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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월화드라마 ‘총리와 나’(극본 김은희, 윤은경, 연출 이소연)에서 권율(이범수 분)과 남다정(윤아 분)이 계약결혼을 한 것을 변우철 기자가 집요하게 조사하여 폭로를 시도한 것이 문제되었다.
‘계약결혼’이라는 말이 종종 사용되는데 어떤 의미로 사용되고, 혼인계약과는 어떻게 다를까.
포털에서는 계약결혼(契約結婚)을 ‘기간이나 의무 등을 미리 정해 놓고 하는 동거. 결혼 제도를 거부하거나 상대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경우 선택하는 방식이다.’라고 풀이하고 있다.
사회복지학사전에서는 계약결혼(marital contracts)을 ‘가족치료자들이 각 배우자를 결혼에 이르게 하는 기대와 동기를 가리키는데 사용되는 용어이다. 이러한 기대와 동기는 이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서 의식적일 수도 있고 무의식적일 수도 있으며, 배우자에게 알려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건전한 결혼에서 각 배우자의 계약은 서로에게 알려지고, 남편과 부인의 개인적 계약이 공유되도록 동의가 이루어진다. 계약이 감추어지고 분리된 채로 있는 결혼에서 부부는 서로 혼란스럽고, 의심하고, 실망하기가 쉽다. 결혼계약이란 용어는 또 보통 각 배우자가 맡아야할 재정조건과 의무를 구체화하기 위해, 결혼하는 부부간에 이루어지는 공식적으로 문서화되고, 법적으로 강제된 동의를 가리키는데 사용된다.’고 풀이하기도 한다.
‘혼인’이 ‘가족법상의 계약’이라는 것에는 다툼이 없다. 다만 혼인계약의 본질상 기간을 정한 경우나 일부일처제에 반하여 배우자를 둘 이상 둘 수 있는 것을 내용으로 한 경우 등은 선량한 풍속에 반하는 것이어서 효력이 없다. 계약결혼이 이와 같이 혼인의 본질상 양립하기 어려운 것을 계약의 내용으로 하는 혼인계약의 의미로 사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정상적인 혼인계약과 이른바 계약결혼을 구분하는 것이 언제나 명확한 것은 아니다.
계약결혼이 혼인신고가 되어 있지 않다면 판례법 내지 관습법에 의하여 일정한 법률상 보호를 받는 사실혼으로 평가받기는 어렵고 단순한 동거로 평가될 가능성이 많을 것이다. 대법원도 지난 2010년 초 한동안 동거했던 여자와 동거생활을 청산한 이듬 해 동거녀의 언니를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 사건에서 ‘남편이라 부르며 동거생활을 했다는 것만으로는 사실혼 관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혼전문변호사인 엄경천 변호사(법무법인 가족)는 “계약결혼이라 하더라도 혼인신고가 되어 있다면 혼인무효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계약결혼이라고 하더라도 기간을 정한 혼인이라면 혼인 자체를 무효로 보아야 할지 아니면 기간이 없는 통상적인 혼인으로 보아야 할 것인지의 문제가 남는다.”는 것이다. 혼인할 때 혼인계약서를 썼다고 해서 계약결혼이라고 할 수는 없다. 부부재산약정은 등기하면 제3자에게도 대항할 수 있도록 민법에서 보호하고 있다.
엄 변호사는 “흔히 말하는 ‘계약결혼’이란 정식으로 혼인(사실혼 포함)하기 전에 잠정적인 관계로서 동거를 한다거나 혼인의사가 전혀 없이 일시 동거를 하는 경우로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동거하는 남녀 관계를 혼인신고를 한 법률혼인 부부와 같은 정도로 보호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정당이 일반 단체에 비하여 헌법과 정당법에 의하여 특별한 보호를 받는 것과 같이 혼인도 일반적인 남녀의 결합과 달리 취급되어야 한다. 그것이 헌법과 가족법의 정신이다.
혼인은 매매계약이나 주택임대차계약에 비하면 훨씬 중요한 계약이다. 결혼할 때 기간을 정한 것이거나 배우자 이외의 이성과 성관계를 용인한다는 등 선량한 풍속에 반하는 내용이 아니라면 혼인계약의 내용을 명확히 해 두는 것이 애매함에서 오는 갈등으로 이혼에까지 이르는 것을 막을 방법이 되지 않을까.
‘총리와 나’에서 권율(이범수)과 남다정(윤아)의 결혼은 대내적인 로맨스나 대외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을 고려했을 때 단순한 동거로서 계약결혼이라고 할 단계는 지난 것으로 보인다. 비록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