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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아프단다. 가슴이 터질 것만 같단다. 이대로는 폭발할 것 같아 죽을 지경이란다. 그래서 견디다 못해 그 시린 마음을 글로 쓴다. 자신의 눈물을 꾹꾹 찍어 발라 작성한 대자보를 학교 담벼락에 걸어 둔다.
뒤틀리고 억압된 시대상에 대한 일종의 해방구며 해우소다.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마지막 신호이며 비상 탈출구이기도 하다. 불온한 현실에 대한 자아 치료이기도 하다.
그런데 교육 당국은 이런 학생들을 상대로 징계하겠다고 나선다. 부모를 호출해 압력을 가한다. 이는 일종의 직권 남용이다. 더 나아가 간접 살해 행위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놓인 교육 부재의 적나라한 현주소다.
사회적 치부를 덮는데 급급할 일이 아니다. 그들의 고통스런 언어를 우선 들으려는 자세가 요구된다. 어른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데 따른 애통함이 깃들어야 한다. 더욱이 강압적 수단을 사용한데서야 어디 될 말이겠는가.
청년 학생들이야말로 국운을 결정짓는 국가의 매우 큰 자산이다. 거기 우리의 미래가 담보돼 있기에 그렇다. 그들이 아플 때, 어른도 아파할 수 있어야 한다. 아니 통회할 수 있어야 한다. 함께 눈물 흘리며 품어 안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애통하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오늘 우리가 거듭 깨닫는 것이 있다. '이명박 권력처럼 살지 말자' 아울러 '박근혜 권력처럼 살지 말자'라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 시대의 가장 명징한 교훈이 되고 있다.
<정성태 : 시인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