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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추진위원회 윤여준 의장이 20일 발간 예정인 ‘윤여준의 진심’이라는 책을 통해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생각에 대해 상당히 많은 말을 했다.
먼저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정치연합과 민주당의 연대론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는 데 대해 윤 의장은 “국민 눈에 거래를 하는 것처럼 비치는 순간 자멸”이라며 “연대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그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지더라도 깨끗하게 져야 한다’는 점을 무척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윤 의장은 이렇게 말했다.
“야권연대를 주장하는 근거에는 양당 구도가 전제돼 있다. 하지만 우리(새정치연합)는 그 구도를 부수겠다고 나온 사람들이다. 기득권 구조인 양당 구도를 부숴 새정치를 하라는 게 국민의 주문이다. 우리가 구상하는 구도는 새정치와 낡은 정치의 대결 구도다. 새누리당이나 민주당 모두 낡은 세력으로 몰고 우리는 약자지만 새정치를 추구하면서 우리 길을 가자는 거다. 그런 우리한테 야권연대를 하라고 하면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다.”
즉 기존의 낡은 정치권과 야권연대라는 이름으로 거래를 할 경우 신당이 추구하는 ‘새정치’가 설 땅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뜻이다.
그는 또 ‘안철수신당이 끝까지 연대를 거부할 경우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안겨 줄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야권연대를 해야 한다’는 민주당에 대해서는 이렇게 쓴 소리를 했다.
“127석의 의석과 7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당이 왜 지는 걸 전제로 자꾸 얘기하느냐. 처음부터 이길 생각으로 전략을 짜고 전열을 가다듬어야지 처음부터 단일화밖에 전략이 없다는 자세로 나오면 안 된다. 전략이 연대밖에 없는 그런 답답한 정당이 어디 있느냐. 이게 편하게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태도다.”
물론 윤 의장의 이런 지적은 타당하다. 필자 역시 전적으로 공감하는 바다.
하지만 현실정치에서 새정치연합이 ‘야권분열’이라는 민주당의 비판을 감수하며, 끝까지 독자후보를 완주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만일 새정치연합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의미 있는 득표를 하지 못할 경우, 안철수 의원의 ‘대통령 꿈’은 사실상 물 건너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정치연합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자당 후보들을 어떻게든 많이 당선시킬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조금 비굴하더라도 민주당과 흥정을 잘 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야권연대를 성사시킬 가능성을 배제 할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윤 의장은 안철수 의원의 말을 전하면서 이 역시 아니라고 선을 긋고 나섰다.
윤여준 의장이 전하는 안철수의 말은 이렇다.
“제가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은 버렸다. 처음부터 그런 생각은 아니었다. 마음먹는다고 되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 하지만 새정치만큼은 정말 해보겠다. 새정치에 관한 한 뒷걸음질 치지 않겠다.”
만일 윤 의장이 전하는 이런 말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새정치연합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절대로 자신들이 낡은 세력으로 규정한 민주당과 야권연대를 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윤 의장의 생각과 안 의원의 생각이 과연 정확하게 일치하느냐 여부다.
윤 의장이 새정치추진위원회에 합류를 결정하기까지는 안 의원의 집요한 설득이 있었다.
무려 여덟 번의 만남과 설득이 있었다고 한다.
즉 ‘팔고초려’ 끝에 합류를 결정하게 됐다는 뜻이다.
따라서 윤 의장이 안 의원의 의중을 가장 잘 아는 사람 가운데 하나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 윤 의장이 새정치연합에 합류를 결정했다면, 두 사람 사이에는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됐을 것이다.
그렇게 형성된 공감대 가운데 하나가 ‘야권연대는 없다’는 결론일지도 모른다.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안 의원의 원대한 포부인 ‘대통령 꿈’이 비록 수포로 돌아가는 한이 있더라도 새정치를 후퇴시키지 않기 위해 야권연대 없이 홀로서기를 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다만 안 의원의 마음에 윤 의장이 얼마나 크게 자리 잡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안 의원이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윤 의장을 자신의 ‘멘토’라는 언론보도에 대해 “윤여준 전 장관이 제 멘토라면 제 멘토는 김제동, 김여진씨 등 300명쯤 된다”고 평가절하 한 바 있기 때문이다.
당시 윤 의장은 2011년 ‘청춘콘서트’ 기획자로서 안철수 돌풍의 진원지 역할을 했었다.
그런 윤 의장을 300명의 멘토 가운데 하나로 지목했듯이, 이번에도 새정치연합 370명의 발기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할 수도 있는 것 아닐까?
윤 의장의 ‘야권연대는 없다’는 피를 토하는 사자후(獅子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언론이 ‘야권연대’ 가능성을 의심하는 것은 이런 뿌리 깊은 불신 때문인지도 모른다.
<고하승:시민일보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