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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결국 ‘안철수신당’을 향한 짝사랑을 접었다.
민주당 박기춘 사무총장이 최근 <시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호남에서는 후보를 따로 내더라도 수도권에서는 신당과의 단일화를 예상하는 기류가 있었지만 이제는 정면승부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라며 “연대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민주당의 이 같은 ‘마이웨이 선언’은 이루어질 수 없는 짝사랑의 집착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다행이다. 하지만 너무 때늦은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사실 그동안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 그가 추진하는 신당을 향한 민주당의 사랑은 너무나 구구절절해 애처롭기 그지없었다. 국민들이 보기에도 못난 딸이 잘난 신랑감에게 매달리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실제 올해 1월, 당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던 문희상 의원은 안철수 의원에게 민주당 입당을 제안하면서 “정치를 하려면 개간보다는 옥답(沃畓)을 개척하는 게 낫다”고 말했었다.
심지어 친노계 핵심인 홍영표 의원은 최근 “안철수 의원이 민주당에 입당한다면 대권후보도 당권도 논의할 수 있다”고 노골적으로 유혹한 바 있다.
이를 결혼에 비유하자면 민주당이 안철수 의원에게 ‘데릴사위’를 제안한 셈이다.
민주당 집안에 데릴사위로만 들어오면 집도 주고 밭도 주고 모두 다 주겠다는 제안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철수 의원은 이 같은 민주당의 제안을 거들떠보지 않았다.
그 집 딸이 마음에 들지 않는데, 집과 밭을 준들 무슨 소용이 있겠냐는 게 안 의원의 생각일 것이다.
그러자 민주당은 안철수 의원에게 통합을 제의했다.
데릴사위로 들어오는 게 싫다면 양가가 동등한 위치에서 혼인을 하자는 제안인 셈이다.
실제 민주당 소속 강운태 광주시장은 최근 송·신년 기자회견에서 “안철수신당은 내년 지방선거 전 민주당과 통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고, 천정배 전 의원도 향후 새누리당에 맞서 정권교체를 하기 위해선 민주당과 안철수 무소속 의원 측이 손을 잡고 ‘새로운 정당’을 탄생시켜야 한다며 통합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 역시 안 의원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었다.
데릴사위든 정상적인 혼인이든 근본적으로 싫은 딸(민주당 사람들)과 살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민주당은 짝사랑을 포기하고 일찌감치 ‘싱글’을 선언했어야 하는데, 민주당은 잘난 신랑감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아주 부도덕한 제안을 했다.
바로 안 의원에게 ‘연대’를 제안 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연대는 양당이 각각 따로 살림을 차린 채 필요할 때만 하나가 된다는 뜻이다.
즉 신당과의 통합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일단 지방선거에서 후보단일화 등 선거연대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표적인 주자가 설훈 의원이다. 설 의원은 최근 YTN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정의당, 그리고 안철수 의원이 만들려고 하는 당 그리고 민주당, 이 3당이 합쳐서 하나의 조직체가 된다면 아마 (지방선거에서) 싹쓸이할 것”이라며 “연대를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를 결혼에 비유하자면 신랑과 신부가 혼인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필요할 때만 서로 만나서 함께 하자는 제안이나 마찬가지다. 이는 민주당의 여러 제안 중 가장 부도덕한 제안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정당은 지조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의 제안은 지조 없는 사람의 행위와 무엇이 다른가.그런 태도가 국민들로 하여금 민주당에 등을 돌리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안 의원과 신당의 태도는 분명하다.
안 의원은 최근 광주 KT텔레캅호남본부에서 열린 ‘새정치추진위원회 광주 설명회’에 참석, 민주당을 낡은 구체제, 구사고, 구행태의 산물로 규정하면서 “호남에서의 낡은 체제(민주당 독점 구조) 청산이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라고 밝혔다.
이게 무슨 뜻인가. 민주당은 연대나 통합의 대상이 아니라 청산해야 될 대상이라는 뜻이다.
그런 모진 소리를 듣고 나서야 민주당은 뒤늦게 신당과 결코 함께 할 수 없음을 깨닫고, 안 의원과의 연대는 없다고 선을 긋고 나선 것이다.
국민들 앞에서 ‘안철수’라는 잘난(?) 신랑을 사위로 삼기위해 애걸복걸하다 결국 잘난 딸의 앞길만 망치게 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고하승:시민일보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