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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해 서울시장 출마를 발표하면서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비판을 시작했다. 2006년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대책을 총괄했던 원희룡 의원은 이제 과거의 동지에서 적이자 경쟁자로 변신하는 입장이 되었다. 원 의원의 비판에 오세훈 서울시장도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원 의원을 반박하기 시작했다.
오세훈 시장은 원희룡 의원의 비판을 받고 “재선을 포기하고픈 심정”이라는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이에 대해 원 의원은 “시작도 안했는데 몇 마디 비판에 재선 포기 운운하는 걸 보면서 본격적인 선거가 시작되면 야당의 비판에 ‘저분이 정말 버티기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원희룡 의원의 오 시장에 대한 비판은 오로지 서울시 시정의 실패와 과도한 홍보비 남용 그리고 디자인 정책의 문제점에 국한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광화문 광장의 무용론이다. 이는 같은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인 나경원 의원도 오세훈 시장의 치적 중 가장 문제점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 내용이다.
광화문 광장
광화문 광장에 대해 원 의원은 “실패한 광장의 대표사례”라고 평가절하했다. 실패이유에 대해 원 의원은 “도로에 둘러싸인 광장은 어떤 행사를 해도 불안해 보인다. 안전사고 위험이 상존한다. 광장은 개방감을 통해 시민들에게 편안함을 줘야 하는데 광화문광장은 답답함과 불안감을 준다. 그래서 세계 최대의 중앙분리대”라고 지적했다.
지난 해 겨울 서울시가 주최한 세계 스노우보드대회에 대해서도 “오세훈 시장의 전시행정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었다”며 “서울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걸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왜 개최장소가 광화문광장이어야 하느냐”고 꼬집었다. “광장의 주인은 시민”인데 “지금의 광화문광장은 서울시가 철저히 통제한다. 서울시가 주인 노릇을 한다. 광화문광장은 서울시 홍보만을 위한 가설무대가 되어 버렸다”고 비판했다.
오세훈 시장의 디자인 정책은 말 그대로 열린 시정으로 진행된다고 필자는 여겼다. 그런데 원희룡 의원의 말에 의하면 광화문 광장은 폐쇄된 느낌이 들게 된다. 이렇듯이 서울시 오세훈 시장의 정책과 그 산물들은 모순된 결과를 보이고 있음에 시비거리가 제공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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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홍보비 문제
원 의원은 “오 시장은 역대 어느 시장보다 많은 홍보예산을 사용했다. 1,104억원으로 이명박 시장시절 보다 3배가 넘는 돈을 썼다”며 “홍보비 많이 쓰면 관광객이 많이 오리라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기업에서도 마케팅 광고를 많이 하지만 지속적 성장을 위한 최고의 마케팅은 품질관리다. 홍보비 많이 쓰고, 요란한 행사 많이 연다고 관광객이 몰려오는 것은 아니다”고 비판했다.
고건 전 서울시장은 4년 동안 홍보비로 306억원을 썼고, 이명박 전 시장은 4년동안 343억원을 썼다. 오세훈 시장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년 동안에 1,104억원의 홍보비를 썼다. 두 전임 시장의 4년 홍보비 합계액을 3년만에 초과사용했다. 또한 지난 해 서울시의 1년 홍보비 예산 481억은 전국 16개 시도 홍보예산 합계 금액 390억을 초과하고 있으니 당연히 지적대상이 되는 것이다.
오세훈의 대표적인 정책, 디자인 사업
원희룡 의원은 오세훈 시장의 디자인 정책에 대해 “지금 서울의 최대 문제는 시장이 디자인과 마케팅에 ‘미쳐있다’는 것”이라면서 “서울시장이 디자인과 마케팅에 빠져 민생을 소홀히 하면 서울시민의 삶은 날로 어려워진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리고 “오 시장이 디자인에 몰입해 있기에 서울시 공무원들의 관심도 모두 그 곳에 쏠려 있는 것이 문제라고 힐난했다.
