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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권연대’ 여부가 정치권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무소속 안철수 의원에게 ‘야권연대’를 구걸하는 모양새다.반면 안 의원과 함께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새정치추진위원회(새정추)는 짐짓 관심 없다는 액션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여전히 ‘야권연대’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그러니 유권자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대체, 이번 지방선거에서 야권연대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 걸까?
그리고 야권연대를 바라보는 각 정파의 시각이 이처럼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지금의 민주당에게 있어서 ‘야권연대’는 사활이 걸린 문제다. 만일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안철수신당보다 저조한 성적을 보일 경우, 탈당선언이 잇따를 것이고 그로 인해 당은 해체수순을 밟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신당이 사실상 민주당을 흡수하는 형태의 야권재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게 민주당으로서는 아마도 상상하기조차 싫은 최악의 시나리오일 것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바닥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떤 조사에서는 아직 창당조차 안 된 신당 지지율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비록 제1야당의 체면이 구겨지는 한이 있더라도 신당과 똑 같은 비율로 공천권을 나눠먹는 형태의 야권연대를 제안하는 게 상책일 것이다.
민주당 정동영 상임고문이 24일 오전 PBC 라디오에 출연, "(야권이 분열하면)6월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대박나게 돼 있는 것이고, 야당은 쪽박차게 돼 있다"며 "심판하려면 당연히 (야권이) 연대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나, 대표적 친노계 인사인 문성근 전 민주당 상임고문이 이날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출연, "야권 연대 안하고 각자 뛰면 다 망한다"며 야권연대를 주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차기 대권을 목표로 하고 있는 신당은 야권연대를 받아들일 하등의 이유가 없다.
실제 새정추 금태섭 대변인은 "우리는 연대나 이런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여러차례 말했다"고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신당의 목적은 지방선거에서 단체장 몇 석을 확보하는 데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신당은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가지고 안철수 의원 중심으로 야권을 재편해 차기 대권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그러자면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는 민주당을 ‘야권 맏형’ 자리에서 끌어내야만 한다. 그 유일한 방법은 신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보다 좋은 성적은 거두는 길 뿐이다.
특히 민주당과 5대5 비율로 공정하게 공천권을 행사하게 되더라도 민주당이 신당보다 훨씬 더 유리하다는 점도 야권연대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현직 프리미엄을 갖고 있는 단체장들 상당수가 민주당 소속이기 때문에 당선자 수는 민주당 후보들이 더 많을 것이고, 그로 인해 신당은 ‘3위 정당’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손해 볼 것이 불 보듯 빤한 야권연대를 신당이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여전히 야권연대에 대한 의구심을 버리지 못한 채, 잔뜩 긴장하고 있다.
실제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김한길-안철수 회동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라고 하지만 실제 본 목적은 6·4 지방선거 선거연대, 즉 후보 자리 나눠먹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라며 "자리 나눠먹기는 구태정치 가운데 가장 낡은 구태정치"라고 비판했다.
신당 측이 야권연대에 대해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는데도 새누리당은 왜 이처럼 의혹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것일까?
상황의 변화 가능성 때문이다. 신당이 끝내 인재영입에 실패하고, 그로 인해 신당 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율보다도 낮아질 경우에 ‘아름다운 양보’라는 이름으로 야권연대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물론 그럴 경우 안철수 중심의 야권재편은 물거품이 되고 말겠지만, 최소한 차기 대통령 선거 때까지는 신당이 명맥을 유지할 수는 있을 것이다.
따라서 신당에서 야권연대를 추진한다면, 그 주체는 안 의원이 아니라, 새정추 핵심인사들이 될 것이다.
<고하승:시민일보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