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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학교에서 외면받는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위안부 피해 할머니들도 분노 절규
“피맺힌 절규를 보듬지는 못할 망정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을 정부가 저지르고 있는 겁니다.”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 안신권 소장은 10일 최종 승인을 받은 교학사의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 ‘한국인 위안부는 일본군 부대가 이동할 때마다 따라다니는 경우가 많았다’는 내용이 그대로 실렸다는 보도(<한겨레> 12월12일치 12면)를 접하고 분통을 터뜨렸다. 나눔의 집은 일본군에게 강제로 끌려가 위안부 생활을 한 할머니 10명이 모여 사는 곳이다. 안 소장은 “교학사 교과서는 일본 우익이 주장하는 내용을 그대로 베낀 것이나 마찬가지다. 피해 할머니들이 가슴을 치고 계신다”고 말했다.
15살 때 중국으로 끌려가 위안소에서 고초를 겪은 이옥선(87) 할머니는 “도살장이나 다름없는 곳에 강제로 끌려갔는데도 우리가 돈을 받고 자발적으로 갔다는 일본 우익의 주장을 우리 교육 당국이 받아들인 셈이다. 어찌 고국마저 이럴 수 있는가”라며 울분을 쏟아냈다. 이 할머니는 7월10일부터 미국, 독일, 일본 등지를 돌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증언 대장정’을 했다.
같은 피해를 겪은 강일출(86) 할머니는 “열여섯 나이에 강제로 끌려가 3년 동안 지옥 같은 생활을 했다. 그런데도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에 우리가 일본군을 따라다녔다고 적어놨으니 더는 참을 수 없다”며 분개했다.
할머니들은 “위안소는 이동식과 고정식이 있었다. ‘당시 전투부대는 이동식 위안소에 우리를 강제로 끌고다니며 성노예로 삼았다’고 수없이 증언했다. 그런데도 배웠다는 사람들이 우리가 자발적으로 따라다닌 것처럼 교과서를 만들고 정부가 이런 내용을 학생들에게 가르쳐도 좋다고 승인을 내줬다”며 가슴을 쳤다.
나눔의 집 할머니들은 13일 교학사 교과서와 관련된 대책회의를 열어 이를 규탄하고 정부에 항의하는 성명을 내는 등 대응할 방침이다. 국내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파악된 237명 가운데 생존자는 56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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