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11월 초 박근혜 대통령은 서유럽 순방길에 오른다. 박 대통령이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프랑스였다. 1974년 프랑스 유학이후 39년 만에 다시 찾은 프랑스, 박 대통령은 동포간담회에서 "그르노블에서 보냈던 짧은 시간은 아직도 저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이렇게 대통령으로서 다시 프랑스를 방문해 감회가 남다르다"며 프랑스 방문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젊은 날의 소중한 추억이 깃들어 있는 곳이라 그랬을까? 박 대통령은 프랑스 방문에 유독 신경을 쓰는 모습을 연출했다.
파리에서 열린 문화행사에서 프랑스어로 소감을 밝히며 현지 한류팬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주었고, 프랑스 경제인들과의 만남에서도 역시 프랑스어로 연설을 함으로써 프랑스 방문에 남다른 애착과 공을 들이고 있음을 대내외에 보여주었다. 당시 박 대통령의 이런 노력은 프랑스 경제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그들로부터 기립박수를 이끌어 내었다. 이에 당시 국내의 대다수의 언론과 방송들은 박 대통령이 프랑스 경제인들부터 기립박수를 받은 사실을 대서특필하며 박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를 한껏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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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대통령이 해외 순방길에서 현지인 및 현지 사회지도층의 환대와 환영을 받는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위상과 자긍심을 높여주는 사례로 무척 반가운 일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언론과 방송이 박 대통령이 기립박수를 받은 사실을 앵무새처럼 보도하고 있는 사이 물밑에서는 국민들이 모르는 엄청난 일들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프랑스 르몽드지는 11월 4일 박근혜 대통령이 기립박수를 받았다는 연설의 내용을 기사화하면서 한국이 공공부문 시장을 조만간 외국기업들에게 개방할 예정이고, 이를 박 대통령이 프랑스 기업인들과의 자리에서 밝혔다고 전했다. 이는 프랑스 기업인들의 기립박수가 박 대통령의 공공부문 시장 개방 약속에 대한 화답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이후 프랑스 기업인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도
"도시철도 분야 진입장벽도 개선될 수 있다고 본다"며 우리나라의 공공부문 시장을 개방할 것임을 재차 언급했다. 대한민국의 언론과 방송이 기립박수를 대서특필하며 국민들의 눈을 현혹시키는 사이 박 대통령은 공공부문에 대한 해외시장 개방, 보다 정확히 말하면 공공부문에 대한 민영화를 추진할 것을 해외 순방길 와중에 밝혔던 것이다.
프랑스와의 약속 때문이었는 지는 몰라도 박 대통령의 귀국 이후 수서발 KTX 노선에 대해 정부는 민영화의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철도노조의 파업에도, 국민들의 반대에도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철도 운영의 효율성와 적자해소란 명목을 앞세워 공공재인 철도시스템을 민영화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 한 것이다. 절대로 민영화가 아니라는 정부와 코레일의 주장은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거짓과 모순투성이 일 뿐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심지어 어제(6일)는 수서발 KTX를 운영할 별도 신규업체 설립이 결국 철도 민영화를 위한 것이라는 코레일 내부 문서가 발견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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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정부와 코레일은 수서발 KTX 운영을 위한 자회사 설립 이후 "민간 자본의 참여는 절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수서발 KTX 운영 준비를 위한 조직 설계' 최종 보고서(2013년 12월 23일)에 따르면, '2015년 개통예정인 수서~목포, 수서~부산 간 고속철도 운송사업 경영권을 철도공사 출자회사로 운영해 공공부문 내 경쟁체제'를 도입한 뒤 '철도 공사 운영 포기 적자노선, 광역철도 신규사업 등을 공기업 또는 민간에 개방해 민간과의 경쟁체제 도입을 목표로 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결국 이 문서는 정부와 코레일의 그동안의 주장이 새빨간 거짓말에 불과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철도민영화와 함께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는 의료민영화 역시 마찬가지이다. 정부는 지난 12월 13일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 중 의료부분에서는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 허용, 의료법인간 합병 허용, 법인 약국 설립, 해외 환자 유치와 해외 진출, 원격진료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내용 중에서 특히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 허용이다. 이는 비영리법인인 의료법인이 영리법인을 자회사로 거느리는 것으로 그 자체가 모순이다.
그러나 정부는 의료기관 자체가 비영리법인이므로 자회사의 의료사업 역시 비영리라는 해괴한 논리를 펴고 있다. 비영리법인인 의료기관이 영리법인인 자회사를 두고 영리사업을 하겠다는 것은 사실 대형병원을 소유한 대기업들이 오래 전부터 줄기차게 요구했던 사안이었다. 바로 이들의 오랜 갈증을 박근혜 정부가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 허용이라는 편법을 동원해 용인해 준 것이고 이는 결국 의료민영화를 위한 과정의 일부라고 봐야 한다.
박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소속 의원 및 당협위원장들과의 만찬자리에서 의료서비스와 관련해
"공공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라면 의료와 관계된 여러 규제를 풀어줘여 한다"고 언급한 것도 결국 공공부분인 의료부문을 개방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면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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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과 정부는 민영화가 절대로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이 말을 곧이 곧대로 믿는 국민들이 어디 있을까? "국민들이 반대하는 철도 민영화는 절대로 하지 않겠다"며 대통령후보 시절 국민과 약속했던 박 대통령의 모습을 우리는 기억한다. 그러나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그 약속은 헌신짝처럼 내팽개졌다. 정권의 나팔수가 되어버린 언론과 방송을 마음껏 활용해 본질을 흐리며 국민을 기만하고 있고, 문제를 지적하며 반론을 제기하는 국민들을 향해 갖은 엄포와 위협으로 겁박을 하고 있는 지경이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 국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가로막히자 이명박 정권은 이를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둔갑시켜 멀쩡하게 흐르던 4대강에 기어코 콘크리트를 도배하고야 말았다. 이 사업의 후유증이 어떠했나! 혈세낭비 논란은 논외로 치더라도, 사업체들간의 담합과 특혜, 온갖 부정 비리, 환경 파괴 등의 수많은 난제들을 양산한 망국적 사업이었다는 것이 판명되었다.
박 대통령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부문에 대한 시장개방 역시 마찬가지이다. 결국 그 수혜는 특정집단에게 집중되게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이는 국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공공부문과 관련된 일이다. 공공부문이 시장의 논리와 결합해서 민간에 개방된다면 그 폐해는 가늠하기 조차 힘들다는 것이 이미 여러 사례들을 통해 밝혀졌다. 박 대통령과 정부의 의도는 누가 봐도 명확하다. 손바닥으로 아무리 하늘을 가린다 하더라도 진실을 가릴 수는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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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언컨대 공공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의 시장개방이란 있을 수 없다.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공공성과 자본의 집중과 독점을 추구하는 시장의 논리는 절대로 병립할 수 없는 까닭이다. 국민들이 나서서 막아야 한다. 이는 국민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이다.
(출처;바람부는 언덕에서 세상을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