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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존경하던 한겨레 곽병찬 기자께서 <못난 ‘자식’들, 고작 유산 싸움인가>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기에 혹시 전두환 자식이나 이건희, 맹희 이야기 아닐까 해서 읽어 보니 안철수 신당 후려치기의 글이었다. 민주당도 양념삼아 약간씩 나무라긴 했으나, 표적은 아니었다.
이 글은 제목부터 잘못됐다. 안철수는 DJ의 자식이 결코 아니기에 DJ의 유산을 물려 달라고 할 권리도 없고, 따라서 이를 주장한 적도 없다. 안철수는 DJ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국가의 주권자들인 국민이 불러낸 정치인인데, 곽 대기자가 뭘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다.
국민이 요청한 대선후보를 수락하면서, 안철수는 그가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는 이유가 순전히 4.11 총선패배 때문이라고 적시했다. 이명박의 4대강 사업 강행 추진에다, 민간인 사찰, 잇따른 측근, 친인척 부정사건 등으로 2012 총선에서 민심은 완전히 엠비 한나라당 정권을 규탄하는 분위기였으며, 과연 민주당이 개헌선인 3분의2 국회의석을 차지할 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하지만 그 당시 공천권을 장악하고 있던 패거리정치 세력은 그들이 천년만년 패권을 장악할 기반을 그 기회에 탄탄히 만들기 위해 갖은 편법을 동원해서 자파 후보를 공천하기에 혈안이 되었다. 가장 먼저 호남에 손을 대서 ‘3선 이상 호남 중진 차출론’이라는 해괴망측한 논리로 호남의 다선의원들을 축출하고 그 자리에 자파 후보를 공천했다.
광주, 전남에서는 공천 작업을 서갑원이 주도했다고 한다. 전북에서는 정세균 주도로, 충청에서는 안희정, 강원도에서는 이광재, 경상도에서는 문재인, 서울, 경기에서는 정세균, 이해찬 주도로 이런 작업이 치밀하게 행해졌다 한다. 그 과정에서 정세균계가 상대적으로 지역공천을 많이 받자, 이해찬이 이에 반발하여 급거 상경, 항의하여, 이에 대한 보상으로 더 많은 비례대표 공천을 보장받았다는 신문기사도 있었다. 현재 민주당 내 비례대표들 중에 패거리 세력들이 많은 이유이다.
특히 강원도의 이광재는 도지사가 민주당의 최문순임에도 불구하고, 유력 인사들을 대거 낙천시키는 횡포를 저질러 강원도에서 민주당 전멸이라는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다. 충북 몰락과, 서울, 경기, 인천에서의 부진도 공천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부사정에 필자보다 더 잘 아는 사람들에게 물어 본다면, 패거리 세력의 실제 패악질은 필자가 거론하는 수준보다 훨씬 더 심했을 것이다.
결국, 200석을 웃돌지도 모른다고 큰 소리 치던 민주당은 과반수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적으로 완패하였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 결과에 멘붕 상태가 되었으며, 이때부터 패거리세력의 쇄락이 시작된 것이고, 그 결과로 “안철수 나와라!”를 연호하는 국민의 목소리도 커져갔다.
따라서 안철수가 정치권에 나와서 활동하는 것은 순전히 민주당의 패거리 세력들 탓인데, 안철수가 야권을 두 동강이 내서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주는 역할만 하고 있다고 손가락질하는 것은 전후 관계를 전혀 모르는 정치문외한이나 할 소리인 것이다.
총선에 이어, 대선에서 또 한 번의 기회를 주었으나, 패거리 세력들은 ‘자파 후보가 대통령이 못되면 새누리당이 한 번 더 해먹어도 된다’는 논리로 안철수 후보를 겁박해, 후보직을 사퇴하게 하니, 모든 면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았던 안철수를 내치고, 상대적으로 허약한 후보를 선택하는데 기여한 고 이영희 교수의 친구 백낙청 교수를 비롯한 원탁 민주원로들은 국민에게 반성문을 써야 옳을 것이나 잠잠할 따름이다.
와야 할 것이 기어코 오고 말았다. 채동욱, 윤석열을 찍어내어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 수사 등을 방해한 황교안 법무장관, 친일, 독재를 미화하고 오류투성이 휴지수준인 뉴라이트 국사 교과서를 밀어 붙인 서남수 교육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이 국회에서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되었다. 이쯤 되면 야당은 있으나 마나한 존재이고, 스스로를 있으나 마나한 존재로 만든 것이 바로 민주당 패거리세력이었으니, 이제 그만 용쓰고 정계에서 모두 물러남이 어떠한가?
