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시사 칼럼을 쓰고 있는 필자의 시야 속으로 우리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각종 정치·사회적 이슈들이 매일같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설 연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방송과 언론이 진실을 외면하고 불공정한 편파보도로 일관하고 있는 요즈음, 우리 사회의 공공성과 사회 정의를 위해 진실의 바탕 위에 '합리적 의심'을 가미한 사회적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게을리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 필자는 28일 밤(현지시간)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신년 국정연설을 소개하는 글을 포스팅하려고 한다. 오바마의 신년 국정연설을 살펴 보고 이와 비교해서 우리나라의 현실을 냉정하게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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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신년국정연설을 통해
'소득 불균형의 해소'를 무엇보다 강조했다.
"우리는 자신의 노력으로 엄청나게 성공한 사람들에게 분개하지는 않는다. 그것이 미국이다. 하지만 동시에 풀타임으로 일하면서도 빈곤선 이하의 수입을 얻는 사람이 있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제적 불평등을 언급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정치인, 기업인들 모두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와 함께 경제적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정부에서는 연방정부 계약직, 건설노동자 등의 시급을 현행 7.25달러에서 10.10달러로 40%가량 올리는 행정명령을 발동했고, 앞으로 장기 실업보험, 직업훈련 프로그램 확대 등 복지 정책들을 행정명령을 통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행정명령은 그 자체로 법규로서의 구속력을 갖지 못한 행정기관에 의한 명령일 뿐이다. 따라서 이번 시급인상과 복지 확대에 대한 행정명령은 단지 오바마 행정부의 선언적 의미일 뿐이며 고용긴축을 우려해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는 미 공화당의 입장을 고려하면 정치적 대립 속에 시행될 지의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또한 정치적으로 해석해 보면 오바마의 이번 행정명령조치는 오는 11월 있을 중간선거를 위한 포석으로 볼 수도 있다. 지난해 각종 악재에 시달리며 지지율이 급락한 오바마 행정부가 이를 만회하기 위해 최고의 카드인 '최저임금 인상안'으로 지지율 반등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저임금인상은 오바마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부터 지속적으로 내세웠던 정책의 일환이었다는 것을 감안해 본다면 이를 지지율 반등을 위한 정치적 전략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는 일이다.
게다가 신자유주의의 폐혜가 지구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소득불균형과 이에 따른 양극화 현상은 이제는 미국으로서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사회·구조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오바마의 선택은 이같은 상황을 고려한 필연적인 선택이자 처방으로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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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의 경우는 어떨까?
박근혜 대통령도 얼마 전 국정연설을 포함한 신년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를 통해 박 대통령은 앞으로의 국정운영계획과 목표 등을 제시하고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했다. 그러나 기자회견의 그 어디에도 지난 총선과 대선과정에서 줄기차게 언급했던
'경제민주화, 복지확대, 현실적인 민생대책' 등을 찾아 볼 수는 없었다. 박근혜 정부의 지난 1년을 돌아봐도 신자유주의의 폐단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내세운 경제민주화 공약은 후퇴 혹은 폐기된 것으로 보이고, 각종 복지공약 및 정책들은 파기 축소되었으며, 적극적인 민생대책 역시 앞 뒤가 전혀 맞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규제를 해야 할 대상(재벌과 대기업)은 규제를 풀어주고, 규제를 풀면 안되는 대상(공공부문)에게는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박근혜 정부, 하우스푸어를 양산하는 현 주택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주택매입 활성화를 위해 대출은 계속 확대하겠다고 하는 박근혜 정부, 서민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면서도 카드사 정보유출 파문으로 하루 아침에 수만명에 달하는 TM들을 해고될 처지로 내모는 (논란이 거세지자 금융기관에 황급히 해고금지조치를 내리는 등 졸속행정의 전형적인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이율배반적인 모습은 위에서 살펴본 오바마 행정부의 모습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이는 우리 사회에 만연된 구조적 문제들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본질적인 해결책을 강구해야 함에도 박근혜 정부가 근시안적인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며, 또한 이명박 정권의 친재벌 우선정책을 고스란히 이어나가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정체성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소득불균형'과 '경제적 불평등'을 초래하고 재벌과 기득권들에게 부와 권력을 집중시키는 신자유주의를 만개시킨 당사자인 미국, 그 미국에서 지금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사회적 양극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각계각층에서 분출되고 있고 계층간 갈등과 대립 속에 사회적 위기감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시급인상 행정명령 역시 그가 처해있는 정치적 상황과는 별개로 이와 같은 미국 내의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결과일 것이다.
신자유주의가 초래한 극단적인 사회적 양극화를 개선하기 위한 방편으로 꺼내든 오바마 정부의 시급 40%인상 행정명령, 그리고 비정규직 800만, OECD 국가중 압도적 1위를 달리는 노인빈곤률, 가계부채 1000조, 치솟는 물가, 실질적으로 10%에 이르고 있는 실업률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이곳 저곳에서 들려오는 심각한 경고음이 새해 벽두부터 그로테스크하게 엇갈리고 있다. 과연 박근혜 정부에게는 어떤 대책이 있는 것일까?
(출처:바람부는 언덕에서 세상을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