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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방송사들이 연말에 이른바 ‘연기대상’같은 명목의 시상식을 시작했던것은 아무래도 80년대 초반경이 아닌가 싶다. MBC가 그 시초로 1983년에 드라마,코미디,라디오 기타 프로그램을 총 망라한 ‘연기대상’ 제도를 처음 실시했고. 이보다 4년 늦은 87년에 KBS도 ‘연기대상’ 제도를 실시했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 당시 연기대상의 풍경과 분위기는 참으로 ‘소박하고 순수’하면서도 ‘훈훈한 감동’을 안겨다주던 연말의 한편의 축제이자 또다른 드라마였다. 한 중견 방송인의 말처럼 원래 방송사들이 ‘연말 시상식’ 제도를 도입한 취지는 ‘한해동안 수고한 연기자,방송인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시청자들에게는 스타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고 하나의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뒤에서 수고하는 스텝들도 시청자들에게 인사시키고자’ 하는 일종의 ‘시청자 서비스’ 차원에서 마련한 연말 축제였었다. 그랬다. 적어도 초창기 80년대의 ‘연기대상’ 대략 한 90년대 중,후반경 까지만 해도 ‘연말 시상식’ 분위기는 방송사가 시청자들에게 제공하는 ‘연말 방송국 축제’의 한 자리였다.
하지만 방송사의 ‘연말 시상식’은 해를 거듭하면서 점차 화제와 관심의 대상이 되어가고, 스타급 연기자들도 과연 올해 연말에 상을 탈수 있을것인가 하는 문제에 집착을 하다보니 ‘연말 시상식’은 차츰 변질되어 갔다. 방송사는 행여 상을 못 탄 연기자들이 서운해서 다른 생각을 하게 될까봐 ‘공동수상’을 남발하게 되고, 시상식장에는 상을 못 탈것 같은 연기자들은 아예 참석을 하지 않고, 그러다보니 행여 진짜 상을 받을 사람이 불참하는 사태라도 벌어질까봐 미리 방송사에선 수상 예상자를 ‘시상자’로 미리 점찍어 놓는등. 이쯤되다보면 연말 시상식의 사회자나 ‘시상자’만 보아도 그해 대상이나 최우수상등 주요 수상자가 누가 될지는 조금만 눈치가 빨라도 충분히 ‘예측가능’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공동수상만으로도 부족해서 무슨 베스트상이니 PD가 주는 특별상이니 하는 별의별 상이 다 생겨난 요즘의 시상식은 허지웅 기자의 지적처럼 ‘연기대상’이나 ‘연예대상’이라기 보다는 숫제 ‘학예회’ 같은 모습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사실 방송사가 연말에 이른바 ‘연기대상’ 같은 명목의 시상식 제도를 마련 방송을 한 취지는 ‘한해동안 수고한 방송인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시청자들에겐 이들을 한 자리에서 인사시키게 하는’ 일종의 방송,연예인들에 대한 격려이자 시청자들에 대한 팬서비스였다. 실제 ‘연기대상’을 최초로 실시한 MBC의 경우 드라마,코미디,시사물,라디오까지 전 장르를 포함한 ‘연기대상’ 시상을 함께 실시 그야말로 탤런트에서부터 코미디언,아나운서,방송 리포터,작가,PD들까지 한 자리에서 다 함께 만나볼수 있는 그야말로 풍성한 축제의 장이기까지 했다. 한편 ‘연예대상’의 경우 그 뿌리를 따지자면 KBS가 87년 첫 실시한 ‘코미디 대상’으로 원래 탤런트와 코미디언을 전부 묶어 ‘연기대상’을 실시해온 MBC와는 달리 KBS는 탤런트와 코미디언 분야를 ‘연기대상’과 ‘코미디 대상’으로 따로 나누어 시상식을 실시해왔다. 이러한 코미디 대상은 90년대 들어 일시적으로 폐지되기도 했다가 2천년대 들어 ‘연예대상’으로 각 방송사별로 부활하게 되는데, 이렇게 된데에는 90년대 있었던 정통 코미디 쇠퇴와 버라이어티 프로 붐등 90년대 방송 트렌드 변화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탓이 있지만, 이 부분은 이야기하기가 기니 생략하기로 하겠다.
초창기의 시상식이 무엇보다 순수하면서도 ‘훈훈하고 잔잔한 감동’을 안겨다 주었던 이유는 대체로 시상 내역이 신인상,우수상,최우수상,대상 정도로 깔끔한 편이었고 공동수상도 거의 없던 편이었으며, 하지만 때로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한 면은 무엇보다 TV에서 늘 발랄한 얼굴로만 만나던 방송 리포터나 아나운서가 상을 타게 되면 남다른 눈물을 보이기도 하고, 라디오 진행자로 목소리로만 만났던 이나 작가나 PD, 성우의 실제 모습을 화면으로 보게 되면서 애초에 상상했던 이미지와 너무나 다른 모습(!)에 충격을 받았던 적도 적잖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이와같이 초창기 시상식은 대체로 ‘순수’하면서도 훈훈한 감동을 안겨다 주었던 그것이 연말의 ‘연기대상’ 시상식이었다.