곽 기자는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의 강령이 다를 게 없다고 하는데, 새정치 설명회 발제문을 제대로 읽어 보기나 했는지 궁금하다. 민주당의 강령, 정책의 핵심은 보편적 복지와 경제 민주화이다. 하지만 안철수 신당의 복지는 보편적 복지는 뒤로 미루고 우선적으로 사회적 약자, 소외계층에 대한 인도적 복지를 강조한다.
문재인 대선 후보가 포퓰리즘적 마구잡이 복지공약으로 국민들에게서 그 실현 가능성을 의심받아, 빈부차를 고려한 박근혜 후보의 선별적, 차별적 복지에 정책적으로도 완패했다는 것은 민주당도 인정해야 한다. 사회적 소외층들이 죽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부자들에게도 복지하자고 하는 당, 그런 당의 후보에게 표를 줄 서민들은 없다. 바로 그 때문에 문재인 후보는 중산층, 서민들을 위한 후보를 자처하고도 중산층, 서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해 패배한 것이다.
부자, 기득권을 대표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중산층, 서민들의 지지로 대통령이 되었다면, 민주당, 문재인 캠프의 공약과 선거 전략에 큰 실수가 있었다는 사실을 자인해야 하는데, 그 실수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는 바로 그 점 때문에 민주당은 더 이상, 새누리당에 맞설 수권정당 자격이 없는 것이다.
곽병찬 기자는 말한다. “...급히 급조한 호적으로 유산분할을 주장하면서, 묻지마 투표를 나무랐으니 제정신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글을 곽 대기자가 썼다는 것이 의심스럽다. 대기자도 정파성에 함몰되면 이런 글도 쓸 수 있나 보다. 안철수 신당은 DJ의 자식임을 주장한 적이 없다. 오히려 DJ와 노무현을 뛰어넘는 대한민국 건설을 주창하고 있다. 곽 기자가 정치권을 멀리 떠나 심산유곡을 거닐며 선인의 경지를 유유자적하면서 몽유병적인 경지에 올랐는지는 몰라도 전혀 사실이 아닌 말을 잠꼬대 하듯이 해서 되겠는가?
호남 민심이 어느 쪽을 지지할 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김대중 대통령도 원하지 않고, 노무현 대통령도 원하지 않았던 공천권 나눠먹기의 패거리정치를 해서, 총선 대선 패배의 빌미를 제공한 패거리세력에게 또 다시 호남인들이 표를 모아 주는 것은 지난 지방선거, 총선, 대선 이렇게 3번이나 당하고도 호남인들이 정신을 못 차렸다고 해야 할 것이다.
물론 호남은 막강 보수 독재세력에 맞서 전략적 선택을 했다. 그 과정에서 몰아주기 투표를 했으며, 야권 후보는 민주당 후보 밖에 없었기에, 민주당의 공천권을 장악한 세력들이 장난을 칠 수가 있었다. 그 결과 호남에서는 작대기만 꽂아 놓아도 당선된 것이 사실 아닌가? 그래서 어땠는가? 호남의 정치인들은 자기들을 뽑아준 지역 주민들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중앙의 눈치를 보면서, 줄서기에 몰두하지 않았던가? 선택권을 상실당한 호남인들이 그 동안 정치인들을 상전 모시듯 하고, 정치인들이 지역 주민들을 머슴 보듯 하지 않았다고 누가 나서서 주장할 수 있는가?
안철수 신당은 호남에서 DJ의 자식임을 주장한 적이 없다. 다만, DJ의 자식임을 앞세워 패거리 세력의 선봉군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민주당의 호남 세력들과, 영호남을 아우르는 전국정당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안철수 신당 사이에서 호남인들의 현명한 선택을 바라고 있다. DJ의 자식들이 패거리 세력의 선봉군 역할을 하는 것을 DJ가 결코 원할 리 없다. 민주당이 호남만을 볼모로 지역 정당화 하는 일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 호남 지역당화 돼서 영남에서는 아무 존재가치도 없는 민주당은 그 역사적 소명을 다했다고 본다. 이제 영호남을 아우르는 새로운 대안 세력이 등장해서, 동서지역통합, 남북 평화통일이라는 국가와 민족의 대업을 이루어야 한다. 바로 DJ께서 죽어서도 원하는 일이다.
DJ는 대통령직을 마치면서 동교동계도 따라서 순장하라고 하셨다. 그의 말은 동교동계의 역사적 사명이 끝났다는 선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광옥, 한화갑, 김경재 등의 동교동 신, 구주류가 박근혜 새누리당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