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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산가족상봉' 문제는 어떠한 전제 조건도 있어서는 안되는 천륜에 관한 일이다. 서로 반세기 이상을 떨어져 지내던 혈육이 만나 마음을 나누는 일이다. 따라서 거기 이런 저런 정치적 의도 또는 이념적 잣대가 적용될 수 있는 사안은 결코 아니다.
그런데 북한의 핵을 빌미로 남북으로 흩어져 사는 혈육의 만남을 트집 잡으려하는 남측 통일부의 처사는 그래서 매우 불순하게 읽힌다. 그들을 갈라 놓은 것은 그들 자신이 아닌 정치 거간꾼들에 의한 것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거듭 이해되지 않는 점은 또 있다. 북한 당국의 이산가족 상봉 제안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북측을 자극하는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하는 저의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 정부의 진정성에 심각한 의구심이 제기되는 일로,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다.
오직 인간애적 정성과 협력만이 요구되는 일이다. 그러한 천부인권에 관한 영역을 국가권력이 앞장서 돕는 것은 어쩌면 매우 자연스런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오히려 이를 정치적 구실로 삼는다면 지극히 반인륜적으로 비춰질 따름이다.
상봉 대상자들의 연령 또한 고려돼야 한다. 고령임을 감안할 때 언제 세상을 등질지 모른다. 가슴에 한을 안고 이승을 떠나도록 방치한다는 것은 국가권력의 횡포를 넘어 범죄행위다.
14일 판문점에서 열린 2차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북측의 대폭 양보로 예정된 이산상봉이 이루어지게 되어 다행이다.남북은 여기에 그치지 말고 조건없는 만남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조속히 이끌어 내길 촉구한다.
<정성태 : 시인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