서울시 디자인위원회는 지난 한해에만 76회의 회의가 열렸지만 민원조정위원회나 분쟁조정위원회는 3년간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디자인 수도'는 계속되고 있으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축구 팬들을 상대로 한 홍보는 지속되고 있다. 또한 한강 유람선은 적자를 보면서도 가동하고 있으며 생태계를 위협하는 '떠다니는 섬'까지 추진하는 것은 전시행정의 대표적 사례라 할 것이다.
용산 참사
원희룡 의원은 “서울시장은 약자의 삶을 보듬는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오 시장은 그동안 갈등의 현장을 회피해 왔다. 이명박 시장 시절 지정된 뉴타운은 거의 진척이 없다. 반면 본인이 발표한 개발지역은 무리하게 속도를 내고 있다. 그 결과가 용산참사로 이어졌다”고 말하고 있다.
용산 참사에 대해 '원 의원이 시장이었다면 어떻게 했는가' 라는 질문에 원 의원은 "당연히 다르다. 뒤에 숨지 않죠. 오 시장은 사고 당일 날 현장에 참석했다가, 거센 항의를 받고 물러 나왔고, 지난 1월에 유족과의 협상이 타결되고 나서야 시민들 앞에 나섰는데, 물론 시장이 전체 서울시를 대표한다는 입장도 있고 상황을 조정해야하는 입장도 있었겠지만 너무 회피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답했다.
원 의원의 "뒤에 숨지 않죠"라는 말은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용산 참사가 발생할 당시 그리고 이후 해결 과정에 서울시장은 마치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원 의원은 "보상문제 같은 것은 둘째치고, 유족들이 아파하는 마음을 알아주는 것 만으로도 문제의 절반은 해결하고 들어갈 수 있는 것이었다"면서 "꼭 답이 있어야만 현장에 가는 것이 아니지 않냐"고 밝혔다. 이는 서민들의 아픔을 공감하는데서 나오는 진실어린 발언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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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실정
원 의원은 “서울의 실업률은 4.8%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출산율은 1.06명으로 두 번째로 낮다.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 41년을 저축해야 서울에서 집장만이 가능하다. 3년전에 비해 평균 10.7년이 늘어났다. 서울시 부채는 오세훈 시장 재임기간 중 2조4천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소규모 점포는 종업원 인건비도 못 낼 정도로 어렵다. 재래시장에 손님 발길이 끊긴지도 오래다”라면서 서울시의 현 상황을 비판하고 나섰다.
실제로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은 ‘2009 서울 도시 사회의 질 연구’란 논문에서 서울의 내집 비율이 2004년 63.4%에서 2007년 55.1%로 떨어졌고 가구부채는 2006년 36.4%에서 2007년 52.1%로 늘었다고 밝혔다. 주택임차 및 구입이 64.1%이고, 교육비가 11.2%를 차지하고 있다. 결국 집과 사교육 문제가 서울시의 핵심 과제이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 오세훈 서울시의 현 주소이다.
주택 정책
뉴타운 정책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면서도 “대신 순환개발을 통해 이주예정지를 확보하고 뉴타운에서 쫓겨나는 세입자를 위한 임대주택을 대대적으로 건설해야 된다”고 밝혔다. 원 의원은 “소위 중산층을 위한 시프트라고 비싼 전세주택을 하고 있는데 중산층을 위한 아파트는 민간업자들한테 맡기고, 공공은 시장의 손이 안 미치는 서민임대주택을 지어야 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원 의원은 오시장의 행정에 대해 ‘이벤트식 이미지 행정’이라고 말한다.
"오세훈 시장은 시장 된 뒤에 자신의 주요 관심사를 한강 르네상스나 서울 브랜드 마케팅이나 디자인 등 다 필요한 일들이긴 하지만 서울의 모양을 꾸미는 행정에 치우쳤다고 본다"고 지적하면서 "모양을 꾸미는 행정보다는 골목골목 집집마다 각 가정에서 힘들어하고, 불안해 하고있는 생활밀착형 문제에 대해 예산과 정책을 훨씬 더 집중할 것"이라고 원 의원은 강조했다.
오세훈 시장은 아직도 방송 인터뷰를 통해 도시경쟁력 운운하는 발언을 자주한다. 도시경쟁력 홍보보다는 실질적인 서울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울에서 부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서민들의 삶은 더욱 고달파 지고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