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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 연휴 기간 동안 세배를 다니고, 고향의 절친과 아끼던 후배 병문안을 갔다 오느라 피곤하던 참에 찬바람을 심하게 쏘였더니 갑자기 심한 감기에 걸렸다. 아마 가장 사랑하는 벗과 가장 아끼는 후배가 동시에 중병에 걸린 모습을 보고 온 마음의 충격도 컸던 듯싶다.
머리가 지끈 지끈 아파서 아무 일도 할 수 없어 감기가 나을 동안 무얼 할까 궁리하던 차에, 평소 즐겨 보던 중국 사극 드라마 중에 혹시 볼 게 있을까 해서 찾아보던 중, 우연히 ‘천하를 훔친 사나이 주원장(2011)’과 만나게 되었다. 드라마화 된 주원장 이야기는 굉장히 많아서, 이 것 외에도 두 편 정도를 아주 감명 깊게 본 기억이 있다.
주원장은 가난한 농민의 자식으로 태어났다. 어느 해 심한 가뭄이 들어, 부모, 형제가 모두 굶어 죽고, 그 역시 죽을 위기에 처해 있다가, 마침 지나가던 근처 절의 주지 스님 손에 구함을 받아 승려가 된다.
주원장이 갖은 고난을 물리치고, 황제가 된 뒤에도 어린 시절의 이 피맺힌 기억을 잊지 않고, 스스로 검박하게 생활하였는데, 그의 비빈들과 자식들은 주원장과 함께 하는 식사를 몹시 싫어할 정도였다 한다.
그는 스스로만 검박하게 살았을 뿐 아니라, 관리들에게도 청렴결백하기를 강요해, 탐관오리를 이 잡듯이 하였다. 이 드라마는 탐관오리를 누구보다 증오했던 주원장의 면모를 하나하나 보여주고 있다. 썩 뛰어난 작품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볼 만하다.
하지만 나를 놀라게 한 것은, 황제를 대신해 국정을 시찰하러 나오는 흠차 대신을 상대로 행해지는 지방관들의 무시무시할 정도로 집요한 매수공작이었다!
중국에는 ‘재해가 있으면 탐관오리가 나온다’는 속담이 있다 한다. 각종 천재지변이 있을 경우, 피해를 입은 백성들을 구제하기 위해 구제비와 구호물품이 지방에 하사가 되는데, 백성들에게 갈 물품들을 중간에 착복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여, 황제의 뜻과 달리 수많은 아사자가 발생하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요즘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후, 이를 엄단하고 있어도, 생명을 걸어 놓고 부정부패 행위를 자행하고 있는 관료들의 수가 줄지 않고 있다는데, 동서고금을 통틀어 부정부패의 악습은 쉬이 사라지지 않는 것 같다.
이 드라마 상편의 15회인가부터 충직하고 유능하다고 소문난 건국공신의 아들 ‘진승’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젊은 나이에 황제를 대신하는 흠차대신의 귀한 자리에 오른 아들에 대해, 지방 탐관오리들의 집요함을 잘 아는 그의 아버지는 몹시 걱정을 하며, 자식에게 아직 세상경험이 부족하니 사퇴하라고 충고한다. 하지만 자식이 말을 듣지 않자, 직접 주원장을 만나 자식을 흠차대신 자리에 임용하는 것을 중지해 달라고 간청하여, 겨우 자식 진승의 뜻대로 해 주겠노라는 약속을 받지만, 젊은 나이에 출세 길이 보장된 흠차대신 자리를 누가 제 발로 차겠는가?
결국 진승은 연주에 파견 나갔다가, 부패혐의가 탄로나 죽을 위기에 처한 지방관들이 작당한 음모에 말려들어 거의 죽을 위기를 넘기고, 탐관오리들을 일망타진한 후 그 공을 인정받아 소주로 향하게 된다.
하지만 소주의 지방관은 소액의 횡령 사건이 발각되어 사형에 처해 지려다 신하들의 구명 운동 덕분에 살아난 적이 있던 자로, 그 벌로 관리를 만날 때나, 공무를 수행할 때, 혹은 황제를 알현할 때는 양발에 쇠사슬을 착용해야 하는 수모를 겪고 있음에도, 그 죄를 뉘우치기는 커녕 더욱 더 교묘한 방법으로 백성들을 수탈하고, 국가의 재산을 훔치는 일을 자행하고 있었다.
그는 진승이 연주의 지방관이 아무리 회유하려 해도 넘어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서, 진승의 허점을 찾으려고 애쓰다가, 그의 취미가 바둑과 서화, 음악이라는 사실을 알고서 이를 이용하려 작정하고 교묘히 그를 유인한다.
