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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과 안철수신당이 서로 ‘쌍둥이다, 아니다’ 하고 티격태격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매일 되풀이하고 있다.
민주당은 신당이 민주당과 닮은 사실상의 ‘쌍둥이 정당’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신당 측은 서로 닮기는커녕 민주당과는 태생부터가 다르다며 ‘펄쩍’뛰는 형국이다.
12일에도 그런 다툼이 벌어졌다.
민주당 문재인 의원과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날 안철수신당과 민주당은 차이가 없다며 야권연대를 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문 의원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안철수신당의 ‘새정치’는 지금의 민주당과 다를 바가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준비하고 있는 모습들, 후보 발굴이라든지 이런 모습들을 보면 기존에 민주당이 해 왔던 방식들, 또 민주당이 내세웠던 후보군들하고 별 차이가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의원의 측근인 윤호중 의원도 최근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의 정책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또 같은 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안철수신당 측이 전날 '새정치 3대 가치'를 발표한 것에 대해 "민주당의 가치와 하등 다를 게 없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의원 말뜻은 안철수신당과 민주당의 행보가 너무나 닮았다는 것이고, 전병헌 원내대표의 발언은 양당의 가치가 쌍둥이처럼 쏘옥 빼닮았다는 뜻이다.
따라서 민주당과 안철수신당이 서로 연대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는 것이다.
실제 문 의원은 “새누리당이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절대 강자로 군림하는 상황 속에서, 소수 정파들이 연대해서 새누리당과 맞서는 것이 필요하다”며 “연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특히 전 원내대표는 "지금 '제살깎기' 경쟁을 할 때가 아니라 힘을 합치는 노력이 필요할 때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즉 신당과 민주당이 쌍둥이라는 것이 입증됐으니, 서로 힘을 합쳐야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안철수신당 측 윤여준 새정치추진위원회 의장은 최근 “우리는 낡은 정치를 청산하라는 국민 명령에 따라 나온 세력이라 민주당과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청산해야할 낡은 정치 세력’인 민주당과는 태생부터가 다르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민주당은 신당과 민주당이 서로 닮은 ‘쌍둥이 정당’이라고 주장하는 데 반해, 신당 측은 태생부터 다르기 때문에 ‘닮지 않았다’고 손사래 치는 모양새다.
사실 양당이 서로 닮은 쌍둥이 정당인지, 아니면 정말 태생부터가 다른 정당인지 판가름하기가 쉽지 않다. 어찌 보면 닮은 것 같기도 하고, 또 어찌 보면 너무나 다른 것 같기도 해서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그런데 상황을 이렇게 모호하게 만든 일차적 책임은 사실 안철수신당 측에 있다.
6.4 지방선거에서의 선거공학적 야권연대를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야권연대’라는 큰집에는 둘이 함께 뻔질나게 들락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신당측은 선거연대는 아니고, 특검과 공천폐지연대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혹시 ‘야권연대’라는 한 집에 서로 닮은 것 같은 두 사람이 나란히 손잡고 들락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아, 쌍둥이가 맞구나’하고 생각하지 않을까?
우선 당장 같은 여의도 지역의 옆집에 살고 있는 새누리당이 그런 의심을 품고 있다.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이날 한 방송에 출연, “새정치를 한다는 안철수 의원이 표방한 대로 실천하려면 야권연대는 있을 수 없다”면서도 “최근에 흘러가는 모양새를 보면 (양측이) 연대를 할 것처럼 가고 있다”고 말했다.
즉 안철수 의원의 말대로라면 신당과 민주당은 쌍둥이가 아니지만, 특검 등을 위해 야권연대 협상 테이블에 나란히 앉을 것을 보면 너무나 닮아 쌍둥이처럼 보인다는 뜻이다.
정말 신당과 민주당은 쌍둥이 정당일까, 아니면 태생부터 다른 정당일까?
아무래도 이런 궁금증은 이번 6.4 지방선거를 치르고 나서야 해소될 것 같다.
만일 신당이 후보단일화에 응할 경우, 양당은 서로 닮은 ‘쌍둥이 정당’이라는 사실을 시인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반대로 끝까지 독자후보를 강행할 경우, 양당은 태생이 다른 정당이라는 사실을 만 천하에 알리는 것과 같다.
결국 6.4 지방선거일이 사실상 양당의 유전자검사 날인 셈이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궁금하기 그지없다.
<고하승:시민일보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