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인하여 주민등록번호의 변경 가능성을 포함하여 그것의 필요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이름처럼 부여받은 것이라 한동안은 지구상의 모든 나라가 주민등록증 같은 개인 식별 번호를 모든 국민들에게 부여하는 줄 알았다. 그리고 그것이 국가운영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믿었다. 그래서 처음 미국에 가 생활하면서 의아하게 여겼던 것 중의 하나가 미국에는 주민등록증이나 주민등록번호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없어도 우리나라보다 몇 십 배 큰 미국은 잘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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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등록번호에는 그야말로 중요한 개인정보가 여러 개 들어 있다. 생년월일(나이)을 비롯하여 성별(미국 등 서양 여러 나라에서는 남성과 여성에 포함되지 않는 제3의 성도 인정하는 추세라 행정문서에 성별을 기록하는 난이 거의 없다) 출생지(출생신고지)까지 13개의 번호에 오롯이 들어있다. 주먹다짐을 하더라도 “민증 까!”로 시작하여야 하는 우리네 정서로는 딱 보면 나이를 알 수 있는 것과 같은 주민등록증이 있어야 안정감을 느끼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내가 13개 숫자로 분류되고, 그것도 아무런 의미 없는 숫자가 아니라 나의 개인정보가 담긴 숫자로 분류되어 관리되고 원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그러한 정보가 수시로 노출되는 것이 그리 유쾌한 일만은 아니다.
물론 미국에도 개인들에게 부여하는 번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사회보장번호(Social Securtiy Number: SSN)가 대표적이다. 가끔 미국의 사회보장번호가 우리의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대답은 “아니다”이다. 사회보장번호는 원래 사회보장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즉 사회보장법(Social Security Act)하에서 사회보장 혜택을 받는 사람들의 기록을 쉽게 찾아보기 위해 만든 것이다.
우리나라 주민등록번호와 미국 사회보장번호의 가장 큰 차이점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강제적으로 부여 받아야 하는 주민등록번호와는 달리 사회보장번호는 미국인이라고 누구나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거꾸로, 필요에 따라 외국인도 사회보장번호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9개 번호로 이루어진 사회보장번호는 우리나라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개인정보를 담고 있지 않다. 9개 중 앞 세 자리는 사회보장번호를 발급 받은 사무소의 위치를 나타냈었는데, 1973년 이후에는 사회보장번호 신청서에 적은 신청자의 우편물을 받는 주소를 나타낸다. 따라서 반드시 그 앞 세 자리가 그 번호 보유자의 출생지, 혹은 거주지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가운데 두 자리는 01에서 99까지 숫자 중 행정적 편의를 위하여 그룹을 나눈 번호에 불과하다. 그리고 뒷 네 자리는 0001에서 9999까지 중 순서에 따라 선택된 일련번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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