반면 요즘 지켜보는 연말 시상식은 씁쓸하고 쓸쓸하면서도 지루함마저 느끼게 한다. 우선 대체로 상을 받을것 같은 스타급 연기자,방송인들만 대개 자리하고 있어 대충 봐도 누가 상을 탈것 같은지 짐작이 가능해 긴장감이나 궁금증이 거의 사라져버렸다. 상을 못탈것 같은 연기자,방송인들은 이미 연말 시상식 불참 예정 사실이 언론에까지 보도되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어, 그야말로 ‘수상 후보자 발표’ 같은것도 별 의미가 없는 그런 자리가 되어버렸다. 시상내역을 장르별로 쪼개고 그것도 모자라 두명 심지어 세명까지 ‘공동수상’을 남발하는 모습을 보면서는 ‘대체 이런 시상식’을 왜 하나 ?‘ 깊은 회의와 의문마저 들게 만든다.
시상식을 진행하는 시간도 언제부터인가 굉장히 길어졌다. 기억에 초창기 시상식은 ‘연기대상’이건 ‘코미디 대상’이건 2시간에서 2시간 30분을 넘는 적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요즘은 보통 9시가 되기 10-20분전쯤부터 시작 다음날 새벽 한시가 다 될 때까지 그야말로 4시간 가까운 진행이다. 중간 광고시간을 제외해도 대략 3시간 30분 가까운 시간이 된다. 그러니 별로 긴장감도 궁금함이나 기대감도 없는 느슨한 시상식이 쓸데없이 시간만 4시간을 잡아먹고 있는것이다.
상기(上記)와 같은 이유 때문인지 요즘은 수상소감을 말할때나 또는 시상식을 진행하는 리포터들끼리도 종종 농반진반으로 ‘(상을 못타던 이전해 시상식때는) 사실 시상식이 너무 지루해서 중간에 집에 갈까 생각도 여러번 했고 실제 가기도 했었다’느니 ‘OOO 선배님, 그래도 좀 기다려봐요. 아직 대상 남았으니 모르잖아요’ 이런식의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솔직히 상탈 가망도 별로 없는데 2시간 정도라면 모를까 4시간 가까이를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어야하는 일은 연예인들 입장에서도 보통 고역은 아닐것이다.
상을 탄 수상자들이 동료 연예인이나 제작진은 물론 소속사 대표와 매니저,코디 심지어 일반 시청자 입장에선 누군지 알수도 없는 소속사 말단 직원들 이름까지 줄줄이 언급하며 ‘아무개에게도 고맙고요’ 하는식의 천편일률적 소감을 지켜보는것도 보통 지겨운일이 아니다. 물론 상을 탄 해당 연예인 입장에선 자신 한사람을 위해 주위에서 물심양면으로 격려도 해주고 도움도 주고 지켜준 선후배 연기자나 제작진 또는 소속사 대표에서부터 말단직원까지. 일일이 감사인사 전하고 싶은 마음. 그런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이해를 못할것은 없을것 같다. 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선 도대체 누군지 알지도 못하는 연예기획사 말단직원들 이름까지 우리가 대체 왜 들어야 하는건지. 되려 짜증만 날 뿐이다. 이런식의 감사인사는 굳이 시상식장에서 하지 않아도 나중에 개별적으로 얼마든지 할 수 있는일 아닌가. 시청자들 입장에선 별로 감동되지도 않고, 오히려 짜증만 유발시키는 ‘누구누구에게 감사하다’ 이런식의 수상소감도 이젠 좀 자제해 주었으면 좋겠다.
요즘의 연말 시상식을 지켜보다보면 정말이지 초창기의 그 순수함과 훈훈함이 그립다. 방송사 공채제도가 존재하던 시절임도 감안해야 겠지만, 어쨌든 대체로 한 식구 같은 분위기라 방송사 관계자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상을 탄 사람은 감사해하고 상을 못 탄 사람은 축하와 격려의 인사를 보내고. 시청자들 입장에선 하나의 TV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기 위해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뒤에서 수고와 고생을 했구나 하는 점을 새삼 깨닫게 만들었던. 그 초창기의 순수함. 상을 탈만한 사람들만 자리해서, 무슨 학예회마냥 공동수상까지 남발해가면서 (시청자 입장에선) 누군지 알지도 못하는 기획사 말단직원에게까지 감사해하는 수상자들의 모습까지 지켜봐야 하는 요즘의 시상식. 이렇게까지 변질된 연말 시상식을 지켜보면서 느끼는 점은 오히려 씁쓸함과 쓸쓸함이다.
이런식의 연말 시상식의 모습은 앞으로도 큰 이변이 없는한 바뀔 가능성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