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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철수신당이 야권연대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 같은 느낌이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신당창당을 추진하던 새정치추진위원회 관계자들은 그동안 야권연대에 대해 '패배주의적 생각'이라며 거부의사를 밝혀왔다.
실제 김성식 새정추 공동위원장은 최근 “야권 연대는 안 한다. 제가 공동위원장으로 있는 한 분명히 그렇게 한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설 연휴를 지나면서 미묘한 기류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새정추 송호창 소통위원장은 3일 야권연대와 관련, "상황이 바뀌는 것과 아무 상관없이 그냥 나홀로 가겠다는 것은 현실적 감각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야권연대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앞서 새정추 윤여준 의장도 전날 오찬간담회에서 “기본 입장(독자노선)을 계속 유지하려고 하지만, 많은 국민이 받아주면 그 길을 가면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그때 가서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막판 연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체, 안철수 신당은 왜 이처럼 갑작스럽게 입장을 바꾼 것일까?
국민이 야권연대를 선호하기 때문일까?
그렇지는 않다. 유권자들은 되레 야권연대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심지어 안철수신당 지지들 가운데서도 절반 이상이 야권연대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CBS노컷뉴스가 여론조사전문업체인 포커스컴퍼니와 함께 지난 1일 전국의 19살 이상 성인남녀 74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최대허용오차는 ±3.59%포인트) 결과,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안철수신당이 연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연대를 하지 말고 각각 후보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 무려 51.5%에 달했다.
반면 "연대를 해야 한다"는 응답은 26.8%에 불과했다.
특히 안철수신당 지지자들 가운데서도 절반 이상인 56.3%가 "각각 후보를 내야 한다"며 야권연대에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그런데도 왜 신당은 야권연대 쪽으로 돌아서고 있는 것일까?
인재영입의 난항 등으로 인해 신당이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시사IN>과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서울과 충남 지역에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신당은 거의 존재감을 찾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승부처인 서울의 경우,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과 민주당 박원순 서울시장이 1대 1로 맞붙으면 정몽준 43.3% 대 박원순 43%로 양측이 팽팽한 접전을 벌였다.
여기에 안철수 신당 측에서 이계안 새정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후보로 내보내 3자 대결이 이뤄질 경우, 정몽준 40.8%, 박원순 33.9%, 이계안 14.9%로 나왔다.
안철수신당 후보의 파괴력이 생각처럼 크지 않은 것이다.
그러면 수도권과 같은 중립지대인 충청남도의 경우는 어떨까?
새누리당 홍문표 의원과 민주당 안희정 지사의 1대1 대결에서 홍문표 47.5%, 안희정 32.9%로 홍 의원이 우세를 보였다.
여기에 안철수 신당의 충남도지사 후보로 거론되는 류근찬 전 의원을 포함시킬 경우, 홍문표 46.2%, 안희정 28%, 류근찬 10.6%로 나타났다.
이는 시사IN이 여론조사시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서울·충남 등 지역 유권자 1000명씩을 대상으로 지난 18~21일 자동응답 RDD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다.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다.
서울과 충남 모두 안철수 신당 후보는 삼자 구도를 만들 만큼 지지층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이 처한 위기 보다 신당이 더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당이 만지작거릴 수 있는 카드는 ‘야권연대’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안 의원의 상징인 ‘새정치’ 포기선언이나 다를 바 없다.
윤여준 의장도 “새 정치 한다고 당 만든다고 하더니 그것(연대) 먼저 하면 하루아침에 상징성이 날아간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민주당과 신당이 선거연대를 할 만큼 양당의 정책이나 지향하는 바가 같다면, 안 의원은 신당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안철수 의원 개인의 대권 야욕을 위해 당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사실상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양당의 정책이나 방향에 분명한 차이가 있는데도 연대를 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오직 선거 승리만을 위한 정치공학적 연대로 여론의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야권연대를 안 하는 게 정답이다. 하지만 독자후보를 강행하자니 마땅한 인물이 없다. 그로인해 형편없는 성적표를 받게 될까 두렵다. 이 딜레마 사이에서 안 의원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무척 궁금하다.
<고하승:시민일보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