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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500m에서 이상화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했다. 지난 2010 뱅쿠버 올림픽에 이은 2연패의 쾌거다. 그동안 우리나는 80년대 이후 지난 30여년간 각종 하계,동계 올림픽에서 많은 금메달을 획득하기도 했고, 개중에 2연패의 위업을 달성하는 선수가 종종 탄생하기도 했지만, 특히 ‘스피드 스케이팅’은 불과 10년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메달을 기대하기 어려운 약세 종목이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특히 여성선수가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2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깊고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헌데 아니나 다를까. 올림픽과 관련한 우리나라 언론의 오버성 설레발 보도가 또다시 나오고 있다. 한 스포츠신문은 전직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인 해설위원의 입을 빌어 이상화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이어 그 이후까지 4연패도 가능하다는 성급한 설레발 전망을 내놓기까지 했다. 제갈성렬이란 해설위원의 논리에 의하면 그녀의 4연패 위업 달성이 가능하다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상화의 기량이 대체로 상승세이기 때문에 약점만 조금 더 보완한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실력을 보여줄수도 있고, 둘째 이상화의 정신력과 성실성이 남다르며, 셋째로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의 전성기는 대개 30대까지라는 점을 들어 1989년생으로 아직 20대 중반인 그녀가 8년후까지도 충분한 활동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하긴 비단 ‘스피드 스케이팅’ 뿐만 아니더라도 외국에는 여자 선수들이 30,40을 넘어서까지 현역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경우를 그동안 우리는 적잖이 보아왔었다. 한 20여년전까지만 해도 여자선수들의 경우 대개 결혼과 동시에 은퇴를 하는게 관행이었던 그 당시 우리로선 외국 여성선수들의 그런 모습이 신기하게 여겨지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실력있는 여성 선수들이 결혼후엔 대개 은퇴해버리는 우리의 현실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요즘은 우리도 가령 농구나 배구같은 경우엔 결혼이나 출산까지 한 실업팁 여성선수가 현역으로 계속 활동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수 있고, 여자핸드볼의 경우 이미 은퇴한 ‘아줌마 부대’를 다시 국가대표로 불러들여 소위 ‘우생순’의 신화를 기록한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의 일도 있다. 하지만 자기가 좋아서 결혼후에도 계속 선수로 활동하는것과 선수 개인에게 단지 ‘금메달만을 바라며’ 그녀가 4년후, 8년후에도 3연패,4연패를 해주기를 ‘압박’하는 모습은 분명 경우가 다른 문제며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비단 이상화의 경우뿐만 아니더라도 올림픽을 앞두고 ‘금메달 유망주’로 주목받는 선수들은 대개 언론의 지나친 관심에 엄청난 부담감과 중압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런 이유때문인지 이른바 ‘올림픽 유망주’로 대회전에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던 선수가 정작 대회에 임해서는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사전에 탈락하거나 메달권에 진입하지 못 한 경우도 우리는 심심찮게 보아왔다. 그냥 단순히 올림픽을 앞두고 ‘금메달’을 기대하는 언론의 관심 자체도 부담일진대, 아직 열리지도 않은 4년후, 8년후의 올림픽까지 바라보며 3연패 심지어 ‘4연패도 가능하다’는 소리를 하다니. 이건 정말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헌데 필자는 이 기사를 보면서 문득 떠올려지는 일이 하나 있다. 바로 84년 LA 올림픽때의 일이다. 84년 LA 하계 올림픽에서 우리는 금6 은6 동 7을 획득하며 세계 10위의 쾌거를 이뤘다. 그 이전까지는 올림픽 금메달은 일제시대 있었던 마라톤 손기정의 경우를 제외하면 76년 몬트리올에서의 레슬링 양정모의 금메달이 유일했던 우리나라로선 그야말로 전 국민을 흥분케 하고도 남을 쾌거였었다. 하지만 84년 LA에서의 성적은 소련과 동구권 스포츠 강국들이 불참한 ‘반쪽 올림픽’이 되어버린점에서 어느정도 우리가 득을 봤다는것을 대체로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따라서 문제는 다음 차례인 88 서울올림픽이었다. ‘서울올림픽’은 당연히 동서 양 진영이 이념을 떠나 모두 참가하는 전 세계적인 축제가 되어야 하는것이 당시 우리로선 당연한 바램이었지만, 만약 서울올림픽에서 한국팀 성적이 부진하면 이 또한 체면이 말이 아닐것이다. 개최국이 꼭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림픽을 개최해놓고 그 해당국가의 성적이 부진하면 모양새가 어느정도 구겨지는것 또한 사실이다.
