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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야 각 정당에서 ‘오픈프라이머리’(Open Primary)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오픈프라이머리’란 정당이 후보를 선출하는 경선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을 당원에 국한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개방하는 제도다.
얼핏 보면 대단히 민주적인 제도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이 제도는 상당한 문제를 안고 있다. 그래서 전 세계에서 오픈프라이머리를 최초로 도입한 미국에서조차도 이 제도는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실제 미국 50개주 가운데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하는 주는 절반도 안 되는 19개 주에 불과하다.
미국 이외에 멕시코, 불가리아, 아르헨티나, 칠레, 우루과이 등 극히 일부 국가에서 실시할 뿐, 선진 유럽 국가에서는 이 제도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너무나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우선 본 선거에서 그 정당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을 사람이 경선에 참여해 ‘역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역선택’이란 다른 당 지지자들이 경선에 참여해 일부러 가장 약한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것을 말한다.
실제 지난 2008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민주당 지지층의 ‘역선택’으로 인해 강력한 후보가 떨어지고 취약한 후보가 승리한 일이 있었다.
당시 공화당 당원 투표에서 롬니 후보가 1위, 허커비 후보가 2위, 맥케인 후보가 3위를 했으나 완전국민경선제에서는 꼴찌였던 맥케인이 압도적 표차로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민주당 지지층인 유권자들이 약체인 공화당 맥케인 후보에게 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선출된 맥케인 후보가 민주당 오바마 후보의 적수가 될 리 만무했고, 결국 대선은 민주당의 승리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그로인해 정당의 주인인 당원이 주권행사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다는 점도 문제다.
누가 뭐래도 당의 주인은 일반 유권자가 아니라 당원이다. 이건 상식이다.
과거 참여정부 이전까지만 해도 여야 어느 정당을 막론하고, 당내 경선을 할 때는 당원과 대의원들이 투표권을 행사했다. 그리고 그것을 지극히 당연한 걸로 여겼었다.
당원과 대의원들은 소속 정당에 대한 자부심으로 경선에 참여했고, 그러다보니 정당 지지율은 웬만해서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민주당은 지난 18대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 이후 매번 당내 경선을 할 때마다 ‘오픈프라이머리’라는 이름으로 당원과 대의원들의 투표권을 사실상 송두리째 앗아가고 말았다.
그러다보니 당원과 대의원들이 민주당에 대한 애정과 관심도가 낮아졌고, 새정치연합이 나오면서 미련 없이 민주당에 등을 돌리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지금의 민주당 지지율은 아직 창당되지도 않은 ‘안철수 신당’에 비해 현격히 낮은 것으로 나온다. 심지어 어느 여론조사에서는 신당 지지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새누리당이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실제 새누리당은 18일 당헌·당규개정특위를 열고 상향식 공천안을 최종 확정해 당론화하는 작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오픈프라이머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당내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이 대단히 민주적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즉 국민들로 하여금 ‘개혁공천’을 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야 각 정당이 앞 다퉈 무리하게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오픈프라이머리는 ‘사기극’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민심을 반영한다면서 일반 유권자가 직접 투표현장에 참여하지 않고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반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여론조사는 과학적으로 오차범위라는 것이 엄연히 존재한다. 한마디로 정확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런 정확하지 않은 결과를 경선에 반영하는 것은 비과학적이다.
더구나 현장 투표에 나오는 사람들보다 역선택을 쉽게 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따라서 불가피하게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더라도 여론조사 대신 일반유권자가 현장에 나와서 투표하도록 하는 방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오픈프라이머리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하는 방식은 반드시 배제해야 한다.
<고하승:시민일보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