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애틀의 젊음의 거리라고 할 수 있는 브로드웨이는 그 거리 자체만이 아니라 그 인근에도 젊음들이 모이는 곳들이 있습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젊은 사람들 뿐 아니라 다른 곳 같으면 소외받거나 차별받을 사람들도 많이 모여 있습니다. 제가 지난 9년간을 배달했던 라우트처럼, 지금 배달하는 구역에도 동성애자들이 몰려살고 있고, 또 제가 배달을 하는 게이바도 두 개나 있습니다.
점심시간, 비오는 시애틀에서 우편배달을 하는 제가 찾아들어오는 올리브 웨이의 스타벅스엔 성적소수자들도 꽤 있고, 개를 데리고 들어온 사람들도 있습니다. 당장 제 옆엔 꽤 커다란 핏불 한 마리가 앉아 있습니다. 다른 지역에서 핏불들은 '위험한 개'취급을 받고,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과거 도사견과 관련된 사고가 적지 않게 일어났던 것처럼 미국에선 이 핏불들의 공격을 받아 인명피해들이 발생하는 일이 적지 않은데, 워낙 사람들이 많이 걸어다니는 이곳에선 핏불들도 순치되어 있는 듯 합니다. 그 커다란 덩치의 핏불이 가만히 앉아 주인의 곁을 지키고 있는 게 신기하기도 합니다.
비가 참 많이 내립니다. 날씨는 그리 춥진 않습니다. 화씨 46도.섭씨로는 영상 7.8도이니 곧 봄이 찾아올 거란 이야기도 됩니다. 그리고 저는 블로그 이웃님이 운영하는 델리에서 샌드위치를 하나 사서 이곳을 찾아 들어왔습니다.
오늘 하루 일 하면, 내일은 일요일, 그리고 월요일은 프레지던트 데이 휴일이어서 이틀동안 휴무입니다. 그냥 마음이 편안합니다. 다음주 금요일 이곳 지역 방송국에서 있을 인터뷰를 위한 준비를 좀 해야 하는 것이 짐이라면 짐이고.
비 오는 것만 빼고는 편안한 오후입니다. 지금 이렇게 점심 먹고 나가면 이 빗속에서 우편물을 배달해야 하는 것이 솔직히 즐겁게 느껴지긴 힘들 겁니다. 주말답게 좀 푸른 하늘을 보며, 다사로운 햇살 아래서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안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 비는 곧 이곳에 찾아올 봄을 미리 알리는 전령같은 비라는 사실을 잘 알기에 불평만 할 것은 아닙니다.
곧, 거리엔 벚꽃이 피어나는 것으로 본격적인 봄은 시작될 겁니다. 제 배달이 시작되는 곳인 멜로즈 애비뉴엔 철 이른 벚꽃이 벌써 얼굴을 내밀고 있더군요. 그렇게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도 봄은 올 겁니다. 그리고 세상은 변할 겁니다. 그 봄이 지금 내 옆에 있지 않더라도 찾아올 것을 알기에... 그리고 역사는 그런 반복 속에 흘러 왔기에, 저는 언젠가 우리의 마음 속에 자리잡은 겨울을 몰아낼 따뜻한 봄이 우리 곁으로 찾아올 것임을 믿습니다.
점심시간 끝났습니다. 다시 일 나가야겠습니다. 제 블로그에 BGM 깔아 놓은 데보라 헨슨 코넌트의 나이팅게일. 이 음악이 끝나면 브라우저 닫고 길로 나설 겁니다. 커피 조금 리필해서.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