바로 그 점을 우려한탓인지 LA 올림픽 직후 언론과 방송들은 이들을 각종 초대손님으로 부른 방송프로나 각종 환영행사에서 대놓고 ‘다음 서울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딸 자신이 있느냐 ?’며 마이크를 들이대고 ‘압박’하기 시작했다. 실제 당시 LA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중 몇몇은 이미 나이나 부상등을 이유로 LA 대회를 끝으로 공개적으로 은퇴를 선언한 상태였다. LA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중 88년 서울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는 유도의 안병근과 하형주 정도였다. 그 외의 이미 은퇴를 공식화한 선수들의 경우 각종 방송프로그램이나 행사장에 나와 사회자나 개그맨들이 무조건 ‘다음 서울올림픽에도 금메달을 따달라’고 주문하는 모습. 압박 정도가 아니라 솔직히 어떤 협박이라도 받는듯한 느낌이었을것이다.
이상화 선수의 ‘4연패까지’를 바라는 기사를 보면서 문득 LA 올림픽 직후의 그 일을 떠올린것은, 혹 이와같은 오버성 기사가 나오는것 역시 다음 대회인 평창 동계올림픽과 그 이후를 걱정하고 있기 때문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80년대와 2010년대 30년의 시차가 있고 올림픽과 금메달을 바라보는 시각, 우리사회의 문화적 성숙도등 많은것이 달라져있지만. 변하지 않은것이 두가지가 있다면 여전히 열악한 비인기종목의 스포츠 환경 그리고 언론의 설레발,호들갑 보도일것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개최했는데 자칫 개최국인 우리의 성적이 좋지 못하다면 ? 이 정도의 우려는 충분히 해볼수 있는 일이다. 김연아의 경우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한다고 이미 수년전에 공식적으로 천명했고, 쇼트트랙의 경우엔 경쟁국가들의 상승세가 만만치 않아 이전처럼 무조건 메달을 기대할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지난 2010 뱅쿠버 대회때 ‘스피드 스케이팅’이 이상화,모태범,이승훈 3총사의 맹활약으로 온 국민과 언론의 관심을 한몸에 받을때 쇼트트랙은 남자는 이정수의 2관왕 여자는 이은별의 은메달과 박승희의 동메달에만 만족해야 했다. ‘스피드 스케이팅’ 역시 아직 우리가 그렇게 쉽게 메달을 기대할수 있는 종목이 아니다.
이상화에게 평창 혹은 그 이후까지 심지어 3연패,4연패를 바라는 기사가 나오는것은 혹시 이상화 이후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그만한 인재를 기대하기 힘들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나오는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바로 30년전 LA 올림픽 직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을 수도없이 방송사 스튜디오로 불러 ‘다음 서울 올림픽때도 꼭 금메달을 따달라’고 압박하던 그때의 모습들이 자꾸만 불길하게 오버랩된다.
이상화에게 지나친 부담을 주지마라. 그러잖아도 이상화 선수는 이번 대회에 ‘하지정맥류’로 무릎에 물이 차오르는 힘든 상황에서도 수술까지 뒤로 미뤄가며 투혼을 발휘했다. 이렇게까지 고생하며 최선을 다 한 선수에게 편안한 휴식을 주지는 못할망정 더한 부담감과 중압감을 준다면 이게 말이 되는가.
2018년에 만 29세가 되는 이상화 선수가 만약 그때까지 현역으로 활동하며 좋은 성적을 거둬 평창 동계올림픽을 빛내주기만 한다면 우리로선 더할나위없이 고맙고 감사한 일일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전적으로 이상화 선수 개인의 선택에 달린 문제지 우리가 강요하고 압박할 일이 아니다. 더욱이 벌써부터 무슨 3연패,4연패 하며 지나치게 설레발을 치는 전망을 내놓는것은 지금 한창 가장 아름답게 보석처럼 빛나는 이상화의 이후를 빛이 바래게 할 우려마저 있다.
솔직히 우리나라의 열악한 비인기 스포츠 종목의 현실을 생각한다면 제2,제3의 김연아나 이상화 당분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