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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코레일이 확정발표한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 방안은 ‘철도 민영화’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이어 정부가 13일 확정 발표한 ‘4차 투자 활성화 대책’에는 ‘의료, 교육 민영화’로 간주될 수 있는 조치들이 포함돼 있어 ‘공공부문 민영화’에 대한 국민 불안은 최고조에 이른 상태이다.
코레일은 신설되는 KTX 자회사 지분의 민간 참여 가능성을 차단했기 때문에 민영화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코레일의 법률자문을 한 법무법인 두 군데 모두 “코레일의 대책은 민영화를 막기 위한 완전한 방지책이 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회신했다.
정부가 민영화 논란을 감수하면서 자회사 설립을 강행하는 논거는 ‘만성적 철도 적자 해소’이다. 2013. 6월 현재 코레일 부채는 약 17.6조로 알려졌다. 그런데 그 내용을 보면 ‘정부정책실패’로 인한 부채가 무려 45%에 이른다. 민자사업으로 추진했다가 빚만 남은 인천공항철도 인수비용 1.2조, 정치권 이해관계에 따른 경부고속철도 노선 변경으로 인해 추가로 떠안은 비용 4.5조, 용산 국제업무지구 사업 무산으로 떠안은 비용 2.2조 등, 총 7.9조가 정부 정책실패로 떠안은 빚이라는 게 노조 주장이다. 일리가 있다.
민영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국영기업을 공기업으로 전환하고 → 공기업을 여러 자회사로 분리하고 → 마지막으로 주식매각, 즉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만약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이 완료된다면 박근혜 정부가 아니라 다음 정권에서라도 그 자회사 주식을 매각하기만 하면 민영화는 완성되는 것이다.
정부는 ‘철도 경쟁체제 도입’일 뿐 민영화가 아니라고 되풀이하지만 이해하기 어렵다. 진정한 경쟁체제 도입이라면 같은 노선을 두고 복수의 업체가 경쟁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수서발 KTX는 기존 서울·용산발 노선과 고객이 달라 경쟁효과가 없고, 상호간 수요 간섭 없는 ‘지역 독점체제’로 재편될 뿐이라는 게 많은 철도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는 경쟁체제 도입이 아니라 ‘알짜노선’만 분할하여 코레일의 적자폭만 더욱 키우게 될 공산이 크다.
현재 KTX 경부선이 유일한 흑자노선이고, 여기서 얻은 수익으로 다른 적자노선을 보전해주고 있다. 이 상황에서 수서발 KTX 자회사가 분리운영된다면 다른 적자 노선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게 뻔하다. 실제, 언론이 보도한 국토부와 코레일의 내부 문건에 따르면, 일부 적자노선의 경우 운영포기노선으로 추려놓고 ‘민간 개방 노선’으로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는 효율성을 위해 국가 기간망의 공공성을 희생시키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한미 FTA협정의 역진방지조항에 의해, 철도 시장은 한 번 개방되면 되돌릴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 KTX 서울-부산 간 요금이 약 57,000원이다. 같은 거리의 영국 요금은 28만원이라고 한다. 공기업이 원가 이하로 공공재를 공급하고 조세를 통해 적자를 보전하는 것은 소득재분배 과정으로 이해하는 철학을 가져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 ‘착한 적자’야 말로 여기에 적용되는 말 아니겠는가. 박근혜정부는 지금이라도 민영화의 폭주를 멈추어야 한다.
<천정배:전 법무부 장관>