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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의 정치적 소신을 굳게 견지하며 정치평을 하기란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정 정치인에 대한 저마다의 호불호가 다르고 또 현상에 대한 식견과 이해가 제각각인 까닭이다.
특히 인구 사이에 널리 알려진 정치인을 대상으로 비평을 쓸 경우에는 적잖은 심적 압박까지 겪게 된다. 그들을 지지하는 극성 부류에 의한 맹목적이고 또 악의적 화살을 피할 길이 없는 까닭이다.
그렇다고 이러한 글쓰기가 멈춰지지 않는다. 무슨 정치적 입신양명은 고사하고, 금전적 이득이나 영예가 따르는 일도 아니다. 오히려 여기 저기서 치이기만 할 뿐이다. 그런데도 쓰지 않으면 속이 탄다.
필경 이 또한 병증이다. 어쩌다 서푼짜리 글쓰는 취미를 타고난 죄로 사서 고생인 게다. 그로 인해 사적으로 피해까지 당하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교정되지 않는다. 사특한 시대가 자꾸만 불러 세운다.
이명박 정권 5년을 말해 무엇하랴. 그런데 박근혜 권력은 그보다 한 술 더 뜨고 있다. 전자는 다소 눈치라도 보는 척 하면서 국고를 도륙하더니, 후자는 아예 노골적으로 덤비고 있다.
여기서 또 다른 문제는 야권이다. 민주당 김한길도 그렇거니와 문재인 또한 밑바닥을 다 보였다. 기대했던 안철수도 날로 실망으로 답하고 있다. 야당이라기 보다는 제 2 여당과, 제 3여당에 불과하다.
딱히 의지하고 기댈 데가 마땅치 않는 적잖은 인구가 속앓이에 휩싸여 있다. 눈물과 시름으로 날을 지새는 다수 국민의 홧병을 치유할 또 다른 메시아를 부르고 있다. 정녕 초인은 오지 않는단 말인가?
야만과 광기가 노도와 같이 휩쓸려 다니는 시대다. 이러한 때, 개별 정치인에 대한 맹종과 필요 이상의 찬사는 교만과 나태를 부른다. 또 다른 참극을 초래할 수 있다. 이 점을 놓쳐서는 결코 아니될 일이다.
북유럽 국가 혹은 독일의 사회 시스템을 무작정 부러워만해서는 안된다. 국민적 의지가 정치권을 향해 그렇게 압박해야 한다. 특히 주목 받는 정치인일수록 더욱 그렇다. 그래야 거기 과실도 있다.
<정성태 : 시인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