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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세원은 코미디언이다. 세상을 거꾸로 보고 뒤집어 보고 하면서 풍자하고 이를 소재로 사람들을 즐겁게 할량으로 하는 그의 노력을 설령 수준이 저질이라 해도 비난할 생각이 없다. 대상자들 중에는 저질 시청자도 있기 때문이다. 코미디언이 도덕적이거나 윤리적이면 더 좋겠지만 그 코미디가 도덕적이거나 윤리적일 필요는 없다.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코미디언 활동을 하는데 크게 지장을 주거나 결격 사유가 되지도 않는다. 코미디언은 도덕 선생이나 윤리선생이 아니라 세상을 웃기는 일을 주로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또 세상을 웃기거나 웃기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발생하거나 파장도 염려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서세원이가 좌파가 어쩌고 우파가 어쩌고 하는 말을 하려면 그에겐 요구하는 것은 코미디언에게 요구하는 것과는 다르다. 그가 코미디언이라는 이유로 그의 하는 말에 대해서 대수롭게 지나칠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는 착각이다. 그가 목사의 신분으로 하는 말이라면 더욱 그렇다. 목사는 최소한 코미디를 보고 즐기거나 즐기지 않거나 하는 대상들을 상대로 강론 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세원은 지금 자신이 코미디언인지 목사인지 구분을 정확하게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가 천직인 코미디를 접고 목사가 되었다면 그는 코미디언으로 얻은 명성을 이용하여 목사를 하려는 생각을 접고 더욱 이름없이 빛도 없이 소외된 사람들에게 가야 한다. 오늘날 많은 성직자들이 비난을 받는 것은 신앙외적인 접근 방식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나아가기 때문이다. 정치적 사상이나 철학이 없으면서 아나운서를 하다 그 얻은 명성으로 국회의원이 되거나 하는 일도 문제이지만 목사는 그보다 더 높은 수준의 신앙윤리의 기준이 필요하다.
서세원은 그가 영화 이승만 제작을 위한 ‘시나리오 심포지움' 이라는 것을 열면서 하는 말들은 기독교 성직으로서 목사의 신분에서 나올 수 없는 저질 정치발언이다. 이승만이 건국에 일조했다고 하더라도 그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해악을 끼친 인물로 역사적 단죄를 받았다. 그는 공전의 히트를 친 변호인 영화를 본 천만 관객을 향해서 “똥같은 상업영화 때문에 한 국가와 시대, 민족이 잘못된 집단 최면에 빠지고 있다"고도 했다. ’변호인‘을 본 천만 관객들을 겨냥해 '집단최면'에 빠진 이들이라고 지칭한 것이다
이는 집단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것으로 변호인을 관람한 국민들이 소송을 제기하면 그는 크게 곤혹을 치를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을 했다. 그것에 그치지 않고 그가 역사에 대해서 그리고 사회현상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는 수준이 천박하기 짝이 없다. 그는 우리나라 진보적이거나 진보적인 일에 관심을 가지거나 하는 모든 국민을 ‘국가와 시대 민족이 잘못될 수 있는 사상에 빠진 사람’으로 본 것이며, 그 영화를 만든 사람들, 관람한 사람들을 통칭해서 국가에 해악을 끼치는 문제가 있는 사람들로 본 것이다.
천만 관객들은 서세원이가 남산에서 어디서 퍼 왔는지 모르는 똥물을 뒤집어 쓴 것이다. 그러면 그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보도를 보면 서세원이 만들겠다는 영화 제작을 위해서 자유평화통일재단, 불교애국단체총연합회, 기독교이승만영화추진위원회, 대한민국사랑회 등이 영화에 후원하겠다고 이름을 올린 단체들이란다. 다들 가스통 든 할애비들의 활동에 박수를 보내는 자들이 아닌지 모르겠다. 아니면 십자가 밑에 바퀴 달아 끌고 다니면서 성조기를 들고 친미 데모를 하는 사람들이거나 조중동을 성경보다 더 위에 올려놓고 설교를 하는 무식한 목사들일 가능성이 더 높다.
성경의 기본적인 교훈과 철학 그리고 그 역사적 역할을 이해한다면 성경이 얼마나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눈에 피눈물 흘리지 않게 하라는 교훈으로 가득차 있는지 모른다. 국가의 근본이 되는 국법과 규례들이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강력한 멧세지를 담고 있는 성경을 신봉하는 자들이 어떻게 권력자들과 부자들에게 아부를 하는 사람들과 궤를 같이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주로 이런 자들은 눈에 보이는 이익을 추구하는 사이비 종교인들이 많다.
서세원이가 정상이라고 보는 류의 사람들은 이들 부류일 가능성이 아주 많이 높다. 영화 후원을 하겠다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라. 권력에 기생하면서 활동비를 타서 각목들고 가스통 들고 설치는 인간들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은 자들이다. 서세원의 영화가 만들면 아마 전국의 학교, 군, 예비군들을 반 강제적으로 동원할 가능성이 높다. 목사가 할짓이 없어서 그런 짓을 한다는 말인가. 그의 행동은 다수 선량한 목회자들을 어렵게 만들고 기독교에 호감을 가지려는 수많은 젊은 이들의 발길을 돌리게 할 것이다.
기독교인 코미디언으로서도 기독교인 목사로서도 해서는 안되는 짓을 그는 하려고 하고 있다. 이를 코미디로 보기엔 너무도 서글픈 대한민국 기독교의 자화상이다. 기독교인의 한 사람으로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다. 아 이 부끄러움을 어찌하면 좋다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