표현까지 쓰며 외부충격임을 강조했다. 생존자들의 증언도 함내 사고가 아니라고 했다. 함내에서 갑작스런 폭발음만 듣고 외부충격임을 단정한 것이다. 어떤 지시에 의해 의견을 조율했을 가능성이 있는 대목이다.
이 경우, 내부적으로 복잡한 상황이 발생한다. 무리한 운항, 군 기강 해이, 정비불량 등 그 책임소재가 복잡해진다. 군 지휘계통에 일대 혼란이 초래된다. 최종 화살은 부자에게 감세하고 국방 관련 예산을 삭감하면서까지 4대강을 파헤치는, 국군통수권자인 MB에게 돌아간다.
-기뢰 폭발-
침몰지점이 수심이 얕고 백령도에 근접한 수역으로 보아 고정 기뢰는 아니다. 군 당국은 부유기뢰 쪽에도 혐의를 두고 있지만 사고 수역에 기뢰가 있다 없다고 단정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함미 쪽에서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보아 그 가능성은 적다고 했다.
이 경우, 어쩌면 MB정부가 비난을 가장 적게 받는, 바라는, 혹은 (사건을 은폐하고 있다면) 유도하려는 쪽일 것이다. 터진 기뢰가 ‘내가 그랬소’ 또는 ‘내가 안 그랬소’라고 자백하기 만무다. 따라서 기뢰폭발로 인한 사고가 MB정부에게 가장 부담이 없다. 그래선지 외부충격 쪽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어떻게 대처했나.
최소한 함정과 함정, 사령부와 함정 사이의 통신기록과 생존자들의 현장 상황 증언을 종합해보면 사고의 원인에 조금이라도 근접할 수 있을 텐데, MB는 자초지종을 보고받고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안보회의를 네 차례나 열었지만 무엇을 논의했는지 밝혀진 것은 없다. 국제적 파장이 큰 사고라서 다각도로 논의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청와대 브리핑 내용은 특별한 것이 없어 병역 미필자들이 모여 무엇을 논의했는지, 무슨 음모를 꾸미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따라서 천안함의 침몰 과정과 사고원인 등에 대한 의문이 계속 증폭되고 있다.
사고 발생 후의 대처상황을 보면 결코 잘했다고 볼 수 없다. 사상 초유의 사고가 발생해 장병 46명의 목숨이 바다에 수장될 급박한 상황에도 조류 핑계를 대다가 이틀이나 지나서야 구난함과 기뢰제거함을 파견하는 조치는 명백한 늑장대처다. 그런데 MB는 ‘초동대처를 잘해서 큰 피해를 막았다’는 특별한 발언을 했다. 정권의 안위와 관계되는 일이라 허둥대다가 방법이 없자 조직적으로 뭉개려는 암호일까.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천안함>의 침몰 원인이 무엇이든 MB정부에게 유리한 것은 없다.
따라서 만약 MB정부의 유불리를 점쳐 사고를 수습하려 한다면 MB정부는 국가를 지키고 경영할 능력이 없다. 만에 하나, 사고의 진실을 은폐하고 기뢰에게 뒤집어씌우는 일은 없어야 한다. 어떤 결과든 MB정부에서 일어난 일이다. 마땅히 책임질 일이다. 한 점 의혹도 없이 과정과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