온갖 달콤한 말과, 청백리를 가장한 검소한 접대로 호감을 산 후에 취미생활로 접근해 가자, 천하의 강직한 진승도 조금씩 조금씩 경계의 벽을 허물게 되고, 거기에 객지에 파견된 피가 들끓는 젊음에 대해 천하절색 미녀를 동원해 공격을 하자 결국 허물어지고 만다.
주원장은 회유에 넘어간 죄보다 이를 은폐하려고 황제를 속이려고 한 죄가 더 크다고 하여 사형과 멸문을 명하지만, 개국공신이었던 아비의 간청을 받아들여 진승만 사형시키고 아내 뱃속의 태아는 생명을 보존케 한다. 소주의 탐관오리들은 능지처참형에다 3족을 멸하라는 중벌을 받았다.
나는 이 드라마를 본 후에 애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관리가 된다는 것은 참으로 두려운 일이로구나. 내가 젊은 날에 관리가 되었더라면(국가5급(=현재의 9급) 공무원에 합격했다가 근무를 포기한 적이 있다.) 몇 번이나 감옥을 살았을지 모르겠다! 저리 집요하게 공격을 한다면 누가 살아남겠는가?”
나라의 공무원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밤이나 낮이나 스스로를 경계해야겠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대통령과 가까이 있는 자리나, 실권이 주어진 자리에 있는 자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들이 그 자리에 앉는 순간, 이미 칼을 입에 물고 앉아 있는 것과 같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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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정권, 민주정권, 개혁정권을 막론하고 역대 모든 정권에서 권력형 비리가 만연하였다. 그로 인해 그 자리에 나아가지 않았더라면 그나마 행복하게 살았을 수많은 사람들이, 치욕스럽게 생을 마쳤거나, 치욕을 안고 살아가고 있거나, 자신의 과거 지은 죄가 밝혀질까 두려워 가슴 조이고 살고 있을 생각을 하니, 박근혜 정권의 탐관오리들과 권력형 비리 혐의자들, 각종 부정부패 연루자들의 앞날이 걱정된다. 모두 다 삼가고 삼가는 게, 본인의 신상은 물론 가족 친지 모두에게 부끄러움을 안겨주지 않는 일이라는 것을 왜 모를까?
앞에 살펴 본 드라마에서 진승을 파멸시킨 관리가 진승에게 다가와 나직하게 속삭인다. “어찌 관리가 황제와 같을 수 있을 것인가? 만약 황제가 명하는 대로 관리가 아무 특권도 누리지 못하고 다만 백성에게 봉사만 해야 한다면, 누가 그 어려운 시험을 보면서 관리가 되고자 애를 쓰겠는가?” 그래서 그들은 오늘도 더러운 돈을 세고, 더 큰 돈이 굴러 들어오는 승진을 위해 정권의 개가 되어 각종 범죄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참혹한 현실이다!
정말 출세하면 부귀영화를 누려야 하는가? 부귀영화를 누려야 출세한 것인가? 선진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는 후진적인 나라에서 말하는 출세의 개념이 상당히 사라지고 있다 한다. 농민이면 농민, 기술자면 기술자, 노동자면 노동자 나름대로 자신의 업무에 따르는 충분한 연봉과 각종 복지혜택에 만족하면서, 여가생활을 보내는 것을 인생의 즐거움으로 아는 전통이 수립되었다고 한다.
출세 지상주의, 이를 위한 교육낭비와 학력 차에 따른 수많은 차별이 이 나라를 병들게 하고 있다. 국민 모두가 주어진 일에 만족할 줄 알게 만드는 나라가 진정한 복지천국이 아니겠는가? 그런 나라 정도가 되어야 관료가 국민을 착취하거나, 승진을 위해 정권의 개가 되어 갖은 부정부패를 행하는 대신 현재의 직분에 만족하고, 진정한 마음으로 국민에게 봉사하게 되지 않을까?
참고로 탐관오리와 싸우는 드라마 중에 가장 감명 깊게 본 드라마는 청나라 최고의 명군으로 꼽히는 건륭제 시절의 ‘충신 유통훈 (천하량창)’이었다.
안철수, 새정치 신당에도 수많은 정치 지망생들이 모여 들고 있을 것이다. 사익보다 공익을 위하는 자를 찾기란 백사장에서 다이아몬드를 찾는 일처럼 힘들 것이다. 그런데 어찌할 것인가? 그나마 덜 까만 이들이라도 써야 되지 않겠는가? 인간 본성에 탐욕이 내재하는 한 세상은 하루아침에 정화될 수 있는 게 아니다. 탐욕을 억제하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을 망치고, 가족을 망치고, 나아가서는 세상을 망치는 부정, 부패, 사리사욕을 용인할 수는 결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