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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민주당의 거듭된 6.4 지방선거 연대 요청을 일축했다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안 의원이 “국익과 민생을 위한 연대·협력은 마다하지 않겠지만 선거만을 위한 연대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안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을 ‘야권연대 거부’로 해석해도 되는 것일까?
혹시 ‘선거만을 위한 연대’는 하지 않지만, ‘선거에 다른 것이 포함된 연대’는 할 수도 있다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
아무래도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다.
안 의원은 7일 신당 창당 준비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이하 새정추) 회의에 참석해 국회의원 소선거구제 개혁,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제 도입, 다당제 정착 제도개편을 위한 정책 연대를 제안했다.
형식상으로는 새누리당과 민주당 등 여야 각 정당 모두에게 연대를 제안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민주당에게 연대의 손길을 내민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날 안 의원은 "국회의원 소선거구제 개혁, 그리고 대통령 선거의 결선투표제 도입, 그것 외에도 여러 가지 다당제를 정착하기 위한 제도적 개편들, 그런 문제들을 풀어서 민심을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를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것이 정공법이고 옳은 방법"이라며 "지금부터라도 그런 제도적 개혁에 뜻을 모으고 정책적 연대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사실 새정치신당이 첫 번째 과제로 ‘국회의원 소선거구제 개혁’을 들고 나선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
새정추 김성식 공동위원장은 "국회의원 선거 소선거구제도 때문에 특정 정당이 한쪽지역을 싹쓸이하지만 다른 지역은 불모지가 되고 있다. 많은 득표를 하고도 의회에 진출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중선구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가 내세운 명분은 타당하다.
현행 소선거구제는 한 선거구에서 국회의원 한 명만 선출하지만 중선거구제로 전환되면 한 선거구에서 두 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할 수 있다. 그러면 영남에서는 새누리당이 싹쓸이하고, 호남에서는 민주당이 싹쓸이하는 폐단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선거구제로 전환될 경우 가장 이득을 보는 정치세력이 ‘새정치신당’이라는 점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이 같은 제안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에 나타난 신당의 지역별 지지율을 살펴보자.
먼저 영남의 경우, 지지율 1위 정당은 새누리당이지만 2위인 정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이 아니라 신당이다. 한 선거구에서 두 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할 경우 새누리당과 신당 후보가 금배지를 달게 되는 것이다.
호남은 어떤가. 민주당과 신당이 치열하게 1~2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따라서 중선거구제가 되면 민주당과 신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즉 신당은 영남과 호남 대부분의 지역에서 국회의원을 낼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영남에서, 민주당은 호남에서 각각 의석수가 ‘반 토막’ 나는 것을 감수해야 만 한다. 이렇게 손해 보는 제도를 양당이 외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지방선거를 생각하면 민주당이 이 같은 제안을 받아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지금 민주당은 한마디로 죽을 맛이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제1야당이라는 위치가 무색할 만큼 지지율이 형편없이 낮다. 거대 여당인 새누리당은 물론 아직 창당조차 하지 않은 신당 지지율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런 상태에서 지방선거가 새누리당, 민주당, 신당의 3자구도로 전개될 경우 민주당 후보들은 궤멸 당할지도 모른다.
민주당이 살아남으려면 신당의 바짓가랑이라도 잡아서 선거연대를 해야만 한다.
그런 민주당의 입장을 고려할 때, 민주당 지도부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새정치신당의 제의를 받아들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즉 지방선거에서의 ‘후보단일화’와 총선에서의 ‘소선거구제 개편 등’을 서로 맞바꾸는 연대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안 의원의 발언의 속뜻은 ‘선거만을 위한 연대는 하지 않겠지만, 국회의원 선거구제를 중선거구제로 바꾸는 데 동의하고, 다당제 정착 제도개편에 동의하면 선거연대도 할 수도 있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그런 의미가 아니길 바란다. 그런 뜻이라면 ‘새정치’를 기대하던 국민들의 실망이 너무 클 것이기 때문이다.
<고하승:시민일보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