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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종교방송 채널에서 ‘경복궁의 눈물’이라는 다큐를 인상 깊게 시청했다. 지금 우리가 보는 경복궁은 본래에 비해서 25% 정도밖에 안 되는 규모라고 한다. 이도 해방 후에 꾸준히 복원한 결과가 겨우 이렇단다. 지금 보는 모습이 경복궁 본래 규모의 25%라고?
경복궁은 조선왕조의 정궁으로서 대원군의 중축공사로 인해 고종 4년에 총규모 7481칸으로 중건된 어마어마한 왕궁이었다. 그런데 일제는 의도적으로 조선왕조의 법궁(法宮) 인 경복궁을 30여 년 만에 90% 가까이나 파괴하는 폭거를 자행했다. 경복궁 훼절의 결정판은 궁궐 일부를 헐고 조선총독부 청사를 지은 사실이다. 그밖에도 박람회를 개최한다는 명분으로 명성황후가 거처하던 건청궁 곤녕함을 비롯하여 동궁전 등 거의 대부분을 헐어버린다.
기울어져 가는 조선의 자존심만이라도 살리고자 1865년(고종2년)에 대원군의 강력한 의지와 당시 수렴청정을 하던 신정왕후 조대비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대규모 경복궁 중건공사를 시작하였다. 조선민중들의 참혹한 대가로 경복궁의 복원은 완료되는데 총규모 7,481칸의 위용을 갖추는데 든 총 공사비용은 모두 770만 냥이었다. 500년 종묘사직의 자존심을 다시 일구고자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서 중건한 이런 경복궁을 일제는 단 30여 년 만에 10%만 남기고 파괴해버렸던 것이다.
다큐멘터리 ‘경복궁의 눈물’은 조선황제가 정사를 돌보던 근정전 용상에서 일인 총독 데라우찌가 사사로운 일로 희희낙락거리는 모습을 보여주는데서 정점을 찍는다. 서글펐다. 경복궁이 훼절당하고 역사가 유린당하는 모습에 온 몸에 납덩어리가 매달린 것처럼 답답했다. 일제에 강점당한 나라이니만큼 왕궁 또한 사연이 없으리란 생각은 안했지만 심하게 열불 나는 영상이었다. 이를 보고 다시 한 번 깨달은 게 있다. 고름은 살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 고름은 고름일 뿐이다. 곪아터진 부위를 속하게 낫게 하려면 곪은 부위를 깨끗이 도려내야 한다.
여기엔 과거 청산과 역사문제가 맞물린다, 역사를 잃어버린 민족에게는 미래도 없다는데 우린 아직 역사광복을 이루지 못한 게 확실하다. 현시점에서도 역사교과서 문제로 설왕설래중이니 말이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이는 어떤 의미인가? 대한민국 국민들을 옹색하게 만드는 자들이 여전히 존재하기에 그렇다. 교학사 역사교과서가 일례다. 교학사는 우리역사를 왜곡, 과장, 편파해석, 사실오류, 이승만 미화, 식민지 근대화론 확산, 독립운동사와 민주화운동 폄하하며 우리 역사의 역린을 불순하게 건드리고도 반성할 줄 모른다.
그런데 이 문제가 다시 연말과 연초에 걸쳐서 불거진 계기는 각 학교들이 교과서를 채택하는 시한이 며칠 전에 마감된 까닭에 때마침 채택여부의 윤곽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에 수원 동우여고에는 교학사 역사교과서 채택을 성토하는 '안녕하십니까?' 대자보가 붙기까지 했고, 이 대자보는 학교 측에 의해 10여분 만에 철거 됐으나 사진이 트위터를 통해 확산되면서 세상에 번졌다.
대자보 내용은, 백범 김구 선생을 테러리스트라고 지칭하고 안중근 의사를 교과서 색인 목록에서 제외한 점, 교과서 249쪽에 "조선인 위안부가 일본군을 따라다닌 경우가 많았다"고 기술한 부분,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5.16쿠데타 사료를 선별적으로 편집, 역사적 오류가 다수 발견 된 점, 출처가 불명확한 내용 등이 수록된 점을 지적했다. 이를 보면서 누리꾼들의 비판이 폭주했고, SNS에는 해당학교에 교학사 교과서 채택 철회를 요구하는 글이 쏟아졌으며,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도 비난글이 올라왔다.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채택한 학교는 전국적으로 대략 9개 학교다. 다행인 것은 학생과 학부형들의 반발과 일반인들의 항의가 쇄도하는 바람에 교학사 교재 채택을 취소하는 쪽으로 대부분 가닥을 잡고 있다는 소식이다.
나라 잘 되어가는 소식이 듣고 싶다. 신나고 재밌는 소식에 하루해가 짧게 느껴질 정도로 살맛나는 국민으로 살고 싶다. 고름이 살 되냐? 일제의 잔재와 군부독재세력들이 획책하는 역사왜곡이라는 화농균이 끈질기다. 어서 더 가열하게 뿌리를 뽑자. 조선왕궁의 7,481칸 규모 해방 이후 65년간 뼈 빠지게 노력했어도 이제 겨우 25% 밖에 복원되지 않았다. 더 이상 눈물 흘리게 하지 마라!
박정례 / 기자 / 르포작가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