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디어 금메달이 터졌다.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다. 우리에게 금메달 소식을 처음 전해준 선수는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선수 이상화다.
이 경기를 처음부터 지켜봤다. 손에 땀을 쥐면서 스릴과 조바심, 기쁨과 만족 등이 뒤섞인 온갖 감정을 맛보았다. 이런 건전한 충격은 오래 동안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올림픽이라는 국제경기인데다가 지난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우리나라 선수가 2연패를 목표로 참가한 경기라서 기대와 떨림이 크게 작동한다.
스피드스케이팅의 경기방식은 두 명이 한조를 이루어 겨루는 방식이다. 이번 소치 올림픽에서의 500m 경기는 총 18조로 나뉘어 36명이 결선을 치렀다. 빙상경기라는 것이 순식간에 끝나는 게임이라서 그런지 참가선수 전원이 두 번의 레이스를 펼치고 나서 1,2차 경기성적을 합산하여 기록이 빠른 순서대로 금, 은, 동메달을 가리는 방식이었다.
서양선수들은 우리선수들 보다 키 크고 체격 좋은 선수들이 많다. 이번 동계올림픽의 스피드스케이팅 부문에서 네델란드 팀은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여자 500m 경기에서만은 2연패를 확정지으려는 우리나라의 이상화 선수다.
승부의 결정은 마지막 질주로 판가름 된다. 이런 순간에 인간의 말은 한갓 소음에 지나지 않는다. 잠시 후 벌어질 세기의 볼거리에 선수도 관중도 TV를 통해서 지켜보는 시청자들도 날선 긴장감으로 부풀어 있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출발선 앞에 있는 이상화 선수망은 정작 도통군자처럼 초연한 표정이었다. 지켜보는 이들의 긴장감이 유난할 뿐이다. 남은 집중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쓸데없는 잡음을 넣어서 관전자들의 시청을 방해하는 일일랑 결단코 없어야겠다.
이런 점에서 KBS 2 방송에 유감이 많다. 세기의 결승전에 그것도 37초 내외에서 결판나는 빙판위의 짧은 승부 앞에서 시청자는 화면에 집중하기에도 버겁다. 한 순간도 놓치지 않으려는 각오로 내심 불안 초조한 심정으로 오감을 총 동원하기에도 바쁜데 방송국에서는 엉뚱한 일을 벌여서 그만 시청자들의 시청 열의에 초를 치고 재를 뿌린다.
방송과잉이다. KBS 2는 결승전을 분탕질 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아나운서와 해설자 소리만으로도 말이 많고 과잉인 판에 난데없이 코미디언 강호동 씨가 나서서 그 특유의 땍땍거리고 꽥꽥거리는 소리를 내지르게 했다.
꼭 이래야만 한단 말인가. 37초 이쪽저쪽에서 끝나는 경기라서 온 신경을 곤두세워 집중하기에도 버겁다. 귀를 쑤시고 달려드는 강호동 씨의 땍땍거리는 소리가 너무도 지겹다. 어깃장도 유분수지.... KBS는 시청자들을 너무 깔봤다. 지상 최대의 드라마를 보는 판인데 그깟 코니디언이 무슨 대수라고 설치게 한단 말이냐? 그 딴 해설 같지도 않은 코미디언 없어도 빙상경기 하나쯤은 자력으로 시청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단 말이다.
KBS 2를 규탄한다. KBS 2는 어릿광대짓을 다시는 하지 마라!
박정례/ 기자/ 